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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트랙] 소녀시대 - Gee: 걸그룹의 문법을 새로 쓴 3분

앞선 네 편이 해외 진출과 밈, 메시지의 힘을 다뤘다면, 이번엔 산업의 골격 자체를 바꾼 곡이다

Odin Park기자
소녀시대 'Gee'.
소녀시대 'Gee'.

편집자주: '원 트랙'은 노래 한 곡을 통해 K팝 산업의 흐름을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다섯 번째 편은 이후 10년 넘게 이어질 K팝 걸그룹의 원형을 만든 곡, 소녀시대의 'Gee'입니다.

2009년 1월 5일 공개된 'Gee'는 소녀시대의 첫 미니앨범 동명 타이틀곡이다. 태연·써니·티파니·효연·유리·수영·윤아·서현·제시카 9인조로 2007년 8월 5일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데뷔한 소녀시대는, 이 한 곡으로 데뷔 1년 반 만에 국내 걸그룹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탄생 배경 — 두 라이벌 그룹의 유산을 잇다

'Gee'는 작곡팀 이트라이브(E-tribe)가 만든 곡으로, 첫사랑에 빠진 소녀의 설렘과 수줍음을 담은 경쾌한 댄스팝이다. 이 곡의 정체성은 SM이 과거 배출한 걸그룹 S.E.S.의 신비롭고 세련된 분위기와, 라이벌사였던 DSP엔터테인먼트의 핑클이 구축한 친근한 '옆집 소녀' 이미지를 절묘하게 결합한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뮤직비디오는 조수현 감독이 연출했고, 2008년 12월 경기도 양수리의 한 세트장에서 마네킹과 의류멀티숍을 콘셉트로 촬영됐다. 흥미롭게도 한국판과 일본판 뮤직비디오 모두에 당시 샤이니 멤버였던 민호가 등장한다.

성과와 기록 — 걸그룹 역사를 다시 쓰다

'Gee'는 공개 즉시 각종 실시간 차트를 휩쓸었다. KBS '뮤직뱅크'에서는 9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당시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오래 정상을 지킨 곡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SBS '인기가요'에서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연말 시상식에서의 성과는 더 압도적이었다. 2009년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는 올해의 노래상과 올해의 가수상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했고, 2010년 2월 서울가요대상에서 디지털음원상과 본상을, 가온차트 발간 기념식에서는 그해 디지털 음원 부문 최고 인기곡으로 선정됐다. 3월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올해의 노래상을, 12월에는 일본 레코드대상 신인상까지 받았다. 지금까지도 여러 평론가와 매체들이 'Gee'를 소녀시대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곡으로 꼽는다.

산업적 의미 — 걸그룹을 국민적 현상으로 만들다

'Gee'의 진짜 영향력은 음악 순위를 넘어선 지점에 있다. 히트 이후 소녀시대는 드라마·예능·광고 등 방송 전반으로 활동 영역을 급격히 넓혔다. 2009년 한 해에만 광고를 15편 촬영했고, 하루 평균 약 39회꼴로 방송에 노출됐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대중적 노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룹 전체의 인기와 별개로 멤버 개개인이 각자의 영역(화장품 브랜드 모델 등)에서 활동하는 방식도 이 시기부터 본격화됐다.

이런 흐름은 이후 등장한 수많은 K팝 걸그룹들이 그대로 이어받은 산업 문법이 됐다. 그룹 전체의 강력한 타이틀곡 하나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뒤, 그 화력을 발판 삼아 멤버 개개인의 방송·광고 활동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Gee' 이전에도 걸그룹은 존재했지만, 이 정도 규모로 대중문화 전반을 장악하며 '국민 걸그룹'이라는 위상을 만들어낸 사례는 드물었다.

뒷이야기 — 세대를 넘은 헌정

'Gee'는 발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대중문화 안에서 계속 소환된다. 2020년에는 여러 그룹 소속의 쥐띠 멤버들(CLC·에이프릴·우주소녀·모모랜드 등)이 모여 이 곡을 커버하며 세대를 넘어선 오마주 무대를 만들기도 했다. 발매된 지 10년이 넘은 곡이 후배 아이돌들의 헌정 무대로 계속 소환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 곡이 K팝 안에서 갖는 상징적 위치를 보여준다.

의미

'Gee'가 갖는 의미는 앞선 네 곡과는 성격이 다르다. Dynamite·강남스타일·Hype Boy·봄날이 모두 '어떻게 국경을 넘었는가'를 보여줬다면, 'Gee'는 국내 시장 안에서 '어떻게 하나의 신(scene) 전체를 재편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후 등장한 수많은 K팝 걸그룹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변주해온 성공 공식의 원형이, 바로 이 3분짜리 곡에서 시작됐다.

한줄평

"국경을 넘기 전에, 먼저 걸그룹의 판을 새로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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