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조를 놓쳤을 뿐인데 — 조선주 전체가 휘청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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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맵고 덜 강렬해졌다. 신라면이 세계로 뻗은 대가다
![[라면전쟁] 농심 신라면: 왕좌는 지켰지만, 맛은 어디 갔나](https://cdn.sanity.io/images/mezmw80r/production/2391f48b358efce2d1df4d9280f263ccf8c7b616-450x450.jpg?w=1600)
라면은 한국인의 국민 음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라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봉지를 뜯고 끓이고 먹는 것 말고. 《라면전쟁》은 시판되는 라면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파고드는 코너다. 탄생 비화, 브랜드 역사, 시장 경쟁, 그리고 솔직한 맛 평가까지. 두 번째 주인공은 농심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한국 라면의 기준이다. 어떤 음식이 얼마나 매운지 설명할 때 한국인들은 "신라면보다 두 배"라거나 "신라면보다 순하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최근 그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신라면이 약해졌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야기
1986년. 농심이 라면 시장에 이미 자리를 잡은 지 20년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시 신춘호 농심 창업주는 승부수를 던졌다. '맵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 라면. 이름도 직접적으로 지었다. 신(辛). '맵다'는 뜻의 한자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성씨 신(辛)이기도 했다. 브랜드에 창업주의 이름을 새긴 셈이다. 카피도 직접 만들었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웬만하면 울지 않는 사나이도 눈물을 흘릴 만큼 맵고 맛있다는 뜻이었다.
출시 초기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너무 맵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농심은 버텼다. 1991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고 이후 35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2025년에는 누적 매출 2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식품 브랜드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누적 판매량 약 425억 개. 면발 길이를 환산하면 지구와 달을 약 2200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100여 개국에 수출되는 K-푸드의 대명사가 됐다. 창업주가 직접 만든 카피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은 38년 만인 2024년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으로 교체됐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한국 라면 시장에서 신라면이 갖는 상징성은 단순한 판매량을 넘어선다. 한국인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74개로 세계 1위다. 그리고 그 74개 중 가장 많이 팔리는 라면이 신라면이다. 농심 라면 연구소 지하 사료실에는 신라면의 '처방전'이라 불리는 스프 레시피가 수십 장 보관돼 있다. 같은 제품의 처방전이 수십 장인 이유는 고추 작황에 따라 맵기와 원료 상태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레시피는 바뀌지 않지만 원료는 매번 다르다. 그 미세한 차이를 조율해온 40년의 기록이 그 바인더 안에 담겨있다.
맛 평가
오래 먹어온 라면이라 처음 먹는 사람의 시선으로 보기 어렵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한다. 신라면은 예전 같지 않다.
국물은 여전히 얼큰하고 소고기 육수의 풍미가 살아있다. 면발도 적당히 쫄깃하다. 그러나 분명히 달라진 게 있다. 맵기다. 1990~2000년대 신라면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때의 신라면은 지금보다 훨씬 강렬했다. 국물 한 모금에 이마에 땀이 맺혔다. 지금의 신라면은 그 강도가 확실히 낮아졌다. 공식적으로 레시피를 변경했다는 발표는 없지만, 원료 배합과 고추 품종의 변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순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역설적이게도 신라면이 전 세계로 뻗어나갈수록 본래의 매운맛은 희석됐다. 더 많은 나라 사람이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신라면을 신라면이게 했던 그 강렬함은 약해졌다. '맵다'를 앞세워 시장을 뒤집었던 라면이 40년 만에 '덜 맵게' 변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건 농심 스스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라면 더레드, 신라면 골드, 신라면 로제, 신라면 툼바까지. 신라면 패밀리가 계속 늘어나는 건 원조 신라면이 커버하지 못하는 욕구를 메우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총평
신라면은 여전히 좋은 라면이다. 나쁜 게 아니다. 다만 전성기의 신라면이 아니다. 35년 연속 1위라는 타이틀과 20조원 누적 매출이 증명하듯 신라면의 상업적 성공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라면의 정체성은 성적표가 아니라 맛에 있다. 그리고 그 맛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사나이를 울리던 신라면은 이제 인생을 울린다고 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요즘 신라면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긴 어렵다.
★★★☆☆ (3.0/5.0)
한줄평
"왕좌는 지켰다. 하지만 왕좌에 앉은 라면이 예전의 그 라면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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