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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국내 실패 딛고 글로벌로 승부수

엔씨소프트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때 국내 게임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이 회사가 이제는 해외 매출이 국내를 앞지르는 구조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Odin Park기자
엔씨.
엔씨.

엔씨소프트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때 국내 게임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이 회사가 이제는 해외 매출이 국내를 앞지르는 구조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2026년 현재, 엔씨소프트의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를 초과하는 현상은 단순한 수치의 역전이 아니라, 회사의 생존 전략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내수 시장의 균열, 해외에서 찾은 숨구멍

국내 게임 시장은 최근 수년간 엔씨소프트에 가혹했다. '리니지' 시리즈로 쌓아올린 충성 유저층은 빠르게 노령화됐고, 젊은 세대는 넥슨·크래프톤·넷마블 등 경쟁사의 신규 IP와 글로벌 타이틀로 이탈했다. '리니지W'와 '쓰론 앤 리버티(TL)' 등 기대작들이 국내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주가는 2021년 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한 구간을 통과해야 했다.

반면 해외에서의 성적표는 다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마존게임즈와 협력해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는 북미·유럽 시장에서 의미 있는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서구권 MMORPG 팬들에게 엔씨소프트라는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일본·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도 일부 타이틀이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가며 해외 의존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글로벌 신작 라인업, 전략적 집중의 신호

엔씨소프트는 2026년 들어 글로벌 동시 출시를 전제로 한 신작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과거처럼 국내에서 검증 후 해외 진출이라는 순차적 방식을 버리고, 처음부터 글로벌 사용자를 주요 고객으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는 개발 비용과 마케팅 전략 모두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특히 PC와 콘솔을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 모바일 위주의 국내 시장과 달리 북미·유럽 시장은 여전히 PC·콘솔이 핵심 플랫폼으로 작동하며, 이에 맞는 UX 설계와 현지화 작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이전 엔씨소프트에서 보기 힘들었던 시도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가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글로벌 감각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이번 전략 전환이 진정성 있게 실행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경쟁 구도: 크래프톤·넥슨과의 비교

글로벌 확장이라는 면에서 국내 경쟁사들과의 비교는 엔씨의 과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PUBG)' 하나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억 명의 사용자 기반을 구축했고,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IP의 중국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해외 캐시카우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킬러 IP'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의 스퀘어에닉스와 세가 역시 국내(일본) 시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서구 시장 공략에 수년간 공을 들였다. 스퀘어에닉스의 경우 '파이널판타지XIV'의 서구권 흥행 성공까지 초기 실패와 재건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엔씨소프트에 대해서도 비슷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업계 안팎에 존재한다.

수익 구조의 재편: 지속가능성 논란

해외 매출 비중 확대가 반드시 긍정적 신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매출 자체가 줄어든 결과로 해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전체 매출 규모는 전성기 대비 감소 추세를 보여왔으며, 영업이익률 역시 과거 30%대에서 크게 후퇴한 상황이다.

구조조정과 인력 재배치도 지속되고 있어 내부 안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핵심 개발 인력의 이탈은 중장기 개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게임 산업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전략의 방향성은 옳지만, 실행력을 뒷받침할 내부 역량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지를 병행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망과 시사점: 전환의 기회, 실행이 관건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전략 전환은 한국 게임 산업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수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한국 게임사들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는 구조적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규모 자체가 제한적이며, 모바일 중심의 매출 구조는 유저 이탈 속도가 빠르다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향후 엔씨소프트의 성패는 두 가지 축에 달려 있다. 첫째, 글로벌 시장에서 '리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IP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가. 둘째, 과거의 고수익 '부분 유료화' 모델에서 벗어나 서구 시장이 선호하는 과금 방식과 게임 철학을 내재화할 수 있는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는 시점이 엔씨소프트의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전환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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