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살이엔 기세가 가장 중요하다
오스왈드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 모든 것을 가졌다. 기세가 전부였다
뉴진스는 K팝의 문법을 바꿨다. 《2nd EP 'Get Up'》은 그 새 문법의 완성형이다

NewJeans《2nd EP 'Get Up'》리뷰
2022년 7월, 뉴진스가 나타났다. 기습 공개한 'Attention' 하나로 K팝의 문법을 바꿔버렸다. 꽉 채운 사운드 대신 여백을, 멤버 개인의 존재감 대신 그룹의 분위기를, 강한 인상 대신 자연스러운 너울거림을 선택했다.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이었다. 1년 뒤 나온 2nd EP《2nd EP 'Get Up'》은 그 눈부심이 얼마나 더 강렬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앨범은 눈이 멀어버릴 것 같다. 그게 별점 4점의 이유다.
6트랙, 17분. 앨범이 짧다. 그리고 짧은 만큼 밀도가 높다. 'New Jeans'는 앨범 전체의 프롤로그다. 아프로 하우스 리듬 위에 멤버들의 목소리가 가볍게 얹힌다. 힘을 주지 않는다. 힘을 뺀 게 매력이 되는 음악이다. 이 트랙 하나로 앨범이 어떤 온도로 흘러갈지 직감할 수 있다.
'Super Shy'는 이 앨범에서 가장 폭발적인 트랙이다. 브레이크비트 리듬이 빈 공간을 채우고 멜로디가 중독적으로 돌아온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수줍어지는 감각을 이렇게 정확하게 포착한 K팝 곡이 또 있었나 싶다. 곡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머릿속에서 맴돈다. 'ETA'는 드럼 앤 베이스 기반으로 빈지노가 작사에 참여했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도시적이고 예리한 트랙이다. 약속 시간에 늦은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의 감정을 이 장르로 표현한 것이 뉴진스다운 발상이다. 가사 한 줄 한 줄이 날이 서 있다.
'Cool With You'는 딥 하우스 기반으로 앨범의 온도를 낮춘다. 자기 확신과 여유로움이 공존하는 이 트랙은 뉴진스가 얼마나 능숙하게 감정의 결을 다루는지 보여준다. 타이틀곡 셋 중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오래 귓속에 남는 곡이다. 동명의 5번 트랙 'Get Up'은 덥스텝 기반으로 앨범의 에너지를 다시 끌어올린다. 마지막 'ASAP'은 노르웨이 듀오 스머즈(Smerz)가 프로듀싱을 맡은 일렉트로니카 트랙으로 앨범의 가장 실험적인 끝을 장식한다. 17분의 마지막을 이 트랙으로 닫는 선택이 담대하다.
17분 안에 아프로 하우스·브레이크·딥 하우스·드럼 앤 베이스·덥스텝·일렉트로니카를 담아내면서도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것이 이 앨범의 가장 큰 성취다. 장르가 바뀌어도 뉴진스의 결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 결은 힘을 빼는 것, 여백을 두는 것, 분위기가 음악을 이끌게 하는 것이다. K팝이 오랫동안 해온 방식의 정반대다. 그런데 이게 통한다. 통하는 정도가 아니라 K팝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최우수 케이팝 음반을 수상한 이유가 여기 있다.
흠이 없는 건 아니다. 멤버들의 개성은 여전히 그룹의 분위기 안에 묻힌다. 'Super Shy'에서 누가 노래하는지, 'ETA'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가장 빛나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뉴진스가 의도적으로 택한 전략이지만, 동시에 이 앨범의 유일한 아쉬움이기도 하다. 멤버 하나하나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면 이 앨범은 4점이 아니라 5점짜리가 됐을 것이다.
그래도 《2nd EP 'Get Up'》은 눈부시다. 처음 뉴진스를 들었을 때의 그 충격이 희미해지기는커녕, 이 앨범에서 더 정교해졌다. 눈이 번쩍 뜨이더니 멀어버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17분 동안 귀가 멀어버릴 것 같다.
★★★★☆ (4.0/5.0)
한줄평
"17분이 이렇게 눈부실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그리고 그 눈부심에 눈이 멀어버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