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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트랙] 방탄소년단 - 봄날: 차트보다 오래 남은 위로

기록으로 증명하는 곡이 있다면, 시간으로 증명하는 곡도 있다

Odin Park기자
BTS.
BTS.

편집자주: '원 트랙'은 노래 한 곡을 통해 K팝 산업의 흐름을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네 번째 편은 발매 9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곡, 방탄소년단의 '봄날'입니다.

2017년 2월 13일 공개된 '봄날'은 방탄소년단의 세 번째 리패키지 앨범 'YOU NEVER WALK ALONE'의 타이틀곡이다. 발매 당시 순위 기록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곡이 진짜 특별해진 건 그 이후다. 발매로부터 9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음원 차트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몇 안 되는 K팝 곡으로 남아 있다.

탄생 배경 — RM이 쓴 위로의 언어

'봄날'은 RM이 프로듀싱에 참여해 작사와 코러스·후렴 작곡을 맡은 곡이다. 앨범 'YOU NEVER WALK ALONE'은 앞서 발매된 정규 2집 'WINGS'의 후속작으로, 이 시기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함께라면 웃을 수 있다는 앨범 전체의 메시지 안에서, '봄날'은 그리움과 재회를 향한 기다림을 담은 곡으로 완성됐다.

방탄소년단 앨범 특유의 문학·영화적 세계관 구축 방식도 이 곡에 그대로 이어졌다. '화양연화' 시리즈가 동명의 영화를, 'WINGS'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테마로 삼았던 것처럼, '봄날' 뮤직비디오에는 어슐러 K. 르 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모티프로 등장한다. 실제로 뮤직비디오 속 한 건물 간판에는 초록색 네온사인으로 'Omelas'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논쟁 아닌 해석 — 세월호를 향한 은유

'봄날'을 둘러싼 가장 널리 퍼진 해석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라는 것이다. 뮤직비디오 곳곳에는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는 상징들이 등장한다. 배를 연상시키는 세트장, 바닷가 풍경, 버려진 신발과 옷가지들, 그리고 9시 35분에 멈춰 있는 시계까지. 특히 멤버들이 세탁실에서 수많은 옷가지를 직접 세탁해주는 장면은, 오멜라스라는 가상의 유토피아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원작 소설의 메시지와 겹쳐지며 많은 해석을 낳았다.

멤버 RM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꼈고,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실제로 세월호 관련 추모 활동이나 유가족 심리 상담 지원에 쓰이길 바라며 기부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이런 해석은 공식적으로 확정된 창작 의도라기보다, 뮤직비디오의 상징들과 멤버의 발언을 종합해 팬들과 평단 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진 유력한 해석에 가깝다.

성과와 기록

'봄날' 뮤직비디오는 공개 후 1일 2시간 38분 만에 조회수 1000만 회를 돌파하며, 당시 K팝 그룹 사상 최단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17년 7월 19일에는 156일 만에 1억 뷰를, 2018년 9월 24일에는 588일 만에 2억 뷰를 넘어섰다.

이 곡의 진짜 특징은 발매 직후의 화력이 아니라 그 이후로도 꺼지지 않은 생명력이다. '봄날'은 발매 이후 수년간 멜론 차트 100위 안에 머물렀는데, 이는 신곡의 화제성이 아니라 대중이 자발적으로 계속 찾아 들었다는 뜻이다. 방송 무대에서도 꾸준히 재해석됐다. 2020년 11월 '불후의 명곡'에서는 송소희가 국악 버전으로, 2023년 7월에는 윤하가 리메이크 무대를 선보였고, 올해 1월 10일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서는 후배 그룹 투어스(TWS)가 이 곡을 커버하며 세대를 넘어선 헌정 무대를 만들었다.

의미

'봄날'이 갖는 의미는 앞서 다룬 세 곡과는 결이 다르다. Dynamite가 빌보드 1위라는 숫자로,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수라는 숫자로, Hype Boy가 밈의 확산력으로 증명됐다면, '봄날'은 그런 즉각적인 지표보다 시간이라는 척도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왔다. 사회적 아픔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메시지와, 발매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재생되고 재해석되는 생명력이 결합되면서, 이 곡은 상업적 성공을 넘어 하나의 정서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차트 순위가 그 시대의 인기를 보여준다면, '봄날'은 한 곡이 얼마나 오래 사람들의 마음에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다.

한줄평

"차트는 1위를 말해주지만, 9년째 이어지는 재생은 그 이상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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