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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두 달 만에 3158억…K팝이 록의 신화를 넘다

방탄소년단(BTS)이 월드투어 개막 두 달 만에 약 3158억 원(한화 기준)의 수익을 올리며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롤링스톤스가 보유하던 단기 투어 수익 기록을 경신했다.

Odin Park기자
BTS, 두 달 만에 3158억…K팝이 록의 신화를 넘다

방탄소년단(BTS)이 월드투어 개막 두 달 만에 약 3158억 원(한화 기준)의 수익을 올리며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롤링스톤스가 보유하던 단기 투어 수익 기록을 경신했다. 단순한 흥행 성적을 넘어, 이번 기록은 K팝이 서구 팝·록 중심의 글로벌 음악 산업 패권 구도를 실질적으로 흔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롤링스톤스의 벽을 넘다

롤링스톤스는 2005년과 2006년에 걸친 'A Bigger Bang' 투어로 5억 5800만 달러(약 7300억 원)를 벌어들이며 역대 최고 투어 수익 기록을 수년간 유지했다. 그러나 이는 약 2년에 걸친 장기 투어의 성과였다. BTS가 두 달이라는 압축된 기간에 3158억 원을 돌파했다는 것은 단순 총액 비교를 넘어 '단위 시간당 수익 효율' 면에서 이미 역사적 밴드들을 앞질렀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공연 산업 분석기관 폴스타(Pollstar)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투어 수익 상위 10개 공연 중 K팝 아티스트가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BTS의 이번 성과는 이를 단발적 예외가 아닌 구조적 현상으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아미(ARMY)라는 경제적 생태계

BTS의 공연 수익 구조는 일반적인 팝스타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핵심은 팬덤 '아미(ARMY)'의 조직적 소비 패턴에 있다. 단순 티켓 구매를 넘어, 공식 MD(기획상품) 구매, 항공·숙박을 포함한 '팬투어리즘(Fan-Tourism)', 현장 팝업스토어 소비까지 복합적 경제 활동이 공연 수익과 동시에 발생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해외 K팝 팬 1인이 내한 공연 참석 시 지출하는 평균 비용은 약 200만 원(항공·숙박·MD 포함)으로, 이는 일반 해외 관광객 평균 지출의 약 1.7배에 달한다. 이 구조가 해외 공연장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점이 BTS 투어 수익의 폭발력을 설명한다.

하이브(HYBE) 측은 이번 투어의 티켓 매진율이 전 회차 99% 이상이라고 밝혔으며, 공연당 평균 객단가 역시 서구 주요 아티스트들의 투어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복귀 후 효과와 '희소성의 경제학'

이번 투어의 폭발적 흥행에는 BTS 멤버들의 군 복무 완료 후 완전체 귀환이라는 맥락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 군 입대로 인해 약 2~3년간 완전체 활동이 중단됐고, 이 공백은 팬덤의 잠재 수요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문화산업 전문가들은 이를 '희소성의 경제학'으로 설명한다. 서울대 경영대학원 소비자행동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아이돌 그룹의 활동 공백 이후 복귀 콘서트는 평균 티켓 가격 프리미엄이 공백 전 대비 40~60%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BTS의 경우 이 효과가 글로벌 규모로 증폭됐다.

"군 복무라는 제약이 역설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유지·강화시켰다"고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은 분석한다. "완전체 귀환 자체가 글로벌 미디어 이벤트가 됐고, 이는 마케팅 비용 없이도 전 세계적 주목을 이끌어냈다."

K팝 산업 구조와 수익 생태계의 진화

이번 성과는 BTS 개인의 역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이브가 구축한 수직 계열화된 엔터테인먼트 산업 생태계가 그 배경에 있다. 공연 기획·제작, MD 유통, 위버스(Weverse)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팬 구독 경제, 글로벌 라이선싱까지 단일 투어가 복수의 수익원을 동시에 자극하는 구조다.

위버스는 현재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투어 기간 중 독점 영상·굿즈 판매를 통해 오프라인 공연장에 오지 못하는 팬들로부터도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Eras Tour)'가 선보인 멀티채널 수익 모델과 유사하면서도, 디지털 플랫폼 내재화 면에서 한 단계 더 발전된 형태라는 평가다.

비교: 테일러 스위프트와 무엇이 다른가

BTS의 기록은 자연스럽게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와 비교된다. 에라스 투어는 2023~2024년에 걸쳐 약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며 단일 투어 역사상 전례 없는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에라스 투어는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진행됐다는 점에서 BTS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

더 중요한 차이는 '시장 다변화'에 있다. 스위프트의 투어 수익 대부분은 북미·유럽 시장에 집중된 반면, BTS는 아시아·중동·남미·북미·유럽을 고르게 아우르는 다극화된 수익 구조를 보인다. 이는 K팝의 글로벌 팬덤이 서구 팝과 달리 문화권 편중 없이 분산돼 있음을 반영한다.

비판적 시각: 지속 가능성과 구조적 과제

기록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몇 가지 구조적 취약점을 지적한다.

첫째, 멤버 개인 활동의 분산화 리스크다. 군 복무 이후 각 멤버의 솔로 커리어가 강화되면서, 완전체 BTS에 대한 팬덤의 집중이 장기적으로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대중문화학자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아이돌 완전체의 브랜드 수명은 솔로 활동과 병행하는 과정에서 점차 희석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둘째, 티켓 암표 문제와 팬 피로도다. 이번 투어에서도 티켓 불법 재판매 문제가 불거졌으며, 고가 MD와 팬 구독 상품의 누적 지출이 팬덤 내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팬 커뮤니티에서는 "공연 문화가 상업화에 지나치게 종속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셋째, 하이브 의존도 집중 리스크다. BTS 투어 수익이 하이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특정 아티스트 리스크가 기업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제기되는 우려다.

정책적 시사점: K팝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BTS의 경제적 성과는 문화산업 정책의 관점에서도 재조명이 필요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K팝 한류의 직간접 경제 효과는 2023년 기준 연간 약 13조 원으로 추산되며, 이 중 공연 관련 파급 효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제도 환경은 이 같은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연기획업 관련 규제, 불법 티켓 재판매에 대한 실효적 처벌 체계, 해외 공연 수익의 국내 환류 인센티브 구조 등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기업의 성과에 의존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BTS의 성과를 일회성 신드롬이 아닌 K팝 산업 전체의 도약 발판으로 삼으려면, 공연 인프라 국제화, 해외 공연장 파트너십 확대, 신진 아티스트 글로벌 진출 지원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망: 기록 경신인가, 새로운 기준의 탄생인가

BTS의 이번 투어는 아직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투어 전체 기간 종료 시 총 수익이 에라스 투어에 근접하거나 일부 지표에서는 이를 초과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더 근본적인 의미는 숫자 자체보다 패러다임의 전환에 있다. 1960년대 비틀스, 1970~80년대 롤링스톤스, 2000년대 U2, 2020년대 테일러 스위프트로 이어지던 글로벌 음악 공연 시장의 헤게모니가 처음으로 비(非)영어권 아시아 아티스트에게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번 기록이 갖는 역사적 무게다.

두 달, 3158억, 그리고 경신된 반세기의 기록. BTS가 세운 이 숫자들은 단순한 흥행 지표가 아니라, 글로벌 문화 권력이 재편되고 있다는 시대의 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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