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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계일학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코스피 상승 70%를 만든 두 종목

증시에는 때때로 숫자 하나가 논쟁 전체를 압축한다. 이번 경우 그 숫자는 70%였다. LS증권에 따르면 2026년 코스피는 101.1% 상승했고, 그중 약 70%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몫이었다. 상승 기여도로 따지면 각각 34.3%와 35.5%다.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

군계일학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코스피 상승 70%를 만든 두 종목

대만은 TSMC 한 종목이 42%다. 한국은 두 종목이 52%다. 쏠림이 아니라 질문을 바꿔야 한다 — 왜 이렇게 적게 쏠렸을까

이 기사의 핵심 3줄

- 2026년 코스피 상승률 101.1% 중 약 70%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 나왔다. "반도체 빼면 코스피 4,100"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 그런데 이 쏠림은 비이성적 과열이 아니라 이익과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뒷받침하는 보기 드문 조합이다. 12개월 선행 PER이 코스피 평균보다 오히려 낮다. - 노무라는 삼성전자 59만 원, SK하이닉스 400만 원이라는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군계일학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숫자들이다.

증시에는 때때로 숫자 하나가 논쟁 전체를 압축한다. 이번 경우 그 숫자는 70%였다. LS증권에 따르면 2026년 코스피는 101.1% 상승했고, 그중 약 70%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몫이었다. 상승 기여도로 따지면 각각 34.3%와 35.5%다.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반도체를 빼면 코스피는 4,100포인트"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내걸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이 프레임에 반박하고 나선 것도 이례적이었다. "축구 실력을 뺀 손흥민을 말하는 격"이라며, 한국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를 빼고 증시를 평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를 빼고도 한국 증시가 4,100"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같은 숫자를 두고 누군가는 위기를, 누군가는 자부심을 읽는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결국 데이터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비교가 만드는 맥락 — 한국이 유독 심한가

쏠림의 심각성을 판단하려면 비교 기준이 필요하다. 마침 적절한 비교 대상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다. 그런데 대만 증시에서는 TSMC 단 한 종목이 42%를 차지한다. 두 종목으로 52%를 채우는 한국과, 한 종목으로 42%를 채우는 대만 중 어느 쪽이 더 위태로운 구조인지는 단순 비교만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이 비교를 보도한 증권사 분석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강세장에서 주도주 쏠림은 흔한 일"이며 "악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AI 붐 속에서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급증하고 그 결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평가다.

쏠림인데 비싸지 않다는 역설

이 국면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표는 밸류에이션이다. 통상 한 섹터로 자금이 쏠리면 그 섹터의 밸류에이션은 비싸진다. 그런데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이 짚은 숫자는 정반대다. "반도체는 강력한 이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코스피가 8.4배인데 비해 삼성전자 6.6배, SK하이닉스 6.9배로 PER 멀티플은 오히려 낮다"는 것이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지금의 쏠림은 '기대만으로 부풀려진 거품'이 아니라 '이익 성장이 주가 상승을 능가하는' 보기 드문 조합이라는 것이다.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그 주가를 받쳐주는 실적이 더 빠르게 늘고 있어서, 밸류에이션 지표상으로는 오히려 시장 평균보다 싸 보이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 역설을 가능하게 한 것은 메모리 가격이다. SK증권 한 연구원은 "한국 메모리반도체기업은 글로벌 AI 관련주 중 가장 높은 이익과 수익성을 갖췄고 구조적 실적 안정성 제고, 매수 주체 확대까지 고려하면 저평가 매력 부각이 아직 시작 단계"라고 평가했다. 2026년 2분기 메모리 가격 강세, 2027년 HBM 전 제품 가격 인상, 장기공급계약(LTA) 확산을 통한 주주환원 강화 명분까지—그가 꼽은 변수들은 모두 한 방향, 즉 추가 상승 여력을 가리킨다.

목표주가 경쟁 — 59만 전자, 400만 닉스

이 자신감은 숫자로도 구체화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37만 원에서 57만 원으로, 이후 다시 59만 원까지 올렸다. SK하이닉스에는 400만 원이라는 목표가를 제시했다. 채민숙 연구원은 "2026년 ASP(평균 판매 단가) 상승을 범용 D램과 낸드가 주도함에 따라 범용 메모리 생산능력 우위에 있는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 모멘텀은 경쟁사 대비 클 것"이라 진단했다. 장기공급계약 고객은 물론 비계약 고객까지 초과 할당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결국 생산능력 우위를 가진 삼성전자에 업사이드가 있다는 논리다. 2027년부터는 HBM 시장 점유율 1위까지 목표로 한다는 전망도 곁들였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가파르게 상향되고 있다. 노무라는 2026년 영업이익 전망을 256조 2,280억 원에서 279조 5,480억 원으로, 2027년은 365조 4,290억 원에서 378조 8,620억 원으로 각각 9%, 4% 상향 조정했다. 전년 대비 각각 492%, 36% 증가하는 수치다. 노무라는 "메모리 업체들은 주요 고객사와 물량·가격·선급금 조건 측면에서 유리한 LTA를 논의 중"이라며, 이 계약이 메모리 산업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자리 잡는다면 높은 수익성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투자 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의견도 이 흐름과 같다. 삼성전자에 대해 36명의 애널리스트가 매수, 1명이 매도 의견을 냈고 평균 목표주가는 42만 8,076원으로 현재가 대비 20.93%의 상승 여력을 시사한다.

쏠림을 떠받치는 또 다른 손 — 수급 구조

이 쏠림에는 펀더멘털 외에 구조적 요인도 작용한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특정 종목의 쏠림은 미국도 심한데 오르는 종목이 더 오르는 그런 모습을 보인다"며 "이번 랠리는 펀더멘털에 기반했을 뿐만 아니라 옵션 수급이 강하게 끌고 있다"고 짚었다. 퇴직연금에서 안전자산으로 편입할 수 있는 채권혼합형 ETF의 흥행, 그리고 한국의 유이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점도 쏠림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2배 ETF가 출시되고 나서 쏠림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설명했다.

정다운 연구원은 이 구조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함께 짚었다. "구조적인 주도주 중심의 시장, 주가모멘텀의 성과 우위 요인들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스페이스X 상장과 6월 FOMC,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일정 등을 거치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군계일학이 군계일학인 이유

결국 지금 코스피의 반도체 쏠림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쏠렸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쏠림이 무엇으로 뒷받침되는가"에 달려 있다. 대만의 TSMC 단일 종목 의존도보다 낮은 집중도, 코스피 평균보다 낮은 PER, 그리고 분기마다 상향되는 영업이익 전망치—이 세 가지가 한 방향을 가리키는 동안에는, 이 쏠림을 거품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다만 군계일학이라는 표현에는 함의가 하나 더 있다. 학 한 마리가 무리 속에서 빛나 보이는 것은, 그 무리 자체가 빛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압도적으로 좋아 보이는 지금의 장세는, 다른 모든 섹터가 그만큼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의 반대편 그림자이기도 하다. 그 그림자가 어디에, 얼마나 깊게 드리워져 있는지는 다음 기사에서 다룬다.

주목할 것: 7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 가격 상승과 장기공급계약(LTA) 확산이 실제로 확인되는지 여부. 노무라와 SK증권이 제시한 공격적 목표주가가 정당화되려면, 이 두 변수가 분기 실적에 구체적 숫자로 나타나야 한다.

구분 |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상승 기여도 (2026년) | 34.3% | 35.5%

12개월 선행 PER | 6.6배 | 6.9배 (코스피 평균 8.4배)

노무라 목표주가 | 59만원 | 400만원

2026년 영업이익 전망 | — | 279조 5,480억원 (+492% YoY)

2027년 영업이익 전망 | — | 378조 8,620억원 (+36% YoY)

핵심 모멘텀 | 범용 D램·낸드 생산능력 우위, HBM 점유율 1위 목표 | LTA 확산, HBM 전 제품 가격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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