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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선언 5일, 홈플러스는 부활했는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이후 수개월간 폐점 공포와 소비자 이탈에 시달려 온 홈플러스가 재개장 닷새 만에 43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극적인 반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루 평균 24만 명의 고객이 매장을 찾았다는 수치는 단순한 반등을 넘어 유통업계 전반에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Odin Park기자
홈플러스 로고.
홈플러스 로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이후 수개월간 폐점 공포와 소비자 이탈에 시달려 온 홈플러스가 재개장 닷새 만에 43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극적인 반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루 평균 24만 명의 고객이 매장을 찾았다는 수치는 단순한 반등을 넘어 유통업계 전반에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이 숫자는 진정한 소비 신뢰 회복의 신호인가, 아니면 재개장 효과가 빚어낸 일시적 착시인가.

'공포의 시간'이 만들어낸 역설적 기대감

홈플러스는 2025년 초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전국 일부 점포의 영업 중단, 납품업체 대금 지급 지연, 상품권 사용 제한 등 잇따른 악재로 소비자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다. 한국소비자원 집계에 따르면 법정관리 기간 중 홈플러스 관련 소비자 불만 접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홈플러스 포인트·상품권 소멸 여부"를 둘러싼 불안감이 증폭되며 자발적 고객 이탈이 가속화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불안이 재개장 열기의 연료가 됐다. 법정관리 기업의 회생 여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재개장이 이뤄지자 "직접 확인하러 간다"는 심리가 작동했다는 것이 유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개장 첫 주말 매장 앞에 줄을 선 소비자들의 상당수가 생필품 구매보다 매장 분위기 확인을 주목적으로 밝혔다는 현장 취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437억 원의 맥락: 숫자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닷새간 437억 원, 일일 평균 약 87억 원의 매출은 표면적으로 인상적인 수치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이전 전체 점포 기준 일평균 매출이 약 80~90억 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생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부 맥락을 들여다보면 해석은 달라진다. 재개장이 주말을 포함한 닷새 동안 이뤄졌다는 점, 재개장 특수를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와 경품 이벤트가 병행됐다는 점, 그리고 장기간 방문을 자제했던 고객들의 일시적 집중 방문이 겹쳤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통상 재개장 이후 2~4주를 '허니문 효과' 구간으로 분류하며, 이 기간이 지난 후의 매출 추이가 실질적인 회생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고 본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역시 과거 대규모 리뉴얼 후 재개장 시 단기 매출 급등 후 2~3개월 내 안정화 구간으로 진입한 사례가 반복됐다. 2019년 롯데마트 일부 점포의 대규모 리뉴얼 재개장 당시에도 첫 주 매출이 직전 월 동기 대비 200% 이상 급등했지만 한 달 후에는 120~130% 수준으로 수렴했다.

납품업체·채권자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

소비자들이 매장으로 돌아오는 동안 홈플러스의 또 다른 핵심 이해관계자인 납품업체들은 여전히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한국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과정에서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 협력업체는 수백 곳에 이르며, 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 변제 일정을 확정받지 못한 상태다.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소비자 매출이 살아나는 것은 분명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납품업체들이 다시 정상 물량을 공급하려면 대금 지급에 대한 명확한 법원 인가와 실질적 실행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품 다양성과 재고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소비자 재방문율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해외 유사 사례: 희망과 한계 사이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에 성공한 대형 유통업체 사례는 해외에도 존재한다.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는 2012년 경영 위기 속에서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브랜드 재정립을 통해 2014년 이후 안정적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미국 백화점 체인 시어스(Sears)는 2018년 파산보호 신청 후 재개장을 반복했지만 결국 대부분의 점포를 폐점했다. 두 사례의 분기점은 재개장 초기 매출이 아니라 비용 구조 재편과 공급망 신뢰 회복의 속도였다.

일본의 경우 다이에(Daiei) 그룹이 2004년 산업재생기구의 지원을 받아 회생 절차를 밟았으나, 소비자 신뢰 회복 속도에 비해 재무 구조 개선이 더뎌 결국 이온(AEON) 그룹에 흡수됐다. 국내 전문가들은 홈플러스가 단순한 매출 회복을 넘어 자산 매각, 점포 구조조정, 디지털 전환 등 근본적 체질 개선 없이는 '제2의 다이에'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통 판도 재편의 변수로 등장한 홈플러스

홈플러스의 재개장은 경쟁 업체들에도 예상치 못한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코스트코 등은 홈플러스 법정관리 이후 인근 상권 고객을 흡수하며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재개장 이벤트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 탈환에 나서면서 대형마트 업계 전반의 판촉 경쟁이 다시 가열될 조짐이다.

특히 온라인·새벽배송 중심의 쿠팡, 컬리 등과의 경쟁 구도에서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위상 재정립 실험이 홈플러스를 통해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부 유통 전략 전문가들은 "법정관리라는 위기 상황이 오히려 홈플러스에 '비용 구조 리셋'의 기회를 제공했으며, 이를 제대로 활용할 경우 오프라인 마트의 생존 모델을 새로 쓸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

재개장 닷새간의 성적표는 홈플러스에 숨 돌릴 여유를 주었지만, 본격적인 시험은 이제 시작이다. 회생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받고 채권자·납품업체와의 협상이 마무리되는 시점, 그리고 재개장 특수가 걷힌 6~8주 후의 매출 곡선이 홈플러스 회생의 실질적 성패를 가를 것이다.

소비자들은 매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발길이 습관적 재방문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회성 호기심 방문으로 그칠지는 홈플러스가 앞으로 수개월간 공급망 안정, 서비스 품질, 가격 경쟁력이라는 세 가지 축을 얼마나 빠르게 재건하느냐에 달려 있다. 437억 원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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