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히스토리

[밸류업 히스토리] 삼성전기

삼성전기는 1973년 설립된 삼성그룹 계열의 전자부품 전문 제조기업으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카메라모듈·반도체 패키지기판 등 3대 핵심 사업을 축으로 글로벌 전자부품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기업 개요

삼성전기는 1973년 설립된 삼성그룹 계열의 전자부품 전문 제조기업으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카메라모듈·반도체 패키지기판 등 3대 핵심 사업을 축으로 글로벌 전자부품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로서 시가총액은 한때 20조 원을 상회하며 국내 대표 부품주로 분류된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 그리고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약 23%)로 자리하는 지배구조는 삼성전기의 주주환원 정책을 논의할 때 빠지지 않는 구조적 맥락이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4년부터 본격화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논의, 즉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삼성전기에도 새로운 주주환원 요구를 불러왔다. MLCC 시황 사이클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배당 성향을 유지해온 삼성전기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질적 수혜주'로 자주 언급되는 동시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병존한다. 삼성전기의 주주환원·지배구조 역사를 시간순으로 추적하면 한국 전자부품 대표기업이 자본시장의 변화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압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업 기반과 실적

△ 3대 사업 축의 구조적 특성

삼성전기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컴포넌트 부문(MLCC 등 수동소자)은 스마트폰·전장·서버 등 전방 수요에 직결되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창출하는 핵심 엔진이다. 둘째, 광학통신솔루션 부문(카메라모듈)은 스마트폰 카메라 다중화 트렌드의 수혜를 받아왔으나,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아 협상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셋째, 패키지솔루션 부문(반도체 기판)은 AI·서버 수요 증가로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으나 설비투자(CAPEX) 부담이 크다.

이 같은 구조는 삼성전기의 주주환원 역량이 MLCC 업황 사이클에 강하게 연동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호황기에는 잉여현금흐름이 급증해 배당·자사주 확대 여력이 생기지만, 불황기에는 설비투자 우선 논리에 밀려 주주환원이 후순위로 밀리는 패턴이 반복됐다.

△ 연도별 주요 실적 추이

연도 | 매출액(억 원) | 영업이익(억 원) | 영업이익률(%) | 순이익(억 원)

2019 | 80,072 | 7,455 | 9.3 | 5,788

2020 | 83,932 | 8,375 | 10.0 | 6,712

2021 | 97,480 | 13,038 | 13.4 | 10,491

2022 | 99,716 | 10,286 | 10.3 | 7,987

2023 | 88,556 | 6,174 | 7.0 | 4,830

2024 | 99,200 | 10,100 | 10.2 | 7,800

*2024년 수치는 잠정 추정치 기반*

2021년 MLCC 슈퍼사이클 당시 영업이익이 1조 3,038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글로벌 경기 둔화·재고 조정이 맞물린 2022~2023년에는 수익성이 크게 꺾였다. 2024년 들어 AI 서버용 MLCC 및 전장 수요 회복에 힘입어 점진적 반등세로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밸류업 주요 사항

△ 2017년 이전 — 보수적 배당 기조의 형성

삼성전기는 오랫동안 주당배당금(DPS) 기준 연 500~1,000원 수준의 배당을 유지하며 '배당 불모지'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왔다. 배당성향은 대체로 10~15% 내외에 머물렀으며, 이는 국내 동종 부품사 평균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었다. 삼성그룹 전반에 걸친 보수적 재무 문화와 대규모 설비투자 수요가 낮은 배당성향의 주된 배경으로 꼽혀왔다.

△ 2018년 03월 — 첫 자사주 매입·소각 공시

2018년 이사회는 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의했다. 이는 삼성전기 역사상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 도구로 공식화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다만 취득 후 소각까지 이어지지 않은 물량이 일부 남아 있어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 2021년 02월 — 배당성향 상향 및 중기 주주환원 정책 발표

MLCC 슈퍼사이클 수혜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1년, 삼성전기는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단계적 상향하겠다는 중기 계획을 처음으로 공표했다. 2020년 결산 기준 주당 1,000원에서 2021년 결산 기준 주당 2,000원으로 배당금을 두 배 늘린 것도 이 시기의 성과다. 이사회 내 주주환원 논의가 보다 체계화되는 계기가 됐다.

△ 2022년 11월 — 자사주 추가 취득 및 소각 병행 선언

실적 정점 이후 주가가 하락 압력에 직면하자 삼성전기는 1,000억 원 규모 자사주 취득을 재차 결의하고, 이번에는 취득 물량 전량을 소각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기존 자사주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는 조치로, 시장에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 감소를 통해 주당순이익(EPS) 개선 효과를 낳는다.

△ 2024년 02월 — 밸류업 프로그램 대응 기조 정립

정부의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삼성전기는 2024년 결산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 유지자사주 매입·소각 지속 방침을 투자자 대상 IR(기업설명회)에서 재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주주환원 총액 기준 연간 2,000억 원 이상을 목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성을 강화하고, ESG 위원회 역할을 주주환원 정책 심의까지 확대하는 방향의 지배구조 개선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2024년 10월 — 밸류업 공시 참여 및 중장기 계획 제출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공시 플랫폼이 가동된 이후, 삼성전기는 자발적 밸류업 공시에 참여해 PBR 1배 회복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수익성 개선 로드맵과 주주환원 계획을 함께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PBR 1배 이하 상태가 수년째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목표 설정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과제와 평가

◆ 향후 과제

삼성전기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배당성향의 안정적 상향이다. 현재 목표치인 30% 수준은 글로벌 동종기업 대비 여전히 낮다. 일본의 무라타제작소, 태양유전 등 경쟁사들이 40~50%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실적 변동성이 큰 업종 특성상 배당성향을 업사이클·다운사이클 관계없이 유지하는 '배당 안정성' 확보가 관건이다.

둘째, 자사주 소각의 제도화다. 현재까지 삼성전기의 자사주 정책은 이사회 결의에 따라 단발성으로 집행되는 구조다. 미국·유럽 선진 기업들처럼 연간 자사주 소각 규모를 사전에 약속하고 이행 여부를 공개 검증받는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셋째,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다.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구조에서 삼성전기의 경영 의사결정이 삼성전자 그룹 전체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존재한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소수주주 보호 장치를 명문화하는 것이 중장기 신뢰 구축의 핵심이다.

◆ 평가

삼성전기의 밸류업 행보는 '의미 있는 시작, 그러나 아직 진행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8년 이전까지 사실상 주주환원에 무관심했던 기업이 2021~2024년 사이 배당금 두 배 인상, 자사주 소각 도입, 밸류업 공시 참여까지 빠른 속도로 변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 변화가 사이클 호황기의 일시적 수혜에 기댄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 전환인지를 확인하려면 다음 다운사이클에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국내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기에 대해 "밸류업 프로그램의 진정한 수혜 여부는 2025~2026년 실적 둔화 국면에서의 주주환원 유지 여부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논란과 한계

△ 삼성전자 종속 구조와 이중 대리인 문제

삼성전기 이사회가 삼성전자의 이해관계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인가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논란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전기의 최대주주인 동시에 최대 고객사다. 이 이중적 관계는 삼성전기가 납품 단가, 계약 조건, 설비투자 시기 등 핵심 경영 변수에서 진정한 독립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수주주 입장에서 보면, 삼성전기의 이익이 최적화되는 방향보다 삼성그룹 전체 밸류체인의 효율 극대화를 위해 삼성전기의 이해가 희생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MLCC 사이클 의존과 주주환원의 불안정성

삼성전기의 주주환원 역량은 MLCC 업황 사이클과 지나치게 동조화된다는 한계가 있다. 2023년 실적 하락기에 주당배당금이 동결 혹은 소폭 감소한 것은 "배당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 중장기 배당 정책이 명문화되어 있더라도 업황 악화 시 실질적인 이행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기관투자자, 특히 장기 배당 수익을 선호하는 연기금의 매력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 PBR 1배 미만의 장기화와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삼성전기의 PBR은 2022년 이후 꾸준히 1배를 하회하고 있다. 글로벌 동종기업인 무라타제작소(PBR 2~3배), TDK(PBR 2배 수준)와 비교하면 상당한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배당 확대만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저평가 문제로, ROE 개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가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기가 밸류업 공시에 참여했지만 구체적인 ROE 목표치나 자본배분 원칙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형식적 참여'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 자사주 '보유'와 '소각' 사이의 간극

삼성전기는 자사주 매입 이후 일부 물량을 임직원 스톡옵션 재원 등으로 활용해왔다. 소각되지 않은 자사주는 언제든 시장에 재매각될 수 있어 주주가치 희석 요인으로 남는다. 자사주 매입 공시가 주가 부양을 위한 단기 시그널에 그치지 않으려면, 취득 계획 단계에서부터 소각 일정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진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핵심 수치 요약

연도 | 주당배당금(원) | 배당성향(%) | 자사주 취득·소각(억 원) | 영업이익(억 원) | PBR(배)

2018 | 1,000 | 약 14 | 취득 500 / 소각 미시행 | 6,524 | 1.8

2019 | 1,000 | 약 17 | — | 7,455 | 1.2

2020 | 1,000 | 약 15 | — | 8,375 | 2.1

2021 | 2,000 | 약 20 | — | 13,038 | 2.4

2022 | 2,000 | 약 25 | 취득·소각 1,000 | 10,286 | 1.1

2023 | 2,000 | 약 41 | 취득·소각 500 | 6,174 | 0.9

2024 | 2,000~2,500(추정) | 약 30 이상 | 소각 지속(추정) | 10,100(추정) | 0.9~1.0

*PBR은 연말 기준 추정치이며, 자사주·배당 수치는 공시 기반 추정 포함*

삼성전기의 밸류업 히스토리는 한국 대표 전자부품 기업이 '이익 창출 기계'에서 '주주가치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여정의 초입에 있음을 보여준다. 배당금 인상과 자사주 소각이라는 도구는 갖춰졌으나, 이를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제도화하고 지배구조 투명성과 결합시키는 것이 다음 단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공유X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