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M 완전정복 2 —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고, 왜 일반 D램과 다른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과 AI 서버에 들어가는 HBM은 같은 '메모리'라는 이름을 쓰지만, 거래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다
6월 22일 오후,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26년 7개월 만에 삼성전자가 내준 왕좌였다. 시장은 이 장면을 "메모리 대장주 프리미엄이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로 이동했다"는 서사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 서사에는 빠진 숫자가 하나 있다. 같은 해 1분기, 삼성전자…

26년 만의 왕좌 교체. 그런데 정작 메모리 사업만 떼어보면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뒤처진 적이 없다
- SK하이닉스가 6월 22일 장중 코스피 시총 1위에 올랐다. 그런데 같은 해 1분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매출(74.8조원)은 SK하이닉스 전체 매출(52.6조원)을 이미 넘어섰다. - 격차가 나는 건 HBM이라는 한 카테고리뿐이고, 회사 스스로 "2027년이면 좁혀질 것"이라 밝혔다. 게다가 만년 적자였던 파운드리는 2026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테슬라·구글·AMD를 줄줄이 끌어들이고 있다. - 이익 규모(280조 vs 208조)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크다. 그런데 시총이 뒤집혔다는 건, 이 역전이 순수한 펀더멘털 우위가 아니라 ADR 상장 기대감과 레버리지 ETF 수급이 만든 가격 현상이라는 뜻이다.
6월 22일 오후,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26년 7개월 만에 삼성전자가 내준 왕좌였다. 시장은 이 장면을 "메모리 대장주 프리미엄이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로 이동했다"는 서사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 서사에는 빠진 숫자가 하나 있다. 같은 해 1분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매출은 74조 8,000억 원이었다.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은 52조 5,760억 원이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하나가, SK하이닉스 회사 전체를 매출에서 앞선 것이다. 시총은 뒤집혔는데, 메모리 사업의 실제 체급은 뒤집히지 않았다.
테크M 보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삼성전자 메모리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SK하이닉스를 상회한 것은 1년 만의 일이었다. 불과 직전인 2025년 4분기에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에 못 미치는 일이 벌어졌었다. 그런데 1분기 들어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했다. "HBM은 연 단위 가격 협상을 하고 범용 D램은 분기 단위 가격을 결정해 수익성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AI 서버 수요가 폭증하며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이 급등했고, 메모리 매출 규모 자체가 큰 삼성전자가 이 가격 상승의 효과를 더 빠르고 크게 흡수한 것이다.
물론 HBM이라는 한 카테고리에서는 SK하이닉스가 분명한 우위에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0~61%, 삼성전자는 20%대다. 그러나 이 격차를 영구적인 것으로 단정할 근거는 약하다. 김재준 부사장 본인이 "현재 공급 부족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2027년에야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건 격차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시점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업계 최초로 HBM4와 SOCAMM2 양산 출하를 개시했고, 2분기 중 HBM4E 첫 샘플 출하도 예정돼 있다. 3분기부터는 HBM4가 전체 HBM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회사는 전망한다. 격차는 존재하지만, 그 격차가 좁혀지는 시간표도 이미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를 향한 시장의 디스카운트는 대개 한 곳을 가리킨다. 파운드리다. 2022년 이후 수조 원대 적자를 내며 '삼성 반도체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려온 사업부다. 그런데 이 적자 사업부의 그림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핵심은 빅테크 고객사의 줄 잇는 합류다. 테슬라가 165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의 AI6 칩 위탁생산을 맡겼고, 엔비디아의 추론 전용 칩 '그록3' 생산도 삼성 파운드리가 담당한다. 여기에 더해 니케이 아시아는 6월 16일 AMD, BYD, 구글, 테슬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가 삼성 파운드리와 첨단 로직 칩 생산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차세대 10세대 TPU의 I/O 칩 생산을 삼성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기술력이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TPU와 HBM을 연결하는 부품을 만드는 데는 메모리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즉 삼성전자의 메모리 경쟁력이 파운드리 수주의 발판이 되는 구조다.
이 수주 행렬이 만드는 결과는 명확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 흑자 전환 목표 시점을 기존 2027년에서 2026년으로 앞당겼다. 일부 보도는 3분기, 일부는 4분기를 흑자 전환 시점으로 제시하지만, 어느 쪽이든 당초 계획보다 1년 빠른 일정이다. 가동률도 2025년 50% 미만에서 2026년 2월 8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수율이 안정화된 4나노 공정에서 엔비디아향 그록과 HBM 베이스다이 출하량이 증가하며 가동률 회복에 따른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고 짚었다. 다만 2027년 연간 흑자 달성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테일러 팹 본격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 테슬라향 2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화 속도가 변수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방향성 자체는 분명하다. 만년 적자였던 사업부가 흑자 전환의 시간표를 앞당기고 있고, 그 흑자 전환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 전체 밸류에이션에 새로운 업사이드가 더해진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메모리에서 삼성전자가 밀리지 않고, 파운드리에서는 오히려 반등 스토리가 쌓이고 있다면, 시총 역전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가.
먼저 시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PER 역전(5월 14일)과 시총 역전(6월 22일)은 약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일어난 별개의 사건이다. PER이 먼저 뒤집혔고, 그 한 달 뒤 시총까지 뒤집혔다. 즉 멀티플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고, 그 변화가 누적되며 시총까지 끌어올린 흐름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가장 먼저 봐야 할 숫자는 이익 규모 그 자체다. 증권가 추정으로 삼성전자의 2026년 예상 순이익은 약 280조 원, SK하이닉스는 208조 원이다. 영업이익도 1분기 기준 삼성전자 57조 2,000억 원, SK하이닉스 37조 6,000억 원으로 삼성전자가 앞선다. 절대적인 돈을 버는 능력에서 삼성전자가 뒤진 적은 없다.
그런데 PER에서는 이보다 앞서 역전이 일어났다. 5월 14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의 2026년 선행 PER 6.79배가 삼성전자 6.77배를 사상 처음 앞질렀다. 격차가 변한 속도도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3개월 전(2월) 삼성전자의 PER은 8.08배, SK하이닉스는 5.28배로 2.80포인트 차이가 났고, 1개월 전(4월)에도 삼성전자 5.70배, SK하이닉스 4.66배로 격차가 뚜렷했다. 그런데 단 석 달 만에 이 격차가 완전히 역전됐다. 같은 보도는 이 기간 삼성전자의 EPS 컨센서스가 102.15% 상향돼 SK하이닉스(78.76%)보다 실적 개선 폭이 더 컸다는 점도 짚었다. 정확한 산정 구간은 출처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적어도 이익 전망이 개선된 정도는 삼성전자가 더 컸는데 시장이 부여하는 가격(PER)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방향성만은 분명하다. 이건 펀더멘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괴리다.
다만 균형 있게 봐야 할 숫자도 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로 보면 SK하이닉스가 71.5%, 삼성전자가 42.8%로 SK하이닉스가 크게 앞선다. 매출 규모는 삼성전자의 약 40%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이익을 효율적으로 뽑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절대 이익 규모는 삼성전자가 크지만, 같은 돈을 벌기 위해 들어가는 매출의 '효율성'에서는 SK하이닉스가 우위에 있다는 사실은 PER 프리미엄을 일정 부분 설명해주는 요인이다.
시가총액은 결국 순이익(기업 전체의 이익 규모)에 멀티플(PER)을 곱한 값이다. 절대 이익에서 삼성전자가 앞서는데 시총에서 뒤졌다는 건, 그 차이를 멀티플이 메우고도 남을 만큼 벌렸다는 뜻이다. 영업이익률 차이가 그 멀티플 격차의 일부를 설명하지만, 단 석 달 만에 PER 우열이 완전히 뒤집힐 정도로 영업이익률 차이가 갑자기 커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요인이 함께 겹쳤다고 보는 게 더 설득력 있다.
실제로 이 시기 SK하이닉스에는 펀더멘털과 무관한 자금 유입 경로가 여러 개 새로 열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K하이닉스는 다음 달 ADR(미국 주식예탁증서) 상장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유입되며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짚었다. 나스닥 상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같은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 편입이 현실화되면 해외 패시브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자금은 회사의 분기 실적이 아니라 '상장이라는 이벤트' 자체에 반응하는 자금이다.
여기에 5월 22일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변수로 더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이 ETF들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은 최대 5조 3,000억 원의 신규 자금 유입을 추산했다. 레버리지 ETF는 그 구조상 가격이 오를수록 매수가 추가로 발생하는 모멘텀 추종형 수급을 만든다. 한 종목이 일단 오르기 시작하면 그 상승 자체가 추가 매수를 부르는 자기강화적 흐름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5월 18일 하나증권의 "시스코 경고"가 더해지면서, "SK하이닉스 시총 역전"이라는 사건 자체가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화두가 퍼질수록 그 역전을 둘러싼 관심과 자금이 더 몰리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즉 이번 역전은 메모리 경쟁력의 우열이 가른 결과가 아니라, ADR 상장 기대감과 레버리지 ETF 수급, 그리고 화제성이라는 가격 요인들이 겹쳐 만들어진 현상에 가깝다.
코스피 왕좌가 바뀐 장면은 분명 상징적이다. 그러나 그 상징이 곧 '삼성전자 메모리 경쟁력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사업부 단위로 보면 삼성전자는 1분기 SK하이닉스를 매출·영업이익 모두에서 앞섰고, HBM이라는 좁은 영역의 격차도 회사가 직접 좁혀가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여기에 만년 적자였던 파운드리가 테슬라·구글·AMD라는 빅테크 고객을 끌어들이며 흑자 전환 시점을 1년 앞당기고 있다는 점은, SK하이닉스에는 없는 삼성전자만의 추가적인 업사이드다.
결국 이번 시총 역전이 말해주는 것은 'SK하이닉스가 더 좋은 회사가 됐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지금 이 순간 SK하이닉스에 더 후한 가격을 매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격을 만든 힘의 상당 부분은 메모리 사업의 우열이 아니라 ADR 상장, ETF 수급, 화제성이라는 시장 구조에서 나왔다. 펀더멘털과 가격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역전이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것: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실제 흑자 전환 시점(3분기 또는 4분기 전망 중 어느 쪽이 맞는지), 그리고 SK하이닉스 ADR 상장이 실제로 마무리된 이후에도 시총 우위가 유지되는지 여부. 후자가 ADR 상장 이벤트 효과가 소진된 뒤 되돌려진다면, 이번 역전이 수급 요인이었다는 설명에 더 힘이 실린다.
구분 |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2026년 1분기 매출 비교 | 메모리사업부만 74.8조원 | 전체 52.6조원
2026년 예상 순이익 | 약 280조원 | 약 208조원
1분기 영업이익 | 57.2조원 | 37.6조원
1분기 영업이익률 | 42.8% | 71.5%
2026년 선행 PER (5월 14일 기준) | 6.77배 | 6.79배
HBM 점유율 | 20%대 | 50~61%
파운드리 흑자전환 목표 | 2026년 3~4분기 (앞당김) | 해당 없음
시총 역전 시점 | — | 6월 22일 (PER 역전보다 약 1개월 후)
역전 가속 요인 | — | ADR 상장 기대감, 레버리지 ETF 수급
*수치 출처: 테크M(2026.5.1), 매일신문(2026.5.15), 서울경제·헤럴드경제·머니투데이(2026.6.22), 딜사이트·테크월드 등 파운드리 관련 보도(2026.4~6월). 출처별 기준 시점이 다르므로 인용 시 날짜 확인 필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과 AI 서버에 들어가는 HBM은 같은 '메모리'라는 이름을 쓰지만, 거래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이 무엇이고 어떤 기업들이 이 흐름을 타고 있는지, 개념부터 공급망·수혜주·위험 요인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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