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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다임 상장, 돈 때문이 아닐 수 있다 — SK하이닉스가 다시 그리는 '낸드 지도'

주관사 선정으로 美 IPO에 속도가 붙었지만 국내 증시는 중복상장 우려에 먼저 반응했다. 다롄 의존, 美 투자 연계 관세, 키옥시아와 일본 카드를 겹쳐 보면 이번 상장은 자금 조달보다 생산 거점 재편의 문제일 수 있다. 문제는 주주가 그 지도를 아직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Mathew Rio기자
솔리다임 상장, 돈 때문이 아닐 수 있다 — SK하이닉스가 다시 그리는 '낸드 지도'

이 기사의 핵심 3줄

주관사가 정해졌다, 그러나 확정된 것은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미국 IPO 대표 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선정했고, JP모건과 씨티그룹, UBS도 주관사단에 합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를 마무리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주관사단이 꾸려지고 프리IPO까지 거론되는 것은 준비가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렇다고 상장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에도 "솔리다임 관련 방안을 여럿 검토 중이며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고, 판단 기준은 장기적 주주가치라고 강조했다. 수치도 엇갈린다. 로이터(9월 25일)는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조달 약 150억 달러에 기업가치 최대 1500억 달러(약 204조 원)를 전했지만, 블룸버그는 지난달에도, 이번에도 조달 약 100억 달러, 기업가치 최대 1000억 달러를 거론했다. 모두 익명 소식통에 기댄 보도이고 규모와 시기는 바뀔 수 있다. 상장 시점은 이르면 2027년이다.

국내 증시에는 좋을 이유가 마땅치 않다

시장의 첫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보도 이후 첫 거래일인 9월 28일 SK하이닉스는 정규장 기준 5.05% 하락한 176만 8000원에, SK스퀘어는 7.56% 하락한 110만 원에 마감했다. 다만 같은 날 삼성전자도 5.43% 내렸고 코스피는 2.7%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하락 배경으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가 꼽혀, 이날 낙폭을 솔리다임 이슈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구조적 우려는 분명하다. 이미 3개 회사(SK㈜,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상장돼 있고 SK하이닉스는 나스닥에도 ADR을 올린 상태에서 솔리다임까지 상장하면, 낸드 사업의 가치가 SK하이닉스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주 발행으로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지분이 희석되면 성장의 과실 일부가 외부 투자자에게 넘어간다는 점도 걸린다.

명분도 선명하지 않다. 헤럴드경제가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솔리다임(낸드 사업부문 기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2조 2507억 원으로 직전 반기(5조 8194억 원)의 2배를 넘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와 낸드 가격 급등이 겹친 결과다. SK하이닉스 본체도 상반기에만 13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이유에 대해 회사는 "자체 자금으로 모두 투자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라는 취지로만 답했다.

규제 환경도 변했다. 8월 3일 시행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영향평가와 주주보호 방안 마련 등 5대 의무를 부과하고, 자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10억 원 이내의 상장계약위약금과 1일 매매거래정지 등이 부과될 수 있고, 금융위원회는 해외 상장은 거래소 사전 심사가 없어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손자회사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여러 단계 지배구조에서는 중간 지주도 모회사로서 의무를 질 수 있다는 해석이 있지만, 솔리다임에 어떻게 적용될지는 분명하지 않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가 거래소에 유권해석을 요구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액트는 이사회가 무엇을 검토하는지 주주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한쪽에선 솔리다임이 외부에서 인수한 자산이고 달러로 조달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쪼개기 상장'과 다르다는 반론도, 증권가에선 재원 확보와 숨은 가치 재평가라는 실익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신주와 구주 비중, 상장 후 지분율이 공개되지 않아 득실을 따지기엔 이르다. 결국 가장 큰 구멍은 소통이다.

돈 문제가 아니라면 — 다롄이라는 변수

그렇다면 상장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눈에 띄는 단서가 생산 거점이다. 솔리다임은 본사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미국 법인이지만, 웨이퍼 생산은 중국 다롄 공장에 의존한다. 미국에는 연구개발과 영업 조직만 있고 생산시설이 없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다롄에서는 주로 인텔 시절 설계를 이어받은 100단급 범용 낸드를 만들고, 300단 이상 고단 제품은 청주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생산한다.

규제 불확실성은 이미 한 차례 불거졌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시안, SK하이닉스 우시·다롄 공장의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 지위를 지난해 말부터 박탈하겠다고 밝혔다가, 막판 협상 끝에 장비 반입을 연간 승인제로 바꿨다. 급한 불은 껐지만 증설과 공정 업그레이드를 위한 반입은 막혀 있고, 승인은 매년 받아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솔리다임이 중국에서 오히려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경제(8월 11일)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올해 상반기 오랫동안 멈춰 있던 다롄 2공장 투자를 재개했다. 월 5만 장 안팎의 새 라인이 더해지면 1공장(월 약 10만 장)과 합쳐 현지 낸드 생산능력이 약 50% 늘고, 이르면 11월 장비 반입을 시작해 내년 상반기 양산 체제를 목표로 한다. 보도에서는 이 장비의 출처나 미국 규제와 어떻게 양립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AI 서버용 낸드 수요가 폭증하는 지금은 범용 제품이라도 증설할 유인이 크지만, 이는 중국 의존도가 당분간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 증설과 미국 신규 거점 검토가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美가 요구하는 것 — 현지 생산이 곧 관세 감면

미국의 압박은 구체적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9월 2일 CNBC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제조시설을 지으면 반도체 관세 감면 혜택을 주고, 짓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미국은 지난 1월 일부 첨단 AI 칩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이를 '1단계'로 규정했고,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D램·낸드 전공정 시설이 없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40억 달러 이상을 들여 HBM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지만 웨이퍼는 한국에서 만든다. 감면 기준이 기업 단위인지 품목별 생산시설 단위인지, 관세율과 시행 시점은 모두 미정이다. 기준이 품목별로 정해지면 미국에서 메모리를 직접 만드는 마이크론(뉴욕 공장 착공)이 유리해지고, 한국 업체에는 현지 전공정 팹 압박이 커진다.

이 대목에서 솔리다임의 위치가 흥미로워진다. 지디넷코리아는 솔리다임이 미국 동부 지역에 첫 낸드 생산기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뉴욕주가 거론됐다는 보도도 있다. 부지와 규모, 투자액, 착공 시점은 모두 정해지지 않았고 솔리다임 관계자도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보도는 미국 빅테크의 AI 서버용 낸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고객과의 장기공급계약(LTA) 협의를 바탕으로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설비를 투자하는 것이 관세와 지정학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낮추는 대응이라고 해석한다. 미국 투자자의 달러로 미국 공장을 짓는 모양새는 워싱턴에 내밀 수 있는 명분이기도 하다.

일본 카드 — 키옥시아와 새 생산기지

SK하이닉스의 지도에는 일본도 들어온다. 지난 8월 키옥시아가 공시한 바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이 만든 특수목적법인(BCPE Pangea Cayman 2, 지분 14.19%)이 도시바(14.12%)를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 SK하이닉스가 이 법인의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최대주주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이 법인에 1290억 엔을 투자했다.

다만 이 지분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CB는 언제든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아직 전환되지 않았고,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전환을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전환해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필요한데, 일본의 심사가 가장 큰 관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투자 당시 2028년까지 키옥시아 의결권 보유 비율을 15% 이하로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그럼에도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 올해 1분기 낸드 점유율이 삼성전자 29%, SK하이닉스 18%, 키옥시아 14%인 만큼, 두 회사를 합치면 이론상 삼성전자를 앞서는 구도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일본 생산기지 구상도 거론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을 차기 생산거점 후보로 언급했고, 업계에서는 키옥시아와의 낸드 공동생산 가능성이나 D램·후공정 거점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모두 확정된 계획은 아니다. 키옥시아가 샌디스크와 2032년까지 5조 엔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SK하이닉스의 약속과는 별개다.

네 개의 거점, 그리고 하나의 질문

이 조각들을 이으면 하나의 그림이 그려진다. 한국에서는 300단 이상 고단 제품을, 중국 다롄에서는 범용 낸드를 생산하고,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과 투자로 관세·정치 리스크를 낮추고, 일본에서는 키옥시아와의 협력과 새 거점을 모색하는 그림이다. 솔리다임 상장은 그중 미국 거점의 재원이 될 수 있다. 다만 다롄을 오히려 증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탈중국'이라기보다 중국 의존을 유지하면서 미국이라는 안전판을 더하는 구조에 가깝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첫째, 상장 자체가 규제를 막아주지는 않는다. 수출통제와 관세는 상장 여부가 아니라 공장이 어디에 있고 누가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상장 후에도 SK하이닉스가 대주주로 남는다면 '미국 기업'이라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둘째, 회사가 지정학적 목적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셋째, 이 가설이 맞더라도 주주에게 설명되지 않은 전략은 주주 입장에서 존재하지 않는 전략과 다름없다. 지도가 있다면 보여줘야 한다. 다롄의 리스크와 미국 공장의 규모, 일본 구상까지 포함한 큰 그림을 내놓지 않는 한, 시장은 계속 '왜 지금, 왜 외부 자금인가'만 물을 것이다.

주목할 것

상장 구조(신주·구주 비중, 상장 후 SK하이닉스 지분율)가 공개되는지, 솔리다임의 미국 낸드 공장 부지와 규모가 구체화되는지, 미국의 관세 감면 기준이 기업 단위로 정해지는지 품목·생산량 단위로 정해지는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다롄 2공장의 장비 반입(이르면 11월)과 미국의 연간 승인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키옥시아 CB 전환 심사와 일본 거점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되는지도 지도를 완성할 조각이다. 마지막으로 SK하이닉스 이사회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주주 영향평가와 소통에 나서는지가 상장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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