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스토리

웃으며 나스닥 데뷔했지만 코스피선 서킷브레이커 — 무너진 건 실적이 아니라 심리였다

나스닥 ADR 상장 첫날 13% 급등하며 역대 최대 해외 기업공개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사흘 뒤 국내 본주는 200만 원 선이 무너지며 급락했다.

Mathew Rio기자
웃으며 나스닥 데뷔했지만 코스피선 서킷브레이커 — 무너진 건 실적이 아니라 심리였다

나스닥 ADR 상장 첫날 13% 급등하며 역대 최대 해외 기업공개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사흘 뒤 국내 본주는 200만 원 선이 무너지며 급락했다. 펀더멘털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센티멘트가 꺾인 징후는 뚜렷하다

2026년 7월 13일

이 기사의 핵심 3줄

-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ADR을 상장하며 265억 달러(약 40조 원)를 조달했다. 이는 외국 기업의 미국 IPO 사상 최대 규모이며, 첫날 종가는 공모가 대비 13% 급등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프리미엄이 본주로 옮겨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 그런데 13일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장중 13%대까지 급락하며 200만 원 선이 무너졌고, 코스피 전체도 7000선까지 밀리며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다. - 실적 방향성 자체가 꺾였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오히려 목표주가를 유지·상향한 증권사도 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이날 매도세의 공통된 방아쇠였지만, 코스피가 니케이보다 훨씬 크게 흔들린 진짜 이유는 반도체 투톱에 대한 코스피의 구조적 쏠림, 그리고 여기에 겹친 ADR 관련 수급 분산과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였다.

나스닥에서는 웃었다

지난 10일 SK하이닉스는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입성했다. 공모가는 149달러로 책정됐고, 수요는 공급 물량의 7배 넘게 몰렸다. 조달 금액은 26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0조 원에 달해 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진행한 기업공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 기록은 2014년 알리바바의 250억 달러였다. 첫날 거래에서 SK하이닉스 ADR은 공모가보다 13% 넘게 오른 168.49달러에 마감했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국내 본주 종가(218만 원)보다 약 16% 높은 수준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I 시대의 메모리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고,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공급 측면에서 2027년이 업계 역사상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2026년 생산 물량은 대부분 판매가 완료된 상태라, 이 발언은 앞으로 HBM 가격과 마진이 더 개선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여의도에서는 사이드카가 울렸다

기대는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13일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는 장 초반부터 하락하며 낙폭을 키웠고, 오후 한때 전 거래일보다 13% 넘게 급락한 189만 원대까지 밀렸다. 종가 기준으로 200만 원 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달 8일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도 6%대 넘게 하락했고, SK하이닉스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12%대 급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6800선대까지 밀리며 전 거래일 대비 8% 가까이 하락했고, 오전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오후에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왜 나스닥 흥행이 국내 폭락으로 이어졌나

이번 하락을 실적이나 업황 훼손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신 몇 가지 성격이 다른 악재가 같은 날 겹쳤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중동發 지정학 리스크다. 주말 사이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종료를 선언했고, 이란은 이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방침을 밝혔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가 걸린 사안인 만큼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이 여파가 반도체 대형주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만 이 리스크만으로는 코스피가 유독 크게 흔들린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같은 지정학 리스크에 노출된 일본 증시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13일 니케이 225 지수는 오후 한때 1300엔 넘게 밀렸다가 낙폭을 좁혀 1%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일본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키옥시아 역시 이날 니케이 지수를 끌어내린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리며 약세를 보였지만, 지수 전체의 낙폭은 코스피의 7~8%대와 비교하면 훨씬 제한적이었다. 두 시장의 차이를 만든 것은 지정학 리스크의 크기가 아니라 지수 구조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니케이 225에서 키옥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훨씬 작다. 같은 강도의 위험회피 심리가 퍼져도, 반도체 두 종목에 극단적으로 쏠린 코스피는 지수 전체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인 셈이다. 즉 중동 리스크는 이날 매도세를 촉발한 공통의 방아쇠였지만, 유독 큰 낙폭을 만든 진짜 원인은 반도체 투톱에 대한 코스피의 구조적 쏠림이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두 번째는 ADR 상장 자체가 만든 수급 왜곡이다. 흥행이 오히려 국내 본주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외국계 기관은 ADR을 매수하고 국내 본주를 공매도하는 차익거래 전략을 공개적으로 제시했고, 실제로 상장을 전후해 SK하이닉스의 대차잔고(공매도 선행지표)는 6월 23일부터 7월 8일 사이 31.4% 급증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11.7%를 크게 웃돌았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는 외국인이 ADR과의 차익거래를 염두에 두고 국내 본주 공매도 포지션을 선제적으로 구축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증권사는 상장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그중 가장 우려되는 경우는 미국 프리미엄이 확대되는 동시에 국내 본주는 약세를 보이고 대차잔고까지 늘어나는 조합이다. 이 경우 국내 자금이 미국 ADR로 이탈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하며, 비중 축소를 고민할 시점이라는 게 이 증권사의 진단이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 정확히 이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반도체 업황 자체를 둘러싼 피크아웃 우려의 연장선이다. 앞선 기사들에서 다룬 메타의 데이터센터 임대 계획을 둘러싼 AI 투자 지속가능성 논쟁이 여전히 시장 저변에 깔려 있고,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60조 4000억 원으로 추정하며 시장 컨센서스(65조 원)를 8%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계속 상향되던 눈높이가 이번엔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국내 증시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도 겹쳐 있다. 신용거래 융자 잔고가 38조 원에 달하는 가운데,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이달 초 10%를 넘어섰다. 과거 급락기마다 이 비중이 5%를 넘으면 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레버리지發 매물이 하락을 증폭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개별 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펀더멘털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 하락을 실적 훼손 신호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명확하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56~58%의 점유율로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2조 5800억 원, 37조 61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 400% 넘게 늘었다. 이번 ADR 상장 자체도 실패가 아니라 흥행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공모 수요가 물량의 7배를 넘었고, ADR과 본주 간 프리미엄은 상장 이후 오히려 15.8%에서 18.3%까지 확대됐다. 증권가의 목표주가 조정도 이날 하락과 반대 방향으로 나왔다. 대신증권은 이날 ADR 프리미엄을 반영해 SK스퀘어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12% 높은 210만 원으로 올렸고, KB증권도 삼성전자 목표주가 60만 원과 매수 의견을 그대로 유지하며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보다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즉 실적과 업황에 대한 증권가의 시각 자체는 이날의 주가 흐름과 따로 움직이고 있다.

주목할 것: 신한투자증권이 제시한 네 가지 시나리오 중 어느 쪽으로 수렴하는지가 다음 국면을 가늠할 핵심 지표다. 대차잔고가 청산되며 미국 프리미엄이 국내로 전이된다면 이번 하락은 일시적 수급 왜곡에 그칠 것이고, 반대로 대차잔고가 계속 늘어난다면 자금이 본격적으로 미국 ADR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 중동 정세가 진정되는지, 그리고 이번 주 예정된 SK하이닉스의 2분기 확정 실적 발표가 컨센서스 하회 우려를 얼마나 해소하는지도 함께 지켜볼 지점이다.

구분 | 나스닥 (ADR) | 국내 (본주)

7월 10일 |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3% 급등, 168.49달러 마감 | 218만 원 (전주 종가)

7월 13일 | 프리미엄 15.8~18.3%로 확대 | 장중 13%대 급락, 189만 원대까지 하락, 200만 원선 붕괴

트리거 | 초과청약 7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 | 중동 지정학 리스크(공통 방아쇠) + 반도체 투톱 쏠림 구조(낙폭 증폭) + ADR발 공매도 수급, 실적 눈높이 하향, 신용융자 반대매매 부담

같은 날 일본과의 비교 | — | 니케이 225는 1%대 하락에 그침(키옥시아도 하락했지만 지수 비중이 작아 충격 제한적)

펀더멘털 관련 근거 | HBM 점유율 56~58%, 1분기 영업이익 전년비 400%↑ | 목표주가는 오히려 유지·상향(KB증권, 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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