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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중앙 사태, 한국 영화 투자·배급 생태계 흔드나

메가박스중앙을 둘러싼 경영 위기가 단순한 개별 기업 문제를 넘어 한국 영화 산업 전반의 구조적 불안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재 개봉 중이거나 후반 작업 중인 작품보다 이미 계약이 체결되어 제작에 들어간 '차기작'들의 향방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Odin Park기자
메가박스중앙 사태, 한국 영화 투자·배급 생태계 흔드나

메가박스중앙을 둘러싼 경영 위기가 단순한 개별 기업 문제를 넘어 한국 영화 산업 전반의 구조적 불안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재 개봉 중이거나 후반 작업 중인 작품보다 이미 계약이 체결되어 제작에 들어간 '차기작'들의 향방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호프'는 시작에 불과…진짜 문제는 파이프라인

메가박스중앙이 투자·배급을 맡은 영화 '호프'의 개봉 및 정산 문제가 표면적 논란의 도화선이 됐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계약을 완료하고 촬영에 돌입했거나 후반 작업 단계에 있는 작품들이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 계약이 체결된 상태에서 배급사가 자금 집행을 중단하거나 지연할 경우, 제작사는 즉각적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배우와 스태프의 임금 체불, 후반 작업비 미지급, 개봉 일정 불투명화 등 연쇄 피해가 불가피한 구조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 따르면 중소 제작사의 경우 단일 투자·배급사 의존도가 70%를 웃도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구조에서 배급사의 지급 지연은 곧바로 제작사의 도산 위협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2010년대 중반 한 대형 투자배급사가 재무 구조 조정에 들어갔을 당시, 연계 제작사 다수가 동반 경영난을 겪었던 전례가 있다.

구조적 문제: 수직 계열화의 그늘

메가박스중앙 사태는 한국 영화 산업 특유의 '수직 계열화' 구조가 낳은 취약성을 다시금 드러낸다. CJ ENM(CGV),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그리고 메가박스중앙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빅3' 체제 아래서 제작-투자-배급-상영이 단일 계열 내에서 완결되는 구조는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어느 한 고리가 흔들릴 때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취약점을 내포한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발표한 '2024년 한국 영화 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국내 극장 관객의 약 85%가 이들 빅3 직영·계열 상영관에서 발생한다. 배급사이자 상영관 운영사인 메가박스중앙이 특정 작품의 개봉 및 상영 일정을 조율하지 못할 경우, 해당 작품의 흥행 자체가 구조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작사·감독·배우 모두 '피해 대기 중'

업계에서는 메가박스중앙과 계약 관계에 있는 현재 진행형 프로젝트가 십여 편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에는 중견 감독들의 차기작과 대형 배우들이 출연을 확정한 작품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독립 제작사 대표는 "계약서상 투자 집행 시점이 지났는데 아무런 통보도 없다. 은행 대출로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감독과 배우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투자·배급 계약이 사실상 무력화될 경우 작품의 완성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이는 커리어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데뷔작이나 복귀작을 준비 중인 신인 또는 중견 감독들에게 이 같은 상황은 치명적이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 MGM 파산과 일본 도에이 구조조정

유사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 MGM은 2010년 파산 신청 당시 수십 편의 미완성 프로젝트가 제작 중단 상태에 놓였고, 007 시리즈 신작 개봉이 수년간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MGM은 결국 앤카 캐피털 등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다수의 독립 제작사들이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 분쟁에 휘말렸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 도에이와 쇼치쿠 등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구조조정에 나설 당시 정부 산하 일본예술문화진흥회(NHK 아트 공동 출자)가 일정 부분 제작 자금 완충 역할을 했다. 이는 한국 정부와 영진위의 역할론을 다시 환기시키는 대목이다.

영진위와 정부, 개입 수위 고민

영화진흥위원회는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영진위가 운용 중인 '한국영화 제작 안정화 펀드'의 긴급 지원 요건을 완화하거나, 피해 제작사를 대상으로 한 무이자·저금리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반론도 존재한다. 공적 자금을 투입해 민간 기업의 경영 실패를 사실상 보전해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평론가이자 산업 전문가인 한 관계자는 "지원의 초점은 메가박스중앙 본사가 아니라 계약 관계에서 일방적 피해를 입는 중소 제작사와 독립영화 섹터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이번 사태가 메가박스중앙의 단순 일시적 유동성 위기로 끝날지, 아니면 구조조정 혹은 매각·합병으로 귀결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한국 영화 산업의 과점 구조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투자·배급 시장의 다변화, 제작사의 복수 배급사 계약을 장려하는 표준계약서 정비, 투자금 집행 지연에 대한 법적 제재 강화 등이 중장기 과제로 거론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관객 회복세가 완전히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메가박스중앙 사태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한국 영화 제작 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한국 영화는 '기생충' 이후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저변을 이루는 산업 생태계가 얼마나 탄탄하게 버텨내느냐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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