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공정은 지금, 전공정은 내년 — 반도체 장비주 온도차 해부
HBM 슈퍼사이클의 과실은 장비 업체에도 떨어지고 있다. 다만 수도꼭지가 열리는 속도가 저마다 다르다 - 반도체 장비주가 일제히 급등했지만 실적은 제각각이다. 후공정 장비는 이미 수주가 살아나고 있고, 전공정 장비는 주가만 먼저 달렸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6월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6년 1분기 세계 10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의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3.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강한 수요와, 소비자 가전 업체들이 예년보다 일찍 재고를 쌓아두는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이 짧은 수치 하나가 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6월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6년 1분기 세계 10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의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3.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강한 수요와, 소비자 가전 업체들이 예년보다 일찍 재고를 쌓아두는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이 짧은 수치 하나가 왜 중요한지, 그 배경부터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 파운드리란 무엇인가요?
반도체 산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칩을 직접 설계하고 생산까지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인텔이나 삼성전자가 대표적입니다. 둘째는 설계만 하고 생산은 외부에 맡기는 '팹리스(fabless)' 기업으로, 엔비디아·퀄컴·애플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셋째가 바로 '파운드리(foundry)'로, 자기 제품 설계 없이 다른 회사가 설계한 칩을 대신 만들어 주는 위탁생산 전문 기업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파운드리는 '반도체 주문제작 공장'입니다. 손님(팹리스)이 설계도를 가져오면 그대로 정밀하게 찍어내 주는 역할입니다. 대만의 TSMC가 이 분야 세계 1위이며,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와 별도로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왜 지금 매출이 늘어난다는 건가요?
이번 성장의 첫 번째 동력은 'AI 수요'입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를 돌리기 위한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칩(엔비디아의 GPU 등) 주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첨단 칩은 대부분 파운드리의 가장 미세한 최첨단 공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AI 붐은 곧 파운드리 호황으로 이어집니다.
두 번째 동력은 '소비자 가전 재고의 조기 비축'입니다. 보통 스마트폰·노트북 같은 가전 제품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부품을 사들이는데, 이번에는 그 시점이 예년보다 앞당겨졌다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미래 공급 부족이나 가격 상승을 우려해 미리 주문을 넣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통상 1분기는 연말 성수기가 끝난 비수기여서 매출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데, 오히려 늘어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 삼성전자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이지만, 파운드리에서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년 2위입니다. 삼성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0%대 초반에 머무는 반면, TSMC는 60% 안팎을 차지하며 압도적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수율(收率)', 즉 생산한 칩 중 정상 제품의 비율입니다. 최첨단 공정일수록 불량 없이 안정적으로 찍어내기가 어려운데, 삼성은 3나노미터(nm)·2나노미터 같은 최신 공정에서 TSMC보다 수율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수율이 낮으면 같은 양을 생산해도 버리는 칩이 많아져 원가가 올라가고, 결국 엔비디아·애플 같은 핵심 대형 고객을 TSMC에 빼앗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다만 AI 수요 폭증은 삼성에게 기회이기도 합니다. TSMC만으로는 폭증하는 첨단 칩 수요를 다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위험 분산 차원에서 '제2의 공급처'를 찾게 됩니다. 삼성이 2나노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리고 안정적인 양산 능력을 입증한다면, 그동안 TSMC에 쏠렸던 물량 일부를 가져올 여지가 생깁니다. 또한 삼성은 메모리(HBM, 고대역폭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을 한 번에 제공하는 '턴키(turn-key)'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데, AI 칩 시대에는 이런 통합 역량이 차별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 앞으로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요?
이번 트렌드포스 전망은 파운드리 업황이 비수기에도 견조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하지만 성장의 상당 부분이 'AI'라는 특정 분야에 쏠려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AI 투자 열기가 식거나, 미리 쌓아둔 가전 재고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않으면 하반기 수요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에서 의미 있는 고객을 확보하고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향후 파운드리 판도의 핵심 관전 포인트입니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가장 큰 기둥인 만큼, 이 경쟁의 향방은 단순한 기업 간 다툼을 넘어 우리 경제 전체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HBM 슈퍼사이클의 과실은 장비 업체에도 떨어지고 있다. 다만 수도꼭지가 열리는 속도가 저마다 다르다 - 반도체 장비주가 일제히 급등했지만 실적은 제각각이다. 후공정 장비는 이미 수주가 살아나고 있고, 전공정 장비는 주가만 먼저 달렸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15일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라 광 인터커넥트 기술이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며, CPO(Co-Packaged Optics)·NPO(Near-Packaged Optics) 시장이 2030년까지 39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로드컴 실적 가이던스 하나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루 만에 10% 폭락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와 노무라는 슈퍼사이클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누가 맞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