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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회생에서 담합까지, 유통·식품 국감 핵심 쟁점

2026년 국정감사 시즌, 국회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유통·식품업계 청문 테이블이 그 어느 해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진행 상황, 주요 식품·유통기업의 담합 의혹, 그리고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동시에 도마 위에 오르며 업계 전반의…

Odin Park기자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2026년 국정감사 시즌, 국회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유통·식품업계 청문 테이블이 그 어느 해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진행 상황, 주요 식품·유통기업의 담합 의혹, 그리고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동시에 도마 위에 오르며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수면 위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홈플러스 회생: '대마불사'의 신화는 끝났는가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것은 유통업계에 상징적 충격을 안겼다. 한때 연 매출 7조 원을 상회하던 이 유통 공룡이 법원의 회생 테이블에 오른 것은, MBK파트너스의 차입매수(LBO) 방식 인수 이후 누적된 재무 부담과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구조적 침체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MBK파트너스의 경영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대형 유통 인프라를 인수한 뒤 자산 매각과 배당 수익에 집중하면서 정작 운영 투자와 협력업체 보호는 뒷전이 됐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홈플러스 회생 신청 이후 납품 중소기업 수백 곳이 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며 연쇄 피해 우려가 커졌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이 사태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실패가 아닌, 사모펀드 중심 유통기업 M&A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의 BHS 백화점이 사모펀드 인수 후 파산하면서 연금 수급자와 협력업체에 막대한 피해를 준 선례가 그 경고음이 됐듯, 한국 역시 사모펀드의 유통업 지배에 대한 제도적 안전망 논의가 불가피한 시점에 이르렀다.

담합: 밥상 물가 뒤에 숨겨진 카르텔

국감 테이블의 또 다른 핵심 의제는 식품·유통기업의 가격 담합 의혹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수년간 라면, 밀가루, 설탕, 참기름 등 주요 생필품 카테고리에서 복수의 제조·유통사가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 조율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국내 식품 가격 인상률은 소비자물가지수 전체 상승률을 꾸준히 상회해왔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이 분명 존재하지만, 동일 카테고리 기업들이 수주 내 일제히 같은 수준의 인상을 단행하는 패턴은 자연스러운 시장 반응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과거 보고서에서 "과점적 시장 구조가 유지되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묵시적 공모는 명시적 합의보다 적발이 어렵고 소비자 피해는 더 광범위하게 발생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의원들은 이번 국감에서 공정위의 조사 진행 속도와 제재 수위를 집중 추궁하고 있으며, 업계는 원가 압박의 불가피성을 방어 논리로 내세우고 있어 공방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개인정보 유출: 수천만 명의 데이터가 위협받다

세 번째 쟁점은 유통·플랫폼 기업의 소비자 개인정보 관리 실태다. 멤버십 기반의 대형 유통사들이 수천만 명의 구매 이력, 위치 정보, 금융 연계 데이터를 보유하는 구조에서 해킹 및 내부자 유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 문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유통·이커머스 분야의 개인정보 침해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멤버십과 온라인 플랫폼이 결합된 통합 데이터베이스는 유출 시 피해 범위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보안 투자의 적절성이 도마에 오른다.

유럽연합의 GDPR(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은 정보 유출 발생 시 전 세계 연매출의 최대 4%까지 제재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현행법의 과징금 상한선은 여전히 이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기업이 보안 투자보다 벌금 납부를 선택하는 '비용 계산' 구조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국감장에서도 제기됐다.

구조적 연결고리: 세 가지 문제의 공통 뿌리

홈플러스 회생, 담합, 정보유출이라는 세 쟁점은 표면적으로 별개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에는 국내 유통·식품업계의 공통된 구조적 문제가 자리한다. 첫째, 시장 감시 기능의 작동 지연이다. 사전 예방보다 사후 제재에 의존하는 규제 체계가 피해를 키운다. 둘째, 소비자와 협력업체의 교섭력 열위다. 과점 구조에서 소비자는 선택권이 제한되고, 납품업체는 거래 단절을 우려해 불공정 행위를 신고하기 어렵다. 셋째, 디지털 전환 속도에 비해 법제도 정비가 뒤처지는 현실이다.

전망과 시사점

이번 국감을 계기로 유통업계에 대한 제도적 재설계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의 주요 유통기업 인수 시 납품업체 보호 기금 의무화, 식품 가격 인상 시 공시 의무 강화, 개인정보 보호법의 과징금 상한 상향 등이 유력한 입법 아젠다로 거론된다.

그러나 입법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려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집행 역량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 조언이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시장 구조의 관성을 꺾을 수 없으며, 결국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생태계 설계가 핵심 과제로 남는다. 국감이 '호통의 장'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와 시민사회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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