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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스타크래프트 후속작 개발…게임판 '빅딜' 임박

한국 게임 업계에 전례 없는 대형 협업 소식이 전해졌다. 넥슨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스타크래프트' 후속작 개발을 위한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외 게임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Odin Park기자
넥슨 로고.
넥슨 로고.

한국 게임 업계에 전례 없는 대형 협업 소식이 전해졌다. 넥슨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스타크래프트' 후속작 개발을 위한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외 게임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될 경우, 한국 게임사가 글로벌 IP(지식재산권)의 핵심 개발 주체로 나서는 사실상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스타크래프트, 왜 지금인가

스타크래프트는 1998년 블리자드가 출시한 실시간 전략(RTS) 게임으로, 전 세계적으로 1,100만 장 이상이 판매됐다. 특히 한국에서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PC방 문화를 이끌었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종을 탄생시키며 e스포츠 산업의 원형을 만들었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최전성기 시절 공중파 방송에서 정규 편성될 만큼 대중적 파급력이 컸다.

그러나 2010년 출시된 후속작 '스타크래프트 2'는 전작의 명성을 잇는 데 부분적으로 성공했을 뿐, e스포츠 생태계에서의 영향력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 등 후발 타이틀에 잠식됐다. 블리자드는 2020년 스타크래프트 2의 신규 콘텐츠 업데이트를 사실상 중단했고, 이후 해당 IP의 활용 방안을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업계에서 흘러나왔다.

넥슨이 낙점된 이유

넥슨이 협상 파트너로 떠오른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우선 넥슨은 한국 게임사 중 가장 탄탄한 글로벌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2024년 기준 넥슨의 연간 매출은 약 4조 원을 웃돌며, 현금성 자산과 투자 여력 면에서 국내 경쟁사를 압도한다. 또한 넥슨은 최근 수년간 자체 IP 의존도를 줄이고 외부 IP 활용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추진해왔다.

기술적 역량도 중요한 변수다. 넥슨의 자회사 넥슨게임즈는 '블루 아카이브'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개발 역량을 증명했고, 산하 스튜디오들은 PC·콘솔·모바일을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개발 경험을 축적했다. RTS 장르에 특화된 기술 인력을 별도로 보강할 경우, 스타크래프트 특유의 전략적 깊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게임 산업 전문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블리자드 입장에서 스타크래프트 IP를 직접 개발·운영하기보다 검증된 외부 파트너에게 위탁하는 방식이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리자드의 모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IP 라이선스 사업을 확대하는 기조 아래 이번 협상을 용인하거나 주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IP 라이선스 게임 개발의 명암

외부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 개발이 항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긍정적 사례로는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를 통해 마블, 스타워즈 등 다양한 IP와 협업하며 세계 최대 크로스오버 플랫폼으로 성장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반면 유명 IP를 기반으로 했음에도 게임성 부재로 흥행에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2021년 출시된 '헤일로 인피니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표 IP임에도 콘텐츠 부족으로 초기 흥행 모멘텀을 이어가지 못했다.

라이선스 계약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개발사가 창작의 자유를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고, 원 IP 보유사의 검수와 승인 과정에서 개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IP 파트너십은 브랜드 인지도라는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지만, 원작 팬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역풍이 더 거세게 분다"고 말했다.

e스포츠 생태계 재편 가능성

업계가 이번 딜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e스포츠 판도 변화다. 스타크래프트 후속작이 출시될 경우, 한때 한국 e스포츠의 상징이었던 RTS 장르가 부활할 가능성이 생긴다. 현재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은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소수 타이틀이 장악하고 있으며,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e스포츠 시청자 수는 약 5억 3,000만 명에 달한다.

넥슨이 스타크래프트 IP를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타이틀을 출시하고 e스포츠 리그 운영까지 참여할 경우, 국내 e스포츠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의 원로 팬층과 새로운 Z세대 게이머를 동시에 공략하는 '팬덤 브릿지' 전략이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의 기대와 우려

투자 시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할 공산이 크다. 글로벌 인지도를 지닌 IP의 확보는 넥슨의 기업가치 제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계약 조건, 구체적인 개발 방향, 플랫폼 전략 등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타크래프트라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와 '또 다른 실망'에 대한 트라우마가 공존한다. 2017년 출시된 리마스터 버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당시 향수를 자극하며 호평을 받았지만, 장기적인 유저 유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던 경험이 있다.

향후 전망과 시사점

이번 계약이 최종 성사된다면, 한국 게임 산업이 글로벌 콘텐츠 가치 사슬에서 단순 소비자나 e스포츠 흥행 시장을 넘어 '핵심 개발 주체'로 올라서는 상징적 이정표가 된다. 동시에 넥슨에게는 창사 이래 가장 무거운 브랜드 책임을 짊어지는 도전이기도 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주목할 대목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은 게임 IP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핵심 정책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이번 사례가 정책 지원의 실질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나아가 이번 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한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IP를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인 개발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계약의 윤곽이 공식 발표되는 시점이 한국 게임 산업의 새로운 챕터를 열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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