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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發 고사양 MLCC 품귀 예고…삼성전기 수혜 집중 전망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가 2026년 7월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급증으로 고사양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Mathew Rio기자
AI發 고사양 MLCC 품귀 예고…삼성전기 수혜 집중 전망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가 2026년 7월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급증으로 고사양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주요 MLCC 공급업체들의 수주잔고 대비 출하 비율(Book-to-Bill Ratio)이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2026년 하반기 공급 부족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AI 인프라가 쏘아올린 MLCC 수요

Book-to-Bill Ratio가 1을 초과한다는 것은 수주량이 출하량을 앞질렀다는 의미로, 공급 부족이 임박했음을 나타내는 선행 지표다. 트렌드포스는 현재 일본·한국 공급업체들의 이 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기록한 고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팬데믹 시기는 전자제품 수요 폭증과 물류 마비가 겹쳐 글로벌 반도체 및 부품 공급망이 사상 초유의 병목을 겪었던 시기다.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수요 폭증의 핵심 동인은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HPC) 인프라의 급속한 확장이다. 엔비디아(NVIDIA)의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GPU 기반 서버 한 대에는 기존 일반 서버 대비 수십 배에 달하는 MLCC가 탑재된다. 고주파·저손실 특성을 요구하는 전원공급 회로와 신호 처리 회로에 소형 고용량 MLCC가 집중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AI 가속기 시장의 주요 소비자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이 같은 수요는 구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공급 구조의 취약성: 왜 일본·한국인가

고사양 MLCC 시장은 일본의 무라타(Murata)와 TDK, 한국의 삼성전기가 사실상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저사양 범용 MLCC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AI 서버에 요구되는 초소형(0402 이하), 초고용량(100μF 이상), 고내압, 저등가직렬저항(ESR) 특성을 구현하는 기술력은 아직 일본·한국 업체들의 전유물에 가깝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이 진행 중이라 해도 양산 품질 안정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문제는 공급 능력의 확장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MLCC 제조는 원재료인 고순도 티탄산바륨(BaTiO₃) 세라믹 분말 합성부터 다층 적층, 소결, 도금에 이르기까지 수백 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생산 설비 투자 후 실제 가동까지 최소 18~24개월이 소요되는 구조적 특성상, 지금 시점에서 증설을 결정해도 2026년 하반기 수요를 충족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삼성전기, 수혜의 크기와 질

이 같은 시장 상황은 삼성전기에 복합적이고 강력한 수혜를 제공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는 무라타에 이어 세계 2위 MLCC 제조업체로, 전체 매출의 약 40~45%를 MLCC 사업이 차지한다. 특히 최근 수년간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고사양 제품 포트폴리오가 이번 AI 수요 사이클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첫째, 가격 협상력의 급격한 향상이다. Book-to-Bill Ratio가 1을 크게 초과하는 상황에서 공급자는 가격 결정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팬데믹 시기 무라타와 TDK, 삼성전기 모두 고사양 MLCC 가격을 30~50% 이상 인상한 전례가 있다. 이번 AI 수요 사이클에서는 고사양 제품에 대한 프리미엄 수요가 더욱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어, 평균판매가격(ASP) 상승폭이 이전을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

둘째, 고수익성 제품 믹스 개선이다. 삼성전기의 MLCC 사업은 스마트폰용 소형 제품보다 IT·산업용 대형 제품에서 훨씬 높은 마진을 기록한다. AI 서버에 탑재되는 MLCC는 제품 단가 기준으로 스마트폰용 대비 5~10배 이상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수요가 AI 서버 쪽으로 집중될수록 삼성전기의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구조적으로 개선된다.

셋째, 삼성전자 HBM·서버 수요와의 내부 시너지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및 서버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삼성전기는 핵심 부품 공급사로서 안정적 물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외부 빅테크 고객사들에 대한 공급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할 수 있다.

리스크 요인과 균형 잡힌 시각

그러나 낙관론 일색으로 바라보기에는 몇 가지 유의미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우선 과잉 대응에 따른 재고 사이클 역전 가능성이다. 2021~2022년 팬데믹 특수 당시 부품 공급망 참여자들이 과도하게 재고를 쌓은 결과, 2023년에는 극심한 재고 조정 국면이 찾아왔다. AI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숙 단계에 접어들거나,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조정될 경우 유사한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

또한 무라타의 증설 전략이 변수다. 무라타는 2024~2025년에 걸쳐 고사양 MLCC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자본지출을 집행한 바 있다. 증설 물량이 시장에 나오는 시점에서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경우, 가격 상승분의 일부를 반납해야 할 수도 있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 속도 역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점검이 필요하다. 야거(Yageo)의 KEMET 인수, 차이나칩(Chaozhou Three-Circle) 등 중화권 업체들이 고사양 라인업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반도체·부품 소재 국산화 정책이 지속될 경우 5년 내외의 시계에서 경쟁 구도에 변화가 올 수 있다.

해외 사례: 팬데믹 부품 대란과의 비교

2020~2021년 MLCC 공급 부족 사태를 돌이켜보면, 당시에도 Book-to-Bill Ratio의 급등이 선행 지표로 작동했고, 이후 약 12~18개월간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됐다. 무라타와 TDK의 해당 기간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5~8%포인트 상승했으며, 삼성전기 역시 MLCC 부문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수요 기반은 스마트폰·PC였지만, 이번에는 AI 서버라는 점에서 단가와 마진 구조가 더 유리하다는 차이가 있다.

일본 TDK가 AI 서버용 전력 변환 부품과 MLCC의 통합 솔루션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삼성전기 역시 단순 부품 공급자를 넘어 AI 서버 전력 회로 설계 단계부터 협력하는 솔루션 파트너십 모델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는 고객 전환 비용을 높이고 중장기적 수익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전망과 시사점

트렌드포스의 이번 경고는 단순한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AI 인프라 확장이라는 구조적 수요 변화가 부품 공급망에 미치는 파급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하반기 공급 부족이 현실화될 경우 AI 서버 완성품의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확장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전기 입장에서는 이 사이클이 수익성 회복과 고사양 포트폴리오 전환을 동시에 가속화할 절호의 기회다. 다만 이번 상승 사이클을 단기 이익 극대화에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AI 서버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 계약 확대, 차세대 MLCC 기술(고온 고용량 제품, 전력용 적층 인덕터 통합 등) 투자 확대, 소재 내재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강화에 연계시킬 때 지속 가능한 성장 서사를 완성할 수 있다.

글로벌 전자 부품 공급망은 AI라는 새로운 수요 엔진의 등장으로 재편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한복판에서 삼성전기가 무라타와 함께 이 변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 평가다. 문제는 기술 리더십과 생산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확장하느냐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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