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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4000억 적자에도, 하림이 라면을 포기 못하는 진짜 이유

인지도는 얻었지만 수익은 못 얻은 더미식, 하림에게는 멈추기엔 이미 너무 커진 판이 됐다

Odin Park기자
하림 더미식 비빔면.
하림 더미식 비빔면.

라면 한 봉지 값이 2000원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도 마트 매대에서는 반값 스티커가 붙어 있다. 하림산업의 프리미엄 브랜드 '더미식' 얘기다. 5년 연속 적자, 누적 손실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데도 하림은 왜 이 사업을 접지 못하는 걸까.

5년째 이어지는 적자,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하림산업은 2021년 10월 '더미식'을 론칭하며 연매출 1조원, 나아가 1조5000억원 규모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장녀 김주영 하림지주 상무가 직접 사업을 주도했을 만큼 그룹 차원의 야심작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성적표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하림지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하림산업의 지난해 매출은 1093억원으로 전년 대비 36.2%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276억원에서 1466억원으로 오히려 확대됐다. 당기순손실은 1690억원에 달했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적자도 함께 불어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5년 누적으로 보면 매출은 2000억원대에 그친 반면, 적자는 4000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 제품인 '장인라면'은 개당 2200~2800원대의 프리미엄 가격을 앞세웠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만큼 뜨겁지 않았다. 최근에는 '알뜰 위크' 행사나 '더미식 아울렛' 코너를 통해 정가 2800원짜리 제품을 1400원에 판매하는 등, 프리미엄 전략과는 거리가 먼 상시 할인이 일상화된 모습도 확인된다.

그런데도 왜 계속할까

첫 번째 이유는 이 사업이 그룹 차원의 전략적 승부수였다는 점이다. 김홍국 회장은 실적 부진에 빠졌던 하림산업의 돌파구로 간편식(HMR) 사업을 직접 낙점했다. 단일 신제품 하나로 승부를 보는 대신, 라면·즉석밥·만두·국탕찌개·소스류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 프리미엄 식품 시장 전반에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게 애초 구상이었다. 이런 다각화 전략 자체가 단기 승부가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시장에 뿌리내리겠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 몇 년 적자만으로 방향을 접기 어려운 구조다.

두 번째는 브랜드 인지도만큼은 이미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점이다. 배우 이정재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등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은 결과, 론칭 4년이 지난 지금 '더미식'이라는 이름 자체를 낯설어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여기까지 쌓아온 인지도를 포기하면 그동안 투입한 비용이 고스란히 매몰비용이 된다는 점도 쉽게 손을 떼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세 번째는 매출 자체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더미식의 연간 매출 성장률은 론칭 첫해 112%를 기록한 뒤 2023년 52.9%, 2024년 13.8%, 2025년 36.4%로 들쑥날쑥하긴 했지만, 마이너스로 돌아선 적은 없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계획된 적자'라는 해석도 나온다. 규모의 경제에 도달할 때까지 적자를 감수하며 매출 확대에 베팅하는 전략인데, 다만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매출이 순조롭게 늘어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최근 성장률 둔화가 이 전제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멈추기엔 이미 너무 커진 판

더미식 하나만의 문제도 아니다. 하림산업은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총 투자 규모 7조원에 달하는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2016년 약 4500억원에 부지를 매입한 뒤 10년 가까이 이어온 그룹의 숙원 사업이다. 더미식의 적자와 양재 개발사업의 자금 부담이 겹치면서, 지주사인 하림지주는 배당을 늘려 현금을 확보하는 등 그룹 차원의 자금 조달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결국 더미식은 이제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상징성과 이미 투입된 막대한 매몰비용, 그리고 연계된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까지 얽힌 사업이 됐다. 적자가 이어지는데도 하림이 쉽게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는, 이 사업이 이미 '멈추기엔 너무 커진 판'이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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