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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챗GPT 쇼핑 도입…AI 커머스 전쟁 서막

롯데면세점이 면세업계 최초로 챗GPT 기반 쇼핑 서비스를 도입하며 국내 유통업계의 인공지능(AI) 커머스 경쟁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단순 검색과 상품 추천을 넘어 대화형 AI가 구매 결정 전 과정에 개입하는 이 서비스는, 면세점이라는 특수한 유통 채널과 AI 기술의 결합이라는…

Odin Park기자
롯데면세점 챗GPT 쇼핑 도입…AI 커머스 전쟁 서막

롯데면세점이 면세업계 최초로 챗GPT 기반 쇼핑 서비스를 도입하며 국내 유통업계의 인공지능(AI) 커머스 경쟁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단순 검색과 상품 추천을 넘어 대화형 AI가 구매 결정 전 과정에 개입하는 이 서비스는, 면세점이라는 특수한 유통 채널과 AI 기술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면세 시장의 구조적 위기, AI로 돌파구 찾나

롯데면세점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면세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에서 비롯된 생존 전략으로 읽힌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19년 약 24조 원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며 급락했고, 이후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의존도 축소와 개별 관광객 단가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기존의 '대량 구매 단체 관광객' 중심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개별 고객의 취향과 예산에 맞춘 초개인화 쇼핑 경험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챗GPT 기반 쇼핑 서비스는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한다. 소비자가 "40대 남성 선물로 50만 원 예산의 위스키를 추천해달라"는 식의 자연어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상품 DB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기존 키워드 검색 방식과 달리, 맥락과 의도를 파악한 대화형 추천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 차별점이다.

글로벌 AI 커머스 트렌드의 한국판 실험

AI를 활용한 쇼핑 서비스는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마존은 'Rufus'라는 AI 쇼핑 어시스턴트를 2024년 공식 출시하며 미국 시장에서 상품 탐색부터 비교·구매까지 전 과정을 자연어로 처리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중국 알리바바는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통이치엔원(通義千問) 모델을 타오바오·티몰에 접목해 맞춤형 추천 정확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맥킨지 앤드 컴퍼니의 2024년 보고서는 생성형 AI가 소매·유통 부문에서 연간 4000억 달러에서 660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클로바 기반 AI 쇼핑 추천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카카오쇼핑과 AI를 결합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오픈AI의 챗GPT를 직접 쇼핑 인터페이스에 접목한 사례는 면세·유통업계를 통틀어 롯데면세점이 국내 최초다. 오픈AI가 제공하는 GPT-4o 이상 모델의 멀티모달 기능—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은 상품 이미지 기반 유사 추천이나 시각적 스타일링 제안 등 면세 뷰티·패션 카테고리에서 특히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경험의 혁신, 그러나 과제도 산적

소비자 입장에서 이 서비스의 잠재력은 상당하다. 면세 쇼핑은 특성상 브랜드 다양성과 복잡한 면세 한도 규정, 환율 변동 등 고려 요소가 많아 정보 탐색 비용이 높다. 여행 전후로 제한된 시간 안에 최적의 상품을 골라야 하는 소비자에게 AI 어시스턴트는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딜로이트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의 73%가 자신의 구매 이력과 선호를 학습한 AI의 쇼핑 추천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쟁점은 '추천의 중립성'이다. AI가 특정 마진이 높은 상품이나 재고 소진이 시급한 품목을 우선 추천하도록 설계될 경우,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게 불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AI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또한 개인 구매 이력과 여권 정보 등 민감 데이터를 AI 서비스와 연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전문가들은 AI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도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로 지적한다. 특히 면세 한도나 특정 성분 규정, 해외 반입 금지 품목 등 법·규정과 관련된 정보를 AI가 부정확하게 전달할 경우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AI 서비스 설계 단계에서 이런 정보에 대한 별도의 안전장치와 검증 레이어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경쟁사 압박과 업계 재편 가속화

롯데면세점의 선제적 움직임은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경쟁사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는 그간 입지(공항·시내 위치)와 브랜드 라인업에서의 경쟁이 주를 이뤘으나, AI 기술 도입 수준이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MZ세대와 외국인 개별 관광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을 경우,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다국어 대화형 AI의 완성도는 고객 유치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AI 커머스의 선점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기보다는 데이터 축적이 거듭될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라며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2~3년 후 따라잡기 어려운 기술 격차가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마존의 Rufus는 서비스 출시 초기 대비 클릭률이 8개월 만에 40% 이상 개선됐다는 내부 데이터가 보고된 바 있어, 학습 기반 AI 서비스의 복리 효과를 방증한다.

규제 환경과 정책적 시사점

AI 커머스의 본격화는 정책 당국에도 새로운 과제를 안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 추천 관련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을 논의 중이나, 생성형 AI 기반 추천에 특화된 규범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유럽연합(EU)의 AI법(AI Act)은 추천 시스템을 '고위험 AI'에 준하는 투명성 의무 대상으로 분류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챗GPT 쇼핑 서비스 도입은 단지 한 기업의 기술 실험이 아니라, 한국 유통업 전반이 AI 전환의 기로에 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초개인화와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쇼핑의 표준이 되는 시대, 기술 혁신과 소비자 보호 그리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어떻게 동시에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가 이제 업계와 정책 당국 모두의 핵심 의제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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