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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적자의 늪에서 1조 과징금 폭탄까지

누적 적자의 그늘이 채 가시지 않은 쿠팡이 전례 없는 규모의 과징금과 세금 청구서를 동시에 받아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1조원대 과징금 예고와 세무당국의 추가 세금 부과가 맞물리면서, 이미 85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쿠팡의 재무 체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Odin Park기자
쿠팡 로고.
쿠팡 로고.

누적 적자의 그늘이 채 가시지 않은 쿠팡이 전례 없는 규모의 과징금과 세금 청구서를 동시에 받아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1조원대 과징금 예고와 세무당국의 추가 세금 부과가 맞물리면서, 이미 85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쿠팡의 재무 체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성장의 이면"—적자와 제재의 동시 충격

쿠팡은 지난 수년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업계 추산 기준 쿠팡의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2024년 기준 약 25~30%에 달하며, 사실상 1위 사업자 지위를 굳혔다. 그러나 공격적인 풀필먼트 인프라 투자와 로켓배송 네트워크 확장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흑자 전환이 지연되고 있으며, 최근 집계된 영업적자 규모는 약 850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하려는 과징금은 단순한 행정 제재를 넘어 기업 존립의 근간을 흔드는 수위로 평가된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사 PB(Private Brand)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부당하게 노출하고, 입점 판매자에 대해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반복했다는 혐의를 집중 조사해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의 알고리즘 조작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경쟁 사업자를 구조적으로 배제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산정 논리—"1조원"의 근거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산정된다. 쿠팡의 국내 거래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1조원대 과징금 산출 자체가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실제로 공정위는 2021년 네이버쇼핑에 2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구글코리아에 2207억원을 부과하는 등 플랫폼 제재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이번 쿠팡 사안은 그 연장선상에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세금 부과 측면에서는 쿠팡의 복잡한 법인 구조가 쟁점이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델라웨어 법인 Coupang, Inc.의 한국 자회사인 쿠팡(유)를 통해 사업을 운영한다. 국세청은 쿠팡의 국내외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문제와 소득 귀속 문제를 집중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 전문가들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과세 논의가 국내에도 반영되고 있으며, 쿠팡이 그 첫 번째 대형 타깃이 됐다"고 분석한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플랫폼 길들이기"는 세계적 흐름

쿠팡이 직면한 상황은 한국만의 특수 현상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디지털시장법(DMA)을 전면 시행하며 아마존, 구글, 메타 등 대형 플랫폼에 자사 우대 금지 의무를 부과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 대해 수년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라쿠텐과 아마존재팬에 대해 유사한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아마존은 EU의 조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법률 비용을 지출했으며, 자사 알고리즘 구조를 공개하는 데 합의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갔다. 전문가들은 "쿠팡도 소송·이의 신청 절차를 통해 최종 확정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으며, 그 사이 기업 이미지 훼손과 투자자 신뢰 하락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입점 판매자와 소비자—이해관계자 시각의 충돌

쿠팡의 PB 상품 우대 문제는 이해관계자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중소 판매자들은 "로켓배송 기반 PB 상품이 검색 상단을 독점하면서 자사 제품이 사실상 노출 기회를 잃었다"고 호소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플랫폼이 심판이자 선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는 시장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해친다"며 공정위 제재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반면 쿠팡 측은 "PB 상품의 검색 노출은 소비자의 실제 구매 이력과 만족도 데이터를 반영한 알고리즘의 결과"라며 부당성을 부인한다. 일부 소비자 단체도 "쿠팡 PB 상품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 소비자 후생에 기여한다"는 논리로 무조건적인 규제에 반대 목소리를 낸다. 플랫폼 경제 연구자인 서울대 경영학과 김모 교수는 "알고리즘이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에서 규제의 세부 설계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재무적 충격—쿠팡은 버텨낼 수 있나

8500억원 영업적자 상황에서 1조원 규모의 추가 부담은 단순 계산으로도 연간 재무 충격이 두 배를 넘어선다. 다만 쿠팡은 모회사인 Coupang, Inc.의 뉴욕 상장을 통해 조달한 상당한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즉각적인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1년 뉴욕 증시 상장 당시 약 4조 6000억원(35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으며, 현금 및 유동성 자산 보유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자 반응은 냉랭하다. 과징금 부과 소식이 전해진 뒤 뉴욕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즉각적인 하락 압력을 받았으며,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성장 스토리를 압도하는 국면"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쿠팡의 국내 법인 신용도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전망과 시사점—규제와 혁신의 균형점

쿠팡 사태는 한국 이커머스 산업 전반에 중요한 변곡점을 예고한다. 공정위의 강력한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네이버쇼핑·카카오커머스·11번가 등 경쟁 플랫폼들도 자사 알고리즘 운용 방식에 대한 자체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경제의 급속한 팽창 속에서 규제 공백이 장기화됐다는 비판이 누적돼 온 만큼, 이번 사안은 한국형 플랫폼 규제 체계를 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금 문제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하는 디지털세(Pillar One·Two) 합의 이행 여부가 변수다. 글로벌 최저한세 15% 규정이 국내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쿠팡뿐 아니라 다수의 외국계 플랫폼 기업에 대한 추가 과세가 줄을 이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적 질문은 하나다. 플랫폼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얻은 이익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쿠팡의 법적 대응과 정부의 최종 결정은 한국 디지털 경제의 판도를 가를 중요한 기준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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