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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두가 아이스크림으로…CJ의 IP 확장 실험

CJ제일제당이 '비비고'와 '햇반'이라는 식품 브랜드 IP(지식재산)를 아이스크림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식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인지도를 구축한 두 브랜드가 디저트·냉과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른바 '브랜드 월경(越境)' 전략이 식품 대기업 사이에서 새로운 성장…

Odin Park기자
CJ제일제당 제품 이미지.
CJ제일제당 제품 이미지.

CJ제일제당이 '비비고'와 '햇반'이라는 식품 브랜드 IP(지식재산)를 아이스크림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식품 시장에서 독보적인 인지도를 구축한 두 브랜드가 디저트·냉과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른바 '브랜드 월경(越境)' 전략이 식품 대기업 사이에서 새로운 성장 공식으로 자리잡는지 주목된다.

IP 자산의 '수평 확장'…왜 지금인가

비비고는 2013년 론칭 이후 만두·국밥·김치 등 전통 한식 카테고리에서 글로벌 메가브랜드로 성장했다. 2023년 기준 비비고 만두 단일 품목의 글로벌 매출은 1조 원을 넘어섰으며, 햇반 역시 즉석밥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이들 브랜드가 이미 소비자 신뢰와 감성적 연결고리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신규 카테고리 진입 시 마케팅 비용을 대폭 절감하면서도 초기 소비자 반응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식품업계에서 브랜드 확장은 신제품 실패 리스크를 낮추는 유효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마케팅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강력한 모 브랜드를 활용한 확장 제품은 신규 브랜드 대비 초기 구매 전환율이 평균 20~30%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고물가 속에서도 '프리미엄 디저트' 수요 증가로 연간 2조 원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CJ의 진입 결정을 뒷받침한다.

'익숙한 맛'의 낯선 변주…성공 조건은

비비고와 햇반의 정체성을 아이스크림에 녹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예상된다. 하나는 브랜드 로고와 캐릭터를 활용한 시각적 협업형 제품으로, 실제 맛과는 별개로 굿즈(goods)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비비고 만두·김치 등 제품 고유의 맛 원소를 디저트에 녹이는 '한식 퓨전형' 접근이다.

후자의 경우 이미 해외에서 선례가 있다. 일본의 칼피스(Calpis)가 음료 브랜드 IP를 활용해 아이스크림 라인업을 구성해 장기 스테디셀러를 만들었고, 미국의 오레오(Oreo)는 쿠키 브랜드를 아이스크림으로 확장해 글로벌 냉과 시장에서 독자적인 세그먼트를 구축했다. 오레오 아이스크림은 모 브랜드의 '크림 샌드 쿠키' 맛이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아이스크림에 그대로 이식했기에 소비자 혼선 없이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전문가들은 브랜드 확장에 수반되는 '카테고리 불일치 리스크'를 경계한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연구에 따르면, 모 브랜드의 핵심 연상 이미지와 확장 카테고리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소비자의 브랜드 희석(brand dilution) 인식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밥'과 '만두'라는 식사 중심 브랜드가 디저트·냉과로 이동할 때 소비자가 느끼는 심리적 거리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경쟁 구도의 변화…빙과 시장 판도에 미칠 영향

현재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와 빙그레가 양분하는 구조다. 빙그레는 '투게더', '붕어싸만코' 등 레거시 제품 외에도 MZ세대를 겨냥한 '메로나' IP 굿즈 마케팅으로 브랜드 재활성화에 성공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이 비비고·햇반 IP로 냉과 시장에 진입할 경우, 기존 양강 체제에 균열이 생기기보다는 '한식 감성 프리미엄 냉과'라는 새로운 세그먼트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 채널 측면에서도 CJ제일제당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미 대형마트·편의점·온라인 등 전방위 유통망을 확보한 상태에서 냉동 물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 채널에서의 협상력은 신규 진입자 대비 월등히 높아 초기 진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글로벌 확장 연계 가능성…K-디저트 교두보 될 수 있나

CJ제일제당의 이번 행보가 단순한 국내 카테고리 확장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비고는 미국·유럽·중국 등 4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해당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K-디저트·K-아이스크림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는 포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CJ그룹 차원에서는 K-컬처 IP를 활용한 식품 비즈니스 연계를 중장기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공식화한 바 있다.

다만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냉동 유통망 구축이라는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상온 식품 대비 냉과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 비용은 3~5배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어, 단기간 내 해외 냉과 시장 공략은 현실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공존한다.

식품 IP 비즈니스의 새 지평, 검증은 시장이 한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햇반 아이스크림 진출은 단순한 신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식품 브랜드의 IP가 단순히 해당 카테고리를 규정하는 라벨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감성적 유대를 기반으로 카테고리를 넘나드는 '살아있는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실험이기 때문이다.

성공한다면 국내 식품 대기업들의 IP 활용 전략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선례가 될 것이다. 반대로 브랜드 정체성 희석이라는 역효과를 낳는다면, 무분별한 브랜드 확장에 대한 경계론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결국 모든 판단은 소비자의 손에서 이루어진다. 비비고와 햇반이 식탁을 넘어 냉동고 안에서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그 결과는 2026년 하반기 시장의 냉정한 숫자로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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