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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가 바뀌었다…커피 전쟁의 새 지형도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의 판도가 뒤흔들리고 있다. 한때 '커피 공화국'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스타벅스가 3개월 연속 결제액 1위 자리를 투썸플레이스에 내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Odin Park기자
투썸플레이스.
투썸플레이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의 판도가 뒤흔들리고 있다. 한때 '커피 공화국'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스타벅스가 3개월 연속 결제액 1위 자리를 투썸플레이스에 내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순위 역전이 아닌, 국내 소비자의 기호와 충성도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탱크데이'가 촉발한 나비효과

이번 순위 변동의 기폭제로 지목되는 것은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행사다. 탱크 모양의 굿즈 증정 이벤트로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행사 당일 매장 앞에 수백 미터에 달하는 줄이 늘어서고 구매 한도를 둘러싼 혼란이 빚어지면서 소비자 불만이 폭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시간을 기다렸는데 품절", "직원 응대가 엉망이었다"는 등의 부정적 후기가 쏟아졌고, 이는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직결됐다.

굿즈 마케팅은 스타벅스가 오랫동안 충성 고객을 유지해온 핵심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 전략이 '양날의 검'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굿즈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현장 운영의 실패는 더 큰 실망으로 돌아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굿즈 마케팅은 브랜드 경험과 직결되기 때문에, 현장 운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3개월 연속 1위, 투썸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나

투썸플레이스의 약진은 단순히 경쟁자의 실책 덕분만이 아니다. 투썸은 최근 수년간 조용하지만 체계적인 내실 강화에 집중해왔다. 케이크·디저트 라인업의 고급화, 계절 한정 음료의 꾸준한 출시, 그리고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 정책이 핵심이었다. 스타벅스가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이, 투썸은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겨냥한 포지셔닝으로 중간 소득층 소비자를 파고들었다.

카드사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투썸의 결제 건수 증가는 20~40대 여성 소비자층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페를 단순한 음료 구매 공간이 아닌 '디저트 경험' 공간으로 소비하는 트렌드가 투썸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투썸 관계자는 "음료와 디저트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전략이 고객의 체류 시간과 객단가를 동시에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구조적 위기인가 일시적 부침인가

스타벅스의 부진을 일시적 현상으로 볼 것인지, 구조적 위기의 서막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스타벅스가 여전히 국내 최대 규모의 매장 네트워크와 브랜드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탱크데이 논란은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본다. 스타벅스는 국내에서 1,9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리워드 프로그램 회원 수만 수백만 명에 달한다.

반면 비관론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스타벅스 본사가 직면한 글로벌 위기가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2024년 이후 미국에서도 방문객 수 감소와 매출 부진을 겪으며 브라이언 니콜 CEO 체제에서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 중이다. "고가 브랜드이면서도 프리미엄 경험은 줄고 있다"는 소비자 인식이 글로벌 공통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여기에 엔데믹 이후 카페 시장의 과포화 문제가 겹친다. 저가 커피 브랜드인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이 1,000원대 아메리카노를 앞세워 가격 민감 소비자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으며, 고가 시장 역시 블루보틀, 프릳츠 등 스페셜티 브랜드가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입지를 잠식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위아래에서 동시에 압박받는 이른바 '샌드위치 구도'에 처한 형국이다.

해외 사례가 주는 교훈

비슷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에서는 코스타커피가 스타벅스의 시장 1위를 탈환하며 장기간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현지 소비자 취향에 밀착한 메뉴 전략과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도토루, 엑셀시오르 등 로컬 브랜드가 꾸준히 스타벅스를 압박하며 공존하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 역시 단일 브랜드의 절대 지배가 아닌, 다층적 경쟁 구도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새 지형도, 소비자와 시장이 그린다

이번 결제액 순위 변동이 시사하는 가장 큰 함의는 소비자 권력의 강화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실시간 여론 형성, 굿즈 실패에 대한 즉각적 이탈, 경쟁 브랜드로의 유연한 전환 등은 현대 소비자가 브랜드 충성도보다 경험의 품질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커피 시장의 경쟁이 '규모의 전쟁'에서 '경험의 전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시립대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매장 수나 브랜드 인지도보다 방문할 때마다 축적되는 감성적 경험이 충성 고객을 만드는 핵심 변수가 됐다"며 "스타벅스가 반등하려면 굿즈 마케팅의 완성도를 높이고, 현장 서비스 품질을 재정비하는 원점 회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커피 한 잔을 둘러싼 전쟁은 더 이상 맛이나 가격만의 싸움이 아니다. 소비자의 시간, 감정, 그리고 신뢰를 얻는 싸움이다. 탱크데이의 역설은 그 진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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