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성 3분기 영업익 107조, 숫자보다 중요한 것

삼성전자가 2026년 3분기 영업이익으로 107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2% 급증한 수치이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다. 숫자만 보면 화려하다.

Mathew Rio기자

삼성전자가 2026년 3분기 영업이익으로 107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발표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2% 급증한 수치이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다. 숫자만 보면 화려하다.

'역대 최대'

주식시장에서 실적은 절댓값보다 '기대치 대비 얼마나 잘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증권사들이 사전에 예측한 평균치, 즉 '컨센서스'와의 비교가 핵심이다.

이번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을 뜯어보면 온도차가 있다. 영업이익(107조 4000억 원)은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웃돌았다. 반면 매출은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이익이 기대보다 조금 나은 건 원가 절감이나 제품 믹스 개선 덕분일 수 있지만,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건 팔린 제품의 양 자체는 시장 예상보다 적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시장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라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장 초반 주가는 조용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오후 장에서 기관·외국인 매매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782% 급증, 어떻게 가능했나

전년 대비 782%라는 숫자가 나온 데는 '기저효과'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기저효과란 비교 기준이 되는 시점(전년 동기)의 실적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증가율이 과도하게 크게 보이는 현상이다.

2025년 3분기는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던 시기였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며 삼성전자는 수조 원대의 적자에 가까운 부진을 기록했다. 그 바닥에서 출발했으니 반등 폭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HBM(고대역폭 메모리, AI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 반도체)과 DDR5(최신 규격 D램) 수요가 살아나면서 가격과 출하량이 동시에 회복된 것이 실적을 끌어올린 주된 배경이다.

마이크론 실적과 나란히 놓아보면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이보다 앞서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두 회사의 실적을 비교하면 업황의 흐름을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마이크론은 해당 분기에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냈고, 특히 HBM 관련 매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서버 투자 확대로 인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실적을 끌어올린 구조는 삼성전자와 같다.

그런데 여기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마이크론은 '컨센서스 상회' 판정을 받았고 삼성전자는 '매출 미달'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업황 회복이라는 같은 파도를 탔지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HBM 수율(제대로 만들어진 제품 비율)과 엔비디아 납품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우려가 여전히 투자자들 사이에서 남아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

단기적으로 4분기 실적은 더 주목할 만하다. 통상 4분기는 연말 소비 시즌 수요가 더해져 반도체 업황에 유리하다. HBM3E(5세대 HBM) 양산이 본궤도에 오르고 엔비디아 공급망에 완전히 편입된다면 매출 부진이라는 약점을 해소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두 가지 변수를 봐야 한다. 첫째,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꺾이지 않고 이어지느냐다. 현재까지는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 투자(캐팩스) 계획이 유지되고 있어 긍정적이다. 둘째,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추격 속도다. CXMT 등 중국 기업들이 범용 D램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어, 삼성전자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가 관건이다.

오늘 잠정실적은 시작일 뿐이다. 통상 2~3주 후 발표되는 확정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이 내놓을 4분기 가이던스(전망치)와 HBM 진행 상황에 대한 발언이 시장의 진짜 관심사다. 107조라는 숫자보다, 그 너머에 있는 '다음 분기 방향'을 확인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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