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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인도 총리 면담…'게임 강국' 승부수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직접 면담하며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 의지를 공식화했다. 단순한 비즈니스 회동을 넘어, 이번 만남은 한국 게임 기업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의 최고 지도자와 파트너십을 논의하는 이례적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Odin Park기자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왼쪽)이 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왼쪽)이 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크래프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직접 면담하며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 의지를 공식화했다. 단순한 비즈니스 회동을 넘어, 이번 만남은 한국 게임 기업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의 최고 지도자와 파트너십을 논의하는 이례적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인도는 왜 크래프톤의 핵심 시장인가

인도는 이미 크래프톤의 글로벌 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시장이다.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는 2021년 출시 이후 누적 다운로드 1억 건을 돌파하며 인도 모바일 게임 시장을 사실상 평정했다. 인도의 스마트폰 게임 이용자 수는 2024년 기준 약 5억 명을 넘어섰으며, 2027년까지 시장 규모가 60억 달러(약 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시장조사기관 루나(Luminar)와 레드시어(RedSeer)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인도 게임 시장의 성장 동력은 단순한 인구 규모가 아니다. 중위 연령 28세의 젊은 인구 구조, 저가 데이터 요금제 확산, 5G 인프라 급속 보급이 맞물리며 게임 소비의 질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유료 콘텐츠 결제 비율과 e스포츠 참여율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치적 외교와 비즈니스의 교차점

모디 총리와의 면담은 단순한 의례적 접촉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도 정부는 '아트마니르바르 바라트(자립 인도)' 정책 기조 아래 디지털·기술 분야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2023년부터 인도 정부는 게임 산업을 '창조 경제'의 핵심 분야로 지정하고, 게임 스타트업 지원 펀드와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정비해 왔다.

크래프톤은 이미 인도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 왔다. 2021년 인도 스타트업 투자 전용 펀드를 조성한 이후 쿠키런 개발사 데브시스터즈 외에도 인도 현지 게임·핀테크·에듀테크 스타트업 수십 곳에 투자를 집행했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투자 규모와 범위가 한층 확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BGMI 정책 리스크, 극복 과정이 남긴 교훈

크래프톤의 인도 행보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인도 정부는 2020년 중국과의 국경 분쟁을 계기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포함한 중국계 앱 200여 개를 일제히 차단했다. 크래프톤은 텐센트와의 퍼블리싱 계약을 재편하고 인도 전용 법인을 설립하는 등 1년 넘는 재정비 과정을 거쳐 2021년 BGMI로 귀환에 성공했다. 이후 2022년 재차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는 시련도 겪었지만, 인도 정부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복구하며 관계를 안정화했다.

이 경험은 크래프톤이 인도 시장에서 단순한 매출 극대화가 아닌, 현지 정부와의 신뢰 구축을 전략의 축으로 삼게 된 배경이 됐다. 장병규 의장이 직접 최고 지도자와 면담에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해외 비교: 빅테크의 인도 구애 경쟁

인도 최고위 지도자와의 면담을 통한 투자 공약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즐겨 활용해 온 전략이다. 팀 쿡 애플 CEO는 2023년 모디 총리와 만나 인도 생산 확대를 공언했고,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인도 공장 건설을 놓고 총리실과 직접 협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 역시 인도 공장 증설과 R&D 투자를 모디 정부와 연계해 발표하며 우호적 사업 환경을 확보했다.

한국 게임 기업으로서 이 반열에 오른 것은 크래프톤이 사실상 처음이다. 게임 산업의 외교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도 e스포츠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3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정부 차원에서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인정하는 입법 논의도 진행 중이다.

현지화 전략과 생태계 조성이 관건

전문가들은 크래프톤의 인도 투자가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려면 '현지 생태계 육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게임 산업 애널리스트 라훌 고스와미는 "외국 기업이 인도 게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입지를 갖추려면 콘텐츠 소비자를 넘어 개발자와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크래프톤이 인도 현지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공동 개발 체계를 구축할 가능성도 업계에서 거론된다.

인도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투자 확대 논의는 자국 청년 일자리 창출과 기술 역량 강화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한다. 게임 개발·운영·마케팅 인력 수요 증가는 IT 졸업생 흡수라는 사회적 과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전망: 인도를 제2의 본진으로

크래프톤은 한국 본사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인도를 사실상의 제2 본진으로 삼는 전략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모디 총리와의 면담은 그 전환점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향후 크래프톤이 인도 현지 IP 개발, 데이터센터 투자, e스포츠 리그 확대 등 복합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단일 게임 퍼블리셔를 넘어 인도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인프라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게임 산업 전체로 보면, 크래프톤의 인도 행보는 'K-게임'이 콘텐츠 수출을 넘어 현지 투자·생태계 조성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 다만 정책 리스크 재발 가능성과 중국 게임사들의 우회 진출 경쟁이 변수로 남아 있어, 정부 신뢰와 현지화 수준을 동시에 관리하는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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