
네이버, '아시아판 AI 데이터센터 제국' 꿈꾼다
네이버가 검색·쇼핑 플랫폼 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AI(인공지능) 컴퓨팅 인프라 사업자로의 대변신을 선언했다. 단순한 사업 다각화 수준이 아니다. 투자 규모만 수십조 원에 달하는 '메가 프로젝트'다.
카카오의 포털 자회사 다음(Daum)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Upstage)와 손잡고 AI 검색 베타 서비스를 개시했다. 연내 대화형 검색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로드맵까지 공개하면서, 국내 검색 시장의 판도 재편 가능성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의 포털 자회사 다음(Daum)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Upstage)와 손잡고 AI 검색 베타 서비스를 개시했다. 연내 대화형 검색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로드맵까지 공개하면서, 국내 검색 시장의 판도 재편 가능성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포털 공룡의 위기감, AI가 돌파구 될까
국내 검색 시장에서 다음의 입지는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네이버의 국내 검색 점유율은 약 55~60%대를 유지하는 반면, 다음은 한 자릿수 후반대로 쪼그라들었다. 구글의 모바일 검색 점유율까지 고려하면 다음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스테이지와의 협력은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생존 전략으로 읽힌다. 업스테이지는 허깅페이스(HuggingFace) 오픈 LLM 리더보드에서 상위권에 오른 '솔라(Solar)' 모델을 보유한 국내 대표 AI 스타트업으로, 문서 처리와 검색 증강 생성(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술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화형 검색이란 무엇인가
대화형 검색은 사용자가 키워드를 입력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어로 질문을 던지면 AI가 맥락을 이해하고 종합적인 답변을 생성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오픈AI의 'ChatGPT 서치', 퍼플렉시티(Perplexity AI), 구글의 'AI 오버뷰(AI Overviews)' 등이 대표적인 해외 사례다.
특히 구글은 2024년부터 검색 결과 상단에 AI가 생성한 요약 답변을 노출하는 AI 오버뷰를 미국 등 주요 시장에 적용했고, 퍼플렉시티는 기존 포털을 위협하는 새로운 검색 대안으로 빠르게 성장해 기업 가치가 30억 달러(약 4조 원)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큐:(Cue:)' 서비스를 통해 대화형 AI 검색을 운영 중이며, 카카오 역시 자체 LLM '카나나(Kanana)'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업스테이지와의 시너지: 기술 협력의 구조
업스테이지의 솔라 모델은 국내외 벤치마크에서 준수한 성능을 인정받았으며, 특히 한국어 처리와 문서 이해 영역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이 보유한 대규모 국내 웹 크롤링 데이터와 업스테이지의 언어 모델이 결합될 경우, 한국어 특화 검색 품질에서 차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AG 기술은 LLM이 실시간 웹 데이터를 검색해 답변의 정확성과 최신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환각(Hallucination) 문제를 줄이는 데 핵심적이다. 업스테이지가 이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 역량이 다음의 검색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을 탈환하려면 기술력 못지않게 사용자 유입 경로, 즉 플랫폼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네이버는 쇼핑·뉴스·지도·카페 등 자체 생태계를 통해 이용자를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누리는 반면, 다음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함에도 검색으로의 연결이 약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AI 검색 서비스는 막대한 GPU 연산 비용을 수반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등 대형 사업자도 AI 검색 도입 이후 서버 운영비 급증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과 업스테이지 연합이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광고 수익 모델과의 충돌
AI 검색의 부상은 포털 업계 전반에 광고 수익 모델의 위기를 예고한다. 기존 키워드 기반 검색 광고는 이용자가 결과 목록을 클릭할 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반면 AI가 직접 답변을 생성하는 대화형 검색에서는 이용자가 외부 페이지로 이동할 유인이 줄어들어, 클릭 기반 광고 모델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퍼플렉시티는 광고 없는 구독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다가 최근 광고 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구글도 AI 오버뷰 도입 이후 광고 클릭률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다음이 새로운 AI 검색 수익 방정식을 어떻게 설계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향후 전망: 틈새 공략이냐, 판도 전환이냐
전문가들은 이번 다음·업스테이지의 협력이 단기간에 검색 점유율을 역전하기는 어렵지만, AI 전환기의 '타이밍 선점'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검색 시장은 과거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기존 강자가 교체되는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AI 검색이 또 하나의 패러다임 전환점이 된다면, 지금이 시장 재편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카카오톡 메신저와의 연동을 통해 대화형 검색을 일상 소통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전략이 실현된다면, 다음이 포털이 아닌 '생활 AI 플랫폼'으로 재정의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된다. 결국 연내로 예고된 대화형 검색의 정식 출시와 사용자 반응이 이 전략의 첫 번째 성적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