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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百 영등포점, 10년 연장의 속내

롯데쇼핑이 영등포역사 신규 사용자로 선정되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10년 더 운영하게 됐다. 수도권 서남권 상권의 핵심 거점을 지켜냈다는 평가와 함께,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계약 연장이 단순한 임대 갱신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의 생존 전략을 드러내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Odin Park기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전경.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전경.

롯데쇼핑이 영등포역사 신규 사용자로 선정되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10년 더 운영하게 됐다. 수도권 서남권 상권의 핵심 거점을 지켜냈다는 평가와 함께,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계약 연장이 단순한 임대 갱신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의 생존 전략을 드러내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역사(驛舍) 상업시설, 입지 싸움의 최전선

영등포역사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소유한 철도 역사 부지 위에 조성된 복합 상업시설로, 유동 인구와 교통 접근성 면에서 수도권 최상위급 입지로 꼽힌다. 영등포역은 하루 평균 1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수도권 서남부의 교통 허브로, 지하철 1호선·공항철도 환승과 광역버스 노선이 집중돼 있어 배후 상권이 광범위하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1991년 개점 이후 30년 이상 이 자리를 지켜왔다. 영등포 상권이 타임스퀘어, 신세계 백화점 등 경쟁 시설의 부상으로 지형이 바뀌는 동안에도 역사 직결이라는 물리적 이점 덕분에 안정적인 집객 능력을 유지해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역사 시설과 직결된 백화점은 날씨·계절과 무관하게 유동 인구를 흡수할 수 있어 일반 로드숍 대비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낮다"고 설명한다.

경쟁 입찰의 이면—왜 롯데가 선택됐나

코레일유통이 진행한 이번 영등포역사 사용자 선정 입찰은 복수의 유통 기업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 상업시설 사용권 입찰은 임대료 수준뿐 아니라 시설 투자 계획, 운영 역량, 브랜드 집객력 등 복합적 기준으로 평가된다. 롯데쇼핑이 최종 낙점을 받은 배경에는 30년 이상의 운영 노하우와 리뉴얼 투자 계획이 주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롯데백화점은 오래된 점포를 대상으로 대규모 리모델링을 단행해왔다. 잠실점의 '더 에비뉴엘 월드타워' 리뉴얼, 인천터미널점 재개발 참여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영등포점 역시 10년 계약 기간 내 실질적인 공간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유통 분석가들은 "코레일 입장에서도 역사 이미지 제고와 임대 수익 극대화를 동시에 충족할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롯데의 투자 확약이 선정에 결정적 변수였을 것"이라고 본다.

오프라인 백화점의 역설—위기 속 역사 입지 쟁탈

이번 계약 연장은 백화점 업태가 구조적 도전에 직면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체 매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전체 매출은 명품·고가 소비 집중 현상에 힘입어 2022~2023년 반짝 성장했지만, 2024년 이후 소비 양극화 심화와 경기 둔화 속에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는 양상이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24년 기준 연간 240조 원을 넘어서며 오프라인 유통을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업계가 역사·공항·터미널 등 교통 결절점 입지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경험 소비'와 '즉시 구매'가 교통 허브에서 가장 강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유통학회 연구에 따르면 역사·공항 인접 상업시설의 구매 전환율은 일반 상업지구 대비 평균 20~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 인구가 소비로 직결되는 구조적 우위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의미다.

해외 사례—역사 상업시설의 글로벌 진화

역사 기반 상업시설의 경쟁력은 해외 선진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JR 그룹은 도쿄역, 신주쿠역, 오사카역 등 주요 터미널에 루미네, 아트레, 그란스타 등 자체 상업 브랜드를 운영하며 역사 상업시설을 수익의 핵심 축으로 키웠다. 도쿄 신주쿠역의 다카시마야 타임스스퀘어는 역사와 백화점을 완전히 통합한 모델로, 연간 수천만 명의 방문객을 흡수한다.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 재개발도 참고할 만하다. 유로스타 환승 허브라는 교통 기능에 고급 리테일과 F&B를 결합한 콜Coal Drops Yard는 재개발 이후 지역 상권 자체를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사례는 공통적으로 '교통+쇼핑+경험'의 복합화가 역사 상업시설의 생존 공식임을 시사한다.

영등포 상권 재편—위협과 기회의 공존

롯데의 10년 계약 연장은 영등포 상권 지형에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영등포구는 여의도 국제금융지구 개발, 신길뉴타운 등 대규모 주거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향후 10년간 배후 인구와 구매력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의도 파크원, 더현대 서울(여의도)과의 상권 경쟁은 롯데 영등포점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더현대 서울은 개점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며 영등포-여의도 광역 상권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롯데 영등포점이 역사 직결이라는 물리적 이점을 유지하면서도 콘텐츠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10년 계약이 '방어적 생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롯데가 영등포점의 재계약 기간 동안 단순 MD 개편을 넘어 F&B 특화, 문화 복합 공간 확충, 디지털 연계 서비스 강화 등 근본적 체질 변화를 추진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10년의 무게—롯데쇼핑의 전략적 선택

롯데쇼핑 전체의 포트폴리오 맥락에서 보면 이번 계약 연장은 수도권 거점 방어라는 방어적 의미와, 서남권 소비 허브 장악이라는 공세적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전국 3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수익성 저하 점포 정리와 핵심 입지 강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영등포역사 10년 계약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 입지 선점에 방점을 찍은 결정으로 읽힌다. 코레일유통에 지급할 임대료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롯데쇼핑은 계약 기간 내 공격적인 집객 콘텐츠 투자로 수익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향후 10년은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과의 경계를 어떻게 재정의하느냐가 판가름 나는 시기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재출발이 단순한 계약 연장인지, 아니면 역사 기반 유통 혁신의 전환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투자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 영등포역 승강장을 오가는 하루 10만 명의 발걸음이 그 답을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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