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News
조선/방산

1만 4천 킬로미터의 구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60조 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위한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도산안창호함이 1만 4천 킬로미터를 항해해 캐나다에 입항했다. 결전은 이달 말이다.

1만 4천 킬로미터의 구애

K-잠수함이 태평양을 건넜다. 60조 원짜리 결전은 이달 말 판가름 난다

이 기사의 핵심 3줄

- 캐나다가 60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자를 이달 말 선정한다. 한국(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TKMS)의 양강 대결이다. - 한국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직접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에 입항했다. 국산 잠수함 사상 최장거리 항해였다. - 이번 수주는 단순한 계약이 아니다. 한국이 '추격자'에서 '표준 제정자'로 올라서는지 가늠하는 시험대다.

외교에는 말이 필요하다. 방산에는 증거가 필요하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도착한 한국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KSS-III)을 앞세운 것은 그 때문이었다. 3월 25일 경남 진해를 출발해 1만 4,000킬로미터를 항해해 5월 23일 입항한 이 잠수함은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아니었다. "이 배가 실제로 존재하고, 실제로 작동한다"는 살아있는 증거였다. 국산 잠수함의 최장거리 항해 기록을 깬 것은 덤이었다.

60조 원짜리 결정의 구조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CPSP)은 숫자부터 압도적이다. 캐나다 해군이 운용 중인 노후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3,000톤급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신조 건조 비용만 약 16조 원, 향후 수십 년간의 유지보수(MRO)까지 합산하면 총 60조 원에 달한다. 북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잠수함 사업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월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카운트다운이 진행 중이다.

경쟁 구도는 단순하다.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 대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 '팀 코리아'와 잠수함 명가 독일의 정면 대결이다.

한국의 패 — 납기와 패키지

수주전에서 한국이 내세우는 무기는 크게 둘이다. 첫째는 납기다. 한화오션은 2032년 1번함 인도, 2035년까지 총 4척 공급이라는 일정을 제시했다. TKMS가 제안한 212CD 잠수함이 아직 개발 단계인 것과 달리, KSS-III는 이미 대한민국 해군이 실전 운용 중인 검증된 함정이다. 실제로 태평양을 건너온 배가 그 증거다.

둘째는 패키지 전략이다. 한화오션 캐나다 지사장은 "캐나다는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경제적 패키지를 요구했는데 우리가 그 기준을 충족했다"고 자신했다. 한화가 제시한 경제 패키지의 내용이 상당하다. CPSP 수주 시 캐나다 현지에서 K9 자주포 생산을 추진하겠다는 약속, 로켓·항공유 투자 카드까지 더해졌다. 수주 시 100개 이상의 현지 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연간 2만 2,500개 이상의 일자리와 약 940억 캐나다달러(약 102조 원)의 GDP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숫자도 제시했다. 잠수함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사는 것이라는 논리다.

도산안창호함이 캐나다 현지에서 연합 훈련을 소화하고 캐나다 태평양해군사령부와 전시 암호 통신망 교신에 성공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실전 호환성을 현장에서 직접 입증한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반격

TKMS가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독일은 세계 잠수함 시장의 전통적 강자다. 인도의 P-75I 사업을 가져간 것도 TKMS였다. 이번 사업에서 TKMS는 캐나다 현지 대학들과 방산 생태계 협력 협정을 잇달아 체결하며 '유럽의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캐나다가 2025년 말 EU의 SAFE(유럽 방산 지원 프로그램)에 가입했고, 이 자금이 잠수함 사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럽산 잠수함을 사면 유럽 자금으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업계에서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50 대 50이라고 하겠지만 한화는 우리의 수주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는 한화오션 현지 지사장의 말처럼, 두 후보가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의미

이번 수주전이 방산 업계에서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계약 규모만이 아니다. 한국이 '추격자'에 머무를지, '표준 제정자'로 올라설지를 가르는 시험대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이 유럽 전장에서 이름을 알린 이후, K-방산은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다. 올해 K-방산 수출은 역대 최대인 377억 달러(약 56조 6,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지상 무기 수출과 잠수함 수출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잠수함은 기술 신뢰, 유지보수 역량, 장기 파트너십이 동시에 검증돼야 팔리는 물건이다. 캐나다가 한국을 선택한다면 K-방산이 지상에서 수중으로 영토를 넓히는 역사적 전환점이 된다.

거꾸로, 독일에 패할 경우 그 이유가 더 중요해진다. 가격인가, 기술인가, 아니면 외교적 신뢰인가. 그 대답이 한국 방산의 다음 10년 전략을 다듬는 교재가 될 것이다.

이달 말, 마크 카니 총리의 발표를 기다리는 한화오션 임원들의 마음은 어떨까. 1만 4,000킬로미터를 항해한 잠수함은 이미 바다 건너에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결정이다.

주목할 것: 6월 말 캐나다 정부의 CPSP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한국 선정 시 K-잠수함의 첫 서방 수출 사례가 되며, 향후 호주·영국 등 우방국 잠수함 교체 사업으로 연쇄 확산 가능성이 있다.

구분 | 팀 코리아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 독일 TKMS

제안 모델 | KSS-III (도산안창호급) | 212CD

검증 여부 | 실전 운용 중 (해군 6척) | 개발 단계

납기 | 2032년 1번함, 2035년 4척 | 미정

경제 패키지 | K9 현지생산·로켓·항공유 투자·일자리 2만 2,500개 | 현지 대학·기업 협력 협정

강점 | 납기·검증·패키지 | 유럽 SAFE 자금 연계 가능성·전통 방산 신뢰

공유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