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O·NPO 시장 2030년 390억 달러 돌파 전망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15일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라 광 인터커넥트 기술이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며, CPO(Co-Packaged Optics)·NPO(Near-Packaged Optics) 시장이 2030년까지 39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HBM 슈퍼사이클의 과실은 장비 업체에도 떨어지고 있다. 다만 수도꼭지가 열리는 속도가 저마다 다르다 - 반도체 장비주가 일제히 급등했지만 실적은 제각각이다. 후공정 장비는 이미 수주가 살아나고 있고, 전공정 장비는 주가만 먼저 달렸다.

HBM 슈퍼사이클의 과실은 장비 업체에도 떨어지고 있다. 다만 수도꼭지가 열리는 속도가 저마다 다르다
숫자 하나가 지금 반도체 장비주 시장의 온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수익비율(PER), 1,534배. 통상 PER 20~30배면 '성장주'로 분류되는 시장에서, 이 숫자는 투자자들이 실적이 아니라 수년 후의 미래를 사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매우 비싼 가격에. 같은 기간 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연초 대비 570% 올랐다. 삼성전자(199%), SK하이닉스(262%) 상승폭을 가뿐히 넘어섰다.
그러나 같은 반도체 장비 업종 안에서도 한미반도체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결을 갖는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8% 급감하는 어닝쇼크를 냈다. 시가총액 35조 원짜리 기업의 분기 영업이익이 85억 원이었다. 그런데 지금 증권가는 이 회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4,000억 원으로 전망한다. 1분기와 나머지 세 분기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반도체 장비 업종은 지금 두 개의 시간대가 공존하는 이상한 공간이다. 후공정 장비는 지금 당장 수주가 살아나고 있고, 전공정 장비는 2027년의 꿈을 먹고 주가를 올리고 있다. 같은 '반도체 장비주'라는 이름 아래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한미반도체의 1분기 실적을 보고 많은 투자자가 당황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슈퍼사이클이라는데, 정작 HBM 패키징의 핵심 장비인 TC본더를 만드는 회사의 이익이 88% 급감했기 때문이다. 어닝쇼크 발표 후 이틀간 주가는 23% 넘게 빠졌다.
그러나 상상인증권 정민규 연구원은 다르게 읽었다. "1분기 부진은 비수기와 주요 고객사 투자 공백이 겹친 영향"이라며 "HBM3에서 HBM4로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전환기에 장비 발주 시점이 2분기 이후로 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대기 중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요는 살아있었다. 4월 기준 최대 고객사인 SK하이닉스로부터 받은 수주잔고는 이미 지난해 SK하이닉스향 연간 매출을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6월 8일에는 SK하이닉스와 HBM4 제조용 'TC BONDER 4.5 GRIFFIN' 공급 계약(442억 원)을 체결했다. TC본더 1대당 가격이 약 30억 원 수준이니 이번 계약만으로 14~15대 규모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HBM4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2분기 TC본더 수주가 집중되고 있고, 이 흐름은 하반기에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한미반도체 목표주가를 50만 원으로 상향하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상상인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을 1,103억 원으로 제시하며 "전분기 대비 1,197.6% 증가하는 V자 반등"을 예고했다. 연간으로는 매출 7,850억 원, 영업이익 3,694억 원(이익률 47%)을 전망했다.
한미반도체는 한발 더 나아간다. 올해 말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현지 법인 '한미USA'를 설립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직접 공략에 나선다. 후공정 장비 대장주가 한국을 넘어 미국 시장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것이다.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미반도체의 TC본더 시장에는 한화세미텍이라는 경쟁자가 있다.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 TC본더 수주를 집중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TC본더 발주처를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JP모건은 삼성전자의 TC본더 구매 규모를 2,750억~4,400억 원으로 추산하면서도 "수주가 성사될 경우 한미반도체 기업가치 재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며 확정적 수혜를 유보했다. SK하이닉스향 TC본더 점유율이 2025년 50%에서 2026년 60%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LS증권 차용호 연구원)이 나오지만, 삼성전자 변수는 여전히 열려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증착 공정의 핵심 장비인 ALD(원자층증착)와 CVD(화학기상증착) 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미세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수직 적층 구조가 늘어나고, 이 구조에서는 균일한 박막 성장이 가능한 ALD 장비의 수요가 폭증한다. 이론적으로 이 회사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탄탄하다.
그런데 실적을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수주잔고는 2023년 말 2,887억 원에서 2025년 말 977억 원으로 급감했다. 영업현금흐름은 2024년 2,250억 원 흑자에서 2025년 310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는 이 와중에 용인 R&D센터에 1,000억 원대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국면이다.
그럼에도 주가는 연초 2만 7,700원에서 장중 25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 역설의 중심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ALG(원자층성장) 장비다. 주성엔지니어링은 5월 18일 세계 최초로 ALG 트랜지스터 풀 인테그레이션 반도체 제조장비를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출하했다고 밝혔다. ALG는 ALD의 차세대 기술로, 원자가 스스로 최적 위치에 결합해 자라나는 방식이다. 이 장비가 출하된 날 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장이 기다리던 기술 검증이 현실이 됐다는 신호였다.
다른 하나는 삼성·SK의 설비투자 재개 기대다. IBK투자증권은 5월 리포트에서 "AI 서버용 HBM·DRAM 수요 급증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6년 하반기부터 설비투자를 본격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성엔지니어링의 ALD 장비는 이 투자 사이클의 직접 수혜 라인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더 나아가 2028년 주성엔지니어링 연간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BNK투자증권 태도는 다르다. 이 증권사는 지난 4월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추며 "호재가 이미 주가에 충분히 선반영됐고,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은 내년에야 반영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PER 1,534배라는 숫자는 시장이 지금 실적이 아니라 2027~2028년의 기대치를 미리 당겨서 사고 있다는 의미다. 그 베팅이 옳다는 증명은 아직 실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원익IPS는 증착·식각 공정 장비 전문 기업이다. 주성엔지니어링과 ALD 장비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으며, 삼성전자와의 공동개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번 주 주가가 20.82% 급등한 것도 같은 논리다.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재개할 때 ALD 장비 발주가 집중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전공정 장비 시장의 규모 자체는 인상적이다.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 ALD 장비 시장은 2025년 47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에서 2035년 132억 달러(약 19조 5,000억 원)까지 연평균 10.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는 크다. 문제는 그 파이가 언제 잘리느냐다.
후공정 장비와 전공정 장비의 온도차를 만드는 것은 결국 하나다.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재개 시점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4 생산능력 확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수주를 회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4 수율 개선과 파운드리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며 설비투자 속도를 조절해왔다. 전공정 장비 업체들의 수주잔고가 줄어든 배경이다.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삼성전자가 광주에 반도체 패키징 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가 호남 지역에 일부 후공정 시설을 건설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번 주 시장에 유통됐다. 이 관측이 현실화되는 순간, 전공정과 후공정을 가리지 않고 국내 장비 업체 전반에 수주가 풀린다. 심텍(+21.74%), 원익IPS(+20.82%), 유진테크(+15.11%), 이오테크닉스(+15.07%)가 이번 주 일제히 급등한 것도 이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관측은 관측이다. 확정된 발주가 아니다. 설비투자 발표와 실제 장비 납품 사이에는 통상 6개월~1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삼성전자의 투자 재개 시점이 한 달만 밀려도 전공정 장비 업체의 실적 회복 타이밍은 그만큼 뒤로 밀린다.
반도체 장비 업종에는 지금 두 종류의 투자자가 공존한다. 한미반도체처럼 2분기 실적으로 이미 확인되기 시작한 낙수효과에 베팅하는 투자자, 그리고 주성엔지니어링처럼 2027~2028년의 꿈에 베팅하는 투자자. 둘 다 틀리지 않았다. 다만 기다리는 시간이 다르다.
후공정 장비는 지금 당장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고 있다. 전공정 장비는 저수지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저수지를 채우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결정이다. 그 결정이 내려지는 날, 두 세계의 온도차는 비로소 좁혀질 것이다.
주목할 것: 삼성전자 광주 패키징 공장·호남 후공정 시설 투자 공식 발표 여부. 그리고 7월 한미반도체 2분기 실적 발표. 전분기 대비 1,197% 반등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현실이 된다면, 전공정 장비주의 '꿈의 밸류에이션'에도 정당성이 더해진다.
구분 | 한미반도체 | 주성엔지니어링 | 원익IPS
분류 | 후공정 장비 | 전공정 장비 | 전공정 장비
핵심 제품 | TC본더 (HBM 패키징) | ALD·ALG 증착 장비 | ALD·CVD·식각 장비
1분기 실적 | 영업이익 85억 (-88% YoY) | 영업 적자 | 부진
2분기 전망 | 영업이익 1,103억 (+1,197% QoQ) | 소폭 개선 | 하반기 기대
연간 영업이익 | 3,694억~4,042억 (컨센서스) | 의미있는 개선은 2027년 | 2027년 이후
주가 모멘텀 | SK하이닉스 HBM4 수주 재개 | ALG 세계 최초 출하 | 삼성전자 설비투자 기대
핵심 리스크 | 삼성전자 TC본더 발주처 다변화 | PER 1,534배 고평가 부담 | 삼성 투자 재개 시점 불확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15일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라 광 인터커넥트 기술이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며, CPO(Co-Packaged Optics)·NPO(Near-Packaged Optics) 시장이 2030년까지 39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로드컴 실적 가이던스 하나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루 만에 10% 폭락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와 노무라는 슈퍼사이클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누가 맞는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4일간 서울을 누비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HBM 및 파운드리 협력을 논의했다. 그가 원한 건 반도체였다. 더 정확히는, 세상 어디에서도 충분히 살 수 없는 반도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