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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이라는 약속, 그리고 그 사이의 2년

한진만 사장은 책임을 인정했다. 박용인 사장은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같은 건물 안 메모리 사업부는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Mathew Rio기자
2028년이라는 약속, 그리고 그 사이의 2년

이 기사의 핵심 3줄

기업의 경영진이 임직원 앞에서 "이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순간은 드물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6월 12일 사업부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바로 그 드문 말을 했다. "적자를 만든 것은 결국 경영진의 책임"이라며, 그는 파운드리 사업의 영업 흑자 전환 시점을 2028년으로 못 박았다. 내년, 그러니까 2027년에도 흑자는 어렵다는 뜻이었다.

엿새 뒤인 6월 18일,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도 비슷한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전했다.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시장 변화와 수요 위축으로 연간 기준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발표였다. 매출은 사상 최대인데 적자는 불가피하다는 이 모순적인 문장이, 지금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의 현실을 정확히 요약한다.

같은 지붕 아래, 다른 두 세계

삼성전자라는 한 회사 안에는 지금 명백히 다른 두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메모리 사업부는 HBM과 D램 수요 폭증에 힘입어 2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합친 비메모리 사업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조~3조 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이 격차는 숫자로만 머물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금협상에서 DS부문 직원에게 사업 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그런데 이 재원의 60%는 흑자를 낸 사업부, 즉 올해는 메모리사업부에 별도로 지급되는 구조다. 공통 조직의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에 그친다. 그 결과 스마트폰·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과 DS 부문 사이의 성과급 차이가 최대 5억 4,000만 원, DS 부문 내부에서도 부서 간 차이가 최대 3억 9,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격차가 자발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직원이 메모리사업부에서 일할지 파운드리에서 일할지는 본인이 고른 게 아니라 회사의 배치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회사, 같은 노력을 들였는데 어느 부서에 배치됐는지에 따라 수억 원의 보상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적자를 기록 중인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 직원들 사이에서 경쟁사로 이직을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흑자 전환을 2028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사업부에서, 그 2년이라는 시간이 인력 유출의 시간으로 흘러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적자의 해부 — 경영진이 인정한 네 가지 원인

한진만 사장은 파운드리 적자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모바일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는 게 늦어졌다는 것, 기술 완성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 수익성이 낮은 수주 구조를 유지해왔다는 것, 그리고 성숙 공정 운영 전략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확정된 특별경영성과급 제도에 따른 비용 부담도 내년 적자 지속의 요인으로 추가됐다. 즉 시장 탓만이 아니라 회사 내부의 전략적 판단 실수들이 누적된 결과라는 자기 진단이다.

이 진단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언급이다. 한 사장은 현재 흑자를 내고 있는 이 사업에 대해 "시장이 레드오션화되고 있다"며 단계적 정리 방침을 밝혔다. 지금 돈을 벌고 있는 사업을 스스로 줄이겠다는 결정은, 단기 실적보다 선단 공정 경쟁력 확보라는 장기 전략에 무게를 두겠다는 신호다. 당장의 적자를 만회하기보다 미래의 흑자 구조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쌓이고 있는 카드들

비관적인 숫자들 사이에서도 회사가 손에 쥐고 있는 카드는 분명히 있다. 2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수율은 올해 1분기 60% 이상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성숙 공정에서는 6세대 HBM4 베이스 다이, 엔비디아 그록칩, 닌텐도2 프로세서가 생산되며 가동률이 상승했다. 지난해 체결한 테슬라와의 165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 차세대 AI6 칩 공급계약에 따라 미국 텍사스 테일러 2나노 공장도 내년부터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테슬라·엔비디아에 이어 구글까지 연이은 빅테크 수주를 확보하며 사업 개편과 동시에 실적 개선에 집중할 방침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6월 8일 "삼성 파운드리서 엔비디아 자율주행 칩 생산"을 공식화한 것도 이 흐름의 연장선이다. 적자라는 현재와, 빅테크 고객사 포트폴리오가 확장되는 미래 사이의 간극을 회사가 어떻게 메워나갈지가 다음 2년의 핵심 과제다.

2028년까지 버텨야 하는 두 가지 이유

결국 이 모든 발표가 가리키는 것은 하나의 질문이다. 2028년이라는 약속까지, 회사는 무엇으로 그 시간을 버틸 것인가.

첫째는 메모리 사업부의 현금이다. HBM 슈퍼사이클이 만들어내는 메모리 부문의 막대한 이익이, 비메모리 부문의 적자를 상쇄하며 회사 전체의 체력을 유지해주는 동안에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둘째는 사람이다. 흑자 전환까지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적자 사업부 인력의 동요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경영진의 책임 인정과 솔직한 진단이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수는 있지만, 보상 격차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그 신뢰가 인력 이탈을 막는 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진만 사장은 "우리에게는 충분한 기술력과 역량이 있는 만큼 반드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며 "서로를 믿고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버텨달라는 호소가 같은 문장 안에 있다는 것 자체가 지금 삼성 파운드리가 서 있는 위치를 보여준다. 2028년이라는 숫자는 목표이자 동시에 견뎌야 할 시간의 길이다.

주목할 것: 2026년 하반기 파운드리·시스템LSI 영업적자 폭의 분기별 추이, 그리고 구글을 포함한 신규 빅테크 고객사의 수주 확정 여부. 적자 축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면 2028년이라는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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