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순간도 흠잡을 데가 없는 명작

플레이보이 카티 'Die Lit', 힙합의 문법을 바꾼 완벽한 57분

Odin Park기자
한 순간도 흠잡을 데가 없는 명작

힙합 앨범을 평가할 때 흔히 나오는 표현이 있다. "스킵할 곡이 없다."

하지만 플레이보이 카티의 《Die Lit》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이 앨범은 스킵할 곡이 없는 수준을 넘어, 단 한 순간도 흠잡을 데가 없다. 2018년 발매 당시에는 난해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Die Lit》은 트랩 음악의 방향을 바꾼 시대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았다.

《Die Lit》의 가장 큰 특징은 카티가 랩을 '가사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악기'처럼 사용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래퍼들이 메시지와 서사를 중심에 둔다면, 카티는 목소리 자체를 리듬과 멜로디의 일부로 녹여낸다. 의미보다 질감, 문장보다 분위기가 우선한다.

이러한 접근은 당시만 해도 호불호가 갈렸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수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이 따르게 될 새로운 문법의 출발점이었다.

프로듀싱 역시 빈틈이 없다. Pi'erre Bourne, Maaly Raw, Don Cannon 등 최고의 프로듀서들이 만든 비트는 화려하기보다 절제돼 있다. 808 베이스와 공간감, 반복적인 신스는 카티의 보컬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어느 하나 과잉인 요소가 없다.

덕분에 앨범은 19개의 트랙으로 구성됐음에도 흐름이 전혀 끊기지 않는다. 오프닝인 Long Time (Intro)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열면, R.I.P.가 폭발적인 에너지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이어 Lean 4 Real, Shoota, Mileage, FlatBed Freestyle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긴 러닝타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특히 《Die Lit》은 곡 하나하나보다 '앨범 전체'를 듣게 만드는 힘이 강하다. 플레이리스트 시대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현대 힙합 앨범이다. 트랙 간 분위기와 에너지의 배치가 치밀하게 계산돼 있어 한 곡만 떼어 듣는 것보다 앨범 단위 감상이 훨씬 큰 만족감을 준다.

카티의 영향력은 이후 더욱 분명해졌다. 2020년대 들어 등장한 수많은 레이지(Rage) 계열 사운드와 베이비 보이스 스타일, 미니멀한 플로우는 모두 《Die Lit》의 흔적을 품고 있다. 오늘날 메인스트림 힙합에서 자연스럽게 들리는 요소 상당수가 이 앨범을 거치며 대중화됐다.

물론 가사만 놓고 보면 깊은 서사나 사회적 메시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Die Lit》은 애초에 그런 앨범이 아니다. 이 작품은 감정을 논리로 설명하기보다 소리와 분위기로 전달한다. 클럽에서, 자동차 안에서, 이어폰을 낀 채 거리를 걸으며 느끼는 에너지 자체가 이 앨범의 메시지다.

그래서 《Die Lit》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유행을 좇은 음반이 아니라 유행을 만든 음반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앨범은 시대를 대표한다. 위대한 앨범은 시대를 바꾼다.

《Die Lit》은 분명 후자다. 그리고 지금 다시 들어도, 한 순간도 흠잡을 데가 없는 명작이다.

★★★★★ (5.0/5.0)

한줄평

"한 순간도 흠잡을 데가 없는 명작. 《Die Lit》은 플레이보이 카티의 최고작일 뿐 아니라 현대 트랩 힙합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시대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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