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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지갑이 열었다…백화점, 내수 불황을 뚫다

2025년 2분기, 국내 주요 백화점 업체들이 일제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내수 소비 침체와 고물가의 이중 압박 속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의 폭발적인 소비가 실적 방어를 넘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Odin Park기자
롯데백화점 전경.
롯데백화점 전경.

2025년 2분기, 국내 주요 백화점 업체들이 일제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내수 소비 침체와 고물가의 이중 압박 속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의 폭발적인 소비가 실적 방어를 넘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는 이를 두고 "K-관광의 수혜가 오프라인 유통 채널로 본격 흘러들어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외국인 매출, 더 이상 '부가 수입'이 아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3사는 2분기 면세·일반 부문을 합산했을 때 전년 동기 대비 뚜렷한 매출 성장세를 나타냈다. 특히 서울 명동·강남 등 외국인 방문 밀집 지역 점포에서의 매출 증가율이 지방 점포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국인 매출이 전체의 5~10%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일부 핵심 점포에서 20%를 웃도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약 900만 명을 넘어서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에 근접했다. 이 중 중국·일본·동남아 관광객이 다수를 차지하며, 이들은 화장품·패션·식품 등 한류 연관 품목을 중심으로 고단가 구매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엔저 현상이 다소 완화되면서 일본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도 상승했고, 중국인 단체 관광 재개 흐름은 백화점 명품관과 화장품 코너에 직접적 수혜를 안겼다.

내국인 소비 위축,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

역설적으로, 외국인 수요 증가가 부각되는 배경에는 내국인 소비의 뚜렷한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가계소비지출 동향에 따르면,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가계 부채 부담이 커진 내국인 소비자들은 고가 상품보다 가성비 채널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유통 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백화점의 내국인 객단가는 유지되거나 소폭 하락하는 흐름인데, 외국인이 이 공백을 채워주는 구조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는 백화점 비즈니스 모델이 외부 변수에 더 민감해지는 리스크 요인이기도 하다.

'관광 특수' 극대화 전략, 백화점들의 선택

주요 백화점들은 외국인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형 전략을 속속 강화하고 있다. 다국어 안내 서비스 확대, 즉시환급(VAT 리펀드) 간소화, 위챗페이·알리페이·페이페이 등 외국인 선호 간편결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중국·일본·동남아권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담 컨시어지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은 외국인 전용 쇼핑 패키지를 여행사와 연계해 제공하고 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일본 긴자·오사카 시내 백화점들은 2010년대 중반 '인바운드 소비 붐' 당시 면세 허용 품목 확대와 함께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30%까지 치솟은 경험이 있다. 당시 미쓰코시·다카시마야 등 일본 백화점들도 외국인 대응 부서를 별도로 신설하며 구조적 전환을 꾀했다. 국내 백화점들도 유사한 경로를 밟는 모양새다.

환율·정책 변수, 낙관론에 제동 걸 수 있어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을 이야기하기는 이르다. 외국인 관광 소비는 환율, 항공편 수급, 외교 관계 등 외부 변수에 극도로 민감하다. 원화 강세가 본격화될 경우 외국인 구매력은 즉각 위축될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사드 사태 당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백화점의 타격이 즉각적으로 나타났던 선례는 업계가 늘 경계하는 시나리오다.

또한 정부의 외국인 관광 비자 정책, 무비자 협정 범위 등도 방한 관광객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최근 동남아 일부 국가에 대한 무비자 입국 허용 확대가 방한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나, 정책 방향이 바뀌면 그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

구조 전환의 기회, 혹은 의존의 함정

전문가들은 현재의 외국인 소비 호조를 백화점 업태의 체질 개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숙명여대 유통경영학과 한 교수는 "외국인 소비 증가는 기회이지만, 내국인 충성 고객 기반이 약해지는 것을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취약한 구조가 된다"고 경고했다. 외국인 대응 인프라 고도화와 동시에 내국인을 위한 차별화된 경험 설계, 멤버십 강화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백화점 업계가 외국인 소비 특수를 단기 실적 개선의 수단으로만 활용하느냐, 아니면 이를 발판 삼아 글로벌 관광형 복합 유통 공간으로 진화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2분기 함박웃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서막이 될 수 있을지는, 결국 업계의 전략적 선택과 정부의 관광·소비 정책 조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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