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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전쟁] 안성탕면: 신라면보다 먼저 농심을 1등으로 만든 라면

지금은 신라면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원래 농심을 왕좌에 올려놓은 건 이 라면이었다

Odin Park기자
농심 안성탕면.
농심 안성탕면.

농심 안성탕면은 1983년 9월 출시된 국물라면이다. 신라면(1986년)보다 3년 앞서 나온 제품으로, 당시 만년 2위였던 농심을 라면업계 정상에 처음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이름은 스프를 전담 생산하는 경기 안성 공장에서 따왔다.

이야기

1980년대 초 라면 시장은 삼양이 오랫동안 주도해왔다. 면발 경쟁에 집중하던 삼양과 달리, 농심은 스프 자체를 차별화하는 쪽으로 승부를 걸었다. 소뼈와 고기 육수에 된장과 고춧가루를 더해 구수하면서도 얼큰한 우거지 장국 같은 국물을 구현했고, 이 시도는 출시 3개월 만에 큰 인기를 끌며 적중했다. 삼양은 곧바로 '서울탕면', '영남탕면', '호남탕면' 같은 대항마를 내놨지만 큰 반향 없이 단종됐다.

효과는 숫자로도 확인됐다. 출시 4년 만인 1987년 매출 442억원을 달성했고, 출시 1년 6개월 만인 1985년 3월에는 시장점유율 40.4%를 기록하며 삼양에 밀려 있던 농심을 업계 1위로 끌어올렸다. 1990년 조사에서도 안성탕면은 점유율 15.5%로 신라면(14.0%), 육개장 사발면(6.9%)을 제치고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배우 강부자를 앞세운 광고와 '내 입에 안성맞춤'이라는 카피도 오랫동안 대중에게 각인됐다. 지금도 경상도 지역에서는 소울푸드로 통할 만큼, 지역색 짙은 팬덤을 가진 몇 안 되는 라면이기도 하다.

출시 4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성탕면은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3년에는 40주년을 기념해 매운맛을 아예 뺀 '순하군 안성탕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된장 베이스에 닭 육수를 더해 감칠맛을 살리면서도 고춧가루를 빼 스코빌지수를 0으로 만든 제품으로, 얼큰함이 부담스러운 소비자층까지 끌어안으려는 시도였다.

맛 평가

안성탕면의 국물은 된장 베이스에 소고기·사골 육수, 얼큰한 고춧가루가 어우러진 구성이다. 첫맛은 구수하고 걸쭉한데, 자극적인 매운맛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장맛에 가까운 은은한 깊이가 인상적이다. 신라면처럼 확 치고 들어오는 매운맛도, 진짬뽕처럼 불맛으로 각인되는 개성도 없지만, 그만큼 물리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면발은 다른 농심 라면들과 달리 사각형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원형 면발이 주류인 농심 제품군 안에서 흔치 않은 형태인데, 면이 가늘어 바삭하고 먹기 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라면으로 즐기는 소비자가 유독 많은 것도 이런 면발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국물 자체의 풍미가 두드러지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강렬한 임팩트를 기대하는 소비자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총평

안성탕면은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도화지 같은 라면'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제품이다. 부재료를 더하든 그대로 끓이든 무난하게 맛을 완성해주는 범용성이 이 라면의 진짜 무기다. 다만 화려한 개성보다 무난한 완성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니, 최근 프리미엄·자극적인 맛으로 재편되는 라면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옅어진 것도 사실이다. 농심을 1위로 만든 원조 국물라면이라는 상징성은 여전하지만, 지금 세대 소비자에게 그 서사가 얼마나 와닿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 (3.0/5.0)

한줄평
"화려했던 적은 없지만, 42년째 식탁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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