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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장 한복판에서 나온 40조 원 — SK하이닉스의 승부수, 삼성전자는 언제

미국 장기금리 급등에 반도체 셀오프가 재개되며 코스피가 장중 6.8% 급락한 오늘, SK하이닉스가 40조 원 규모 자사주 전량 소각을 전격 발표했다. 급락장 속 던진 승부수가 투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그리고 삼성전자의 다음 수는 언제 나올지가 지금부터의 관전 포인트다.

Mathew Rio기자
급락장 한복판에서 나온 40조 원 — SK하이닉스의 승부수, 삼성전자는 언제

이 기사의 핵심 3줄

오늘 장에서 무슨 일이

19일 코스피는 개장과 함께 급락하며 장중 한때 6.8% 넘게 밀렸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7.82% 내린 24만 7500원, SK하이닉스는 9.33% 급락한 150만 7000원까지 떨어졌다.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큰 두 종목이 동반 급락하며 지수 전체를 끌어내렸고, 올해 들어서만 48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트리거는 복합적이다. 가장 큰 축은 글로벌 채권금리 급등이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5.3%까지 치솟았고 일본 국채금리도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빅테크의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공급 부담에, 빅테크들이 AI 반도체 구매와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쏟아내는 회사채 물량까지 겹치며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의 수급 부담이 커졌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샌디스크 등 메모리주가 먼저 급락한 여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국제유가를 자극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였고, 미국이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핵심으로 한국에 미국 내 메모리칩 제조시설 건설을 요구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반도체 수출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 한국 정부는 해당 협상 내용을 부인했지만,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급락장에서 던진 승부수

이 급락장 한복판에서 SK하이닉스는 40조 원 규모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일인 20일부터 장내매수 방식으로 매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결정에는 최근 크게 개선된 재무 여력이 자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순현금은 69조 4000억 원까지 늘었고, 베인캐피탈 주도 컨소시엄을 통해 투자했던 키옥시아 지분을 일부 처분하며 확보한 영업외이익도 4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회사 측은 추가 주주환원을 묻는 질문에 시장의 높은 관심을 인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발표가 그 답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이달 중 40조 원에서 최대 100조 원 사이의 환원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돌던 터였다.

이번 결정은 SK하이닉스로서는 두 번째 대규모 소각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1월에도 12조 2400억 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바 있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도 14조 8994억 원 규모 소각을 결정하며, 올해 1분기에만 두 회사가 국내 전체 자사주 소각 규모의 63.8%를 차지했다. 이번 40조 원은 그 이후 추가로 나온 규모라는 점에서,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의지가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되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은 삼성전자 차례

시장의 관심은 이제 삼성전자로 옮겨간다. 삼성전자는 아직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를 밝히지 않은 채,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관련 법령과 이사회 결의 등 필요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현행 정책상 활용 가능한 재원을 131조 8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고, 내년 시행될 차기 3개년 정책에서는 연간 환원 규모가 최대 200조 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먼저 구체적인 숫자를 꺼내든 만큼, 삼성전자가 비슷한 수준의 화답을 내놓을지, 아니면 배당 중심의 다른 방식을 택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다만 이 카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있다. 하나는 실행의 문제다. 자본 배분 원칙이 명확하고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규모로 나와야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예상됐던 호재는 오히려 재료 소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시리즈에서 앞서 다룬 것처럼,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 발표 때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 바 있다. 시장이 상당 기간 예상하고 선반영해온 뉴스일수록, 정작 발표가 나오는 순간 셀온 매물이 쏟아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적과 달리 주주환원은 배당이냐 소각이냐, 일회성이냐 정기적 체계냐, 규모가 시장 기대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같은 '발표'라도 투심에 미치는 영향의 진폭이 크게 갈릴 수 있다. 결국 발표 자체보다 세부 내용이 셀온으로 끝날지 추가 반등으로 이어질지를 가르는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배당이냐 소각이냐

두 방식은 성격이 다르다. 배당은 즉각적으로 현금을 손에 쥐여주지만, 밸류에이션 재평가 효과는 제한적이다. 반면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 자체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세금 부담 없이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도 '전량 소각'을 못 박은 것은 이 방식이 밸류에이션 재평가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엔비디아나 TSMC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공격적인 자사주 소각을 주주환원의 기본으로 삼아온 선례도, 국내 기업들이 이 방식에 무게를 싣는 배경 중 하나다.

글로벌 메모리 3사로 번지는 이야기

오늘의 급락 자체가 이미 이 연동 구조를 보여준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메모리주가 먼저 급락했고, 그 여파가 그대로 한국 반도체 대형주로 이어졌다. 최근 몇 주 사이에도 이런 흐름은 반복됐다. 샌디스크의 보수적 매출 가이던스, 월스트리트저널의 빅테크 대차대조표 밖 AI 약정 보도가 나올 때마다 마이크론·샌디스크·웨스턴디지털이 급락했고, 그 충격은 곧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전이됐다. 한국과 미국의 메모리 대형주가 이제 국경 없이 하나의 트레이드로 묶여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소각 결정은 마이크론에도 간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마이크론의 사정은 조금 더 복잡하다. 마이크론은 2018년부터 10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고 올해도 분기별로 매입을 이어왔지만,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정부 보조금을 받은 조건으로 오는 12월 9일까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제한돼 있다. 그래서 그동안은 고금리 부채 54억 달러어치를 조기 상환하고 분기 배당을 30% 늘리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을 우회해 왔다. 문제는 이 제한이 풀린 이후다. UBS는 제한이 해제되면 마이크론이 잉여현금흐름 전액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할 수 있고, 2028년 말까지 발행주식의 40% 이상을 사들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기간 예상 잉여현금흐름은 4000억 달러가 넘는다는 추산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2027 회계연도에만 최대 317억 달러 규모 매입이 가능할 것으로 봤고,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 주주환원의 주력 수단은 배당이 아니라 자사주 매입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마이크론은 지금 당장은 규제에 묶여 있을 뿐, 제한이 풀리는 연말 이후에는 한국 투톱을 웃도는 규모로 뒤늦게 강하게 따라올 잠재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셈이다. 만약 삼성전자까지 유사한 규모의 환원책을 내놓는다면,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글로벌 메모리 3사 가운데 한국 투톱만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비대칭적 구도가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외국인 자금이 마이크론 대신 삼성전자·SK하이닉스(또는 SK하이닉스 ADR)로 옮겨가는 유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 비대칭은 마이크론의 규제가 풀리는 12월을 기점으로 다시 좁혀지거나 역전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다만 낸드 분야에서 SK하이닉스·삼성전자와 공동 기술 개발 관계에 있는 키옥시아·샌디스크는 조금 다른 축에 있다. 이들은 밸류업 이슈보다는 메모리 가격 사이클 자체와 데이터센터 수요, 그리고 오늘 같은 금리發 변동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를 넘어선 함의

SK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은 개별 기업의 재무 결정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최근 국내에서는 상법 개정에 따른 자사주 소각 의무화, 중복상장 해소 방침,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으로 불리는 상속세법 개정 논의까지, 대주주·지배구조가 일반주주 가치를 훼손해온 관행 전반을 손보려는 '한국판 밸류업 2막'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가총액 최상위권인 반도체 투톱이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서는 모습은, 이 흐름에 아직 소극적인 다른 대기업집단에도 선례이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목할 것: 내일부터 시작되는 SK하이닉스의 실제 장내매수 속도와 규모, 그리고 삼성전자가 내놓을 다음 카드의 시기와 방식 — 배당과 소각의 비중, 일회성인지 정기적 체계인지, 시장이 기대하는 규모(131조 8000억~200조 원)에 부합하는지 여부. 오늘 급락의 근본 원인인 글로벌 채권금리가 진정되는지도 함께 지켜봐야 한다. 금리發 셀오프가 계속된다면 주주환원 카드만으로는 투심을 완전히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 좀 더 긴 호흡에서는 마이크론의 자사주 매입 제한이 풀리는 12월 9일 이후의 행보도 지켜볼 변수다. 이 시점을 기점으로 한국 투톱만 적극적인 지금의 비대칭 구도가 다시 좁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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