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히스토리

[밸류업 히스토리] DL

DL(구 대림산업)은 건설·화학·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복합 지주회사로, 2021년 3월 대림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법인명을 갖게 됐다. 건설 계열사 DL이앤씨와 석유화학 계열사 DL케미칼을 핵심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중견 지주회사다.

Mathew Rio기자
[밸류업 히스토리] DL

기업 개요

DL(구 대림산업)은 건설·화학·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복합 지주회사로, 2021년 3월 대림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법인명을 갖게 됐다. 건설 계열사 DL이앤씨와 석유화학 계열사 DL케미칼을 핵심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중견 지주회사다.

DL은 국내 대형 지주회사 가운데 전통적으로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이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지주사 할인 문제가 맞물리면서, 2023년 이후 정부가 추진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및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흐름 속에서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건설 업황 악화와 화학 부문 수익성 저하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서, DL이 어떤 방식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느냐는 시장의 핵심 관심사 중 하나다.

지주사 전환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면서 자회사 지분 가치와 지주사 주가 사이의 괴리가 지속됐고, 이는 밸류업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DL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주가 할인율이 장기간 50% 내외를 유지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점에서 DL은 한국 지주사 디스카운트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사업 기반과 실적

△ 지주사 체제와 사업 구조

DL의 핵심 수익원은 DL이앤씨와 DL케미칼 두 축이다. DL이앤씨는 주택·플랜트·토목을 아우르는 종합건설사로, 수년간 주택 분양 호황 속에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DL케미칼은 폴리부텐·합성고무 등 특수 화학 제품군을 주력으로 하며, 2022년 미국 크레이튼(Kraton) 인수를 통해 글로벌 사업 기반을 대폭 확장했다.

지주회사 DL 본체는 자회사 배당수익과 부동산·에너지 투자 수익이 주된 수입원이다. 자회사 실적에 연동되는 구조인 만큼, 건설·화학 업황 변화에 지주사 현금흐름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 연도별 주요 실적

연도 | DL(지주) 영업이익 | DL이앤씨 영업이익 | DL케미칼 영업이익 | 주당배당금(DL 보통주)

2021 | 약 1,600억 원 | 약 4,700억 원 | 약 2,200억 원 | 4,000원

2022 | 약 1,200억 원 | 약 3,800억 원 | 약 1,400억 원 | 4,000원

2023 | 약 800억 원 | 약 2,100억 원 | 약 600억 원 | 4,000원

2024 | 약 700억 원 | 약 1,500억 원 | 약 500억 원 | 4,000원

*수치는 공시 및 증권사 추정치 기반이며 일부 수치는 반올림 처리됨*

△ 업황 악화와 수익성 압박

2022년 하반기 이후 국내 건설 경기 침체와 함께 DL이앤씨의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건설업 전반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DL이앤씨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원가 상승과 분양 시장 냉각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현저히 저하됐다. DL케미칼 역시 크레이튼 인수 이후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기대만큼의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제기됐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주주환원 여력과 직결되는 요소로, DL의 밸류업 실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

밸류업 주요 사항

△ 2021년 03월 — 대림산업 인적분할·지주사 전환: 밸류업의 출발점

대림산업이 지주회사 DL과 사업회사 DL이앤씨·DL케미칼로 분리됐다. 회사 측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각 사업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분할 직후부터 지주사 주가가 자회사 지분가치 합산 대비 큰 폭으로 할인 거래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의 실질적 주주가치 제고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다.

△ 2022년 01월 — DL케미칼, 크레이튼 인수 완료: 성장 전략의 이중성

DL케미칼이 미국 특수화학 기업 크레이튼을 약 2조 4,000억 원에 인수 완료했다. 이는 DL그룹의 글로벌 확장 의지를 보여주는 대형 딜이었으나, 동시에 막대한 차입금을 동반한 탓에 그룹 재무 레버리지가 확대됐다. 일부 분석가들은 공격적 투자가 주주환원 재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 2023년 —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논의 본격화: 대응 전략 부재 비판

금융당국이 'PBR 1배 미만'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유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DL의 PBR은 당시 0.3~0.4배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업계에서는 DL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대상 기업군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이 시기 DL은 구체적인 주주환원 확대 계획이나 밸류업 공시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2024년 02월 —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 공식 출범: 공시 압박 강화

금융위원회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식화하면서 상장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본격적으로 권고됐다. DL 역시 기업설명회(IR)와 주주총회 등에서 관련 질의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 수준은 주당 4,000원으로 수년째 동결돼 있었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 주주환원 수단은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만 사항으로 꼽혔다.

△ 2024년 하반기 — 밸류업 지수 편입 불발: 시장의 냉정한 평가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에 DL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주주환원율, 자본효율성, 주가 상승률 등의 지표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는 DL의 밸류업 행보가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 2025년 — 자사주 처분·소각 공시 의무화 논의 확산: 제도적 압박

정부와 금융당국이 자기주식 보유 상장사 전체에 대해 보유·처리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DL의 경우 보유 자사주 규모와 활용 방안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공시 의무화 조치가 적용될 경우 추가적인 주주환원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제와 평가

◆ 향후 과제

DL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지주사 할인 해소다. 자회사 가치의 합산 대비 지주사 주가가 50% 안팎의 할인율을 지속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밸류업 공시가 실질적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자회사 배당 확대를 통해 지주사 현금흐름을 강화하고, 이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DL케미칼의 크레이튼 인수로 불어난 부채를 안정적으로 축소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 셋째, 장기간 동결된 배당 수준을 점진적으로 높이거나,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시장에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건설 업황 회복 없이는 DL이앤씨의 실적 정상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도 과제로 남는다. 2026년 이후 상법 개정과 자사주 공시 의무화 등 제도적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DL은 더욱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주주환원 계획을 시장에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평가

DL의 밸류업 행보는 한국 대기업 지주사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온 '소극적 주주환원'의 전형적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주사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 정책 및 자사주 활용 전략 면에서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는 점은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다만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와 글로벌 확장이라는 성장 전략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며, 중장기적으로 크레이튼 인수가 DL케미칼의 수익성 제고에 기여할 경우 밸류업의 물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시장은 DL이 실적 회복 국면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을 늘릴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논란과 한계

△ 지주사 할인의 구조적 고착화

DL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주사 할인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주사는 자회사에 대한 의결권과 배당 수취권을 보유하지만, 이를 주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파이프라인이 작동하지 않으면 시장은 지주사 자체를 독립적인 가치 창출 주체로 인정하기 어렵다. DL의 경우, 자회사 배당이 지주사를 거쳐 최종 주주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세금·비용 등의 누수가 발생한다는 점도 할인 요인으로 거론된다.

△ 배당 정책의 경직성

주당 4,000원의 배당이 수년간 동결된 것은 주주환원 의지의 부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는 환경에서 명목 배당 동결은 실질 배당의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장기 주주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 경쟁 지주사들이 특별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 강화에 나서는 흐름과 대조적이라는 비판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 크레이튼 인수 이후 재무 부담

DL케미칼의 크레이튼 인수는 그룹 전반의 차입금 확대로 귀결됐다. 인수 이후 글로벌 화학 업황이 악화되면서 기대했던 시너지가 아직 충분히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높은 재무 레버리지는 자회사 배당 여력을 제약하고, 이는 다시 지주사의 주주환원 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 밸류업 공시의 형식화 우려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기업들이 실질적 내용 없이 공시 요건만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업계에서 제기돼 왔다. DL 역시 구체적이고 수치화된 주주환원 목표나 실행 타임라인 없이 원론적 수준의 기업가치 제고 방침을 밝히는 데 그칠 경우,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 강화 논의(2026년 7월 예정)가 코스피 상장사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DL은 한층 정교한 공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핵심 수치 요약

연도 | 배당(주당, 보통주) | 자사주 매입·소각 | DL 지주 영업이익 | DL이앤씨 영업이익 | DL케미칼 영업이익 | PBR(DL 지주, 추정)

2021 | 4,000원 | 미미한 수준 | 약 1,600억 원 | 약 4,700억 원 | 약 2,200억 원 | 약 0.4배

2022 | 4,000원 | 미미한 수준 | 약 1,200억 원 | 약 3,800억 원 | 약 1,400억 원 | 약 0.35배

2023 | 4,000원 | 미미한 수준 | 약 800억 원 | 약 2,100억 원 | 약 600억 원 | 약 0.3배

2024 | 4,000원 | 미미한 수준 | 약 700억 원 | 약 1,500억 원 | 약 500억 원 | 약 0.3배

*PBR 및 일부 실적 수치는 증권사 추정치 및 공개 자료 기반이며, 확정치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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