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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해킹 위기 딛고 2위 탈환…OTT 전쟁 새 국면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판도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티빙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보안 악재를 딛고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국내 OTT 2위 자리를 탈환한 가운데, 넷플릭스는 국내 이용자 1,600만 명 돌파라는 이정표를 세우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Odin Park기자
티빙, 해킹 위기 딛고 2위 탈환…OTT 전쟁 새 국면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판도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티빙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보안 악재를 딛고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국내 OTT 2위 자리를 탈환한 가운데, 넷플릭스는 국내 이용자 1,600만 명 돌파라는 이정표를 세우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위기와 성장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내 OTT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해킹 후폭풍에도 건재한 티빙

티빙은 올해 상반기 서버 해킹으로 인한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으며 심각한 신뢰도 위기에 직면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OTT 플랫폼은 결제 정보와 시청 이력 등 민감 데이터가 집중된 만큼 해킹 피해는 단순 정보 유출을 넘어 이탈률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사태 직후 일부 이용자들의 구독 해지 움직임이 감지되며 업계의 우려를 샀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티빙은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과 적극적인 요금제 개편, 그리고 KT·통신사 제휴 번들 상품 확대를 통해 이탈 이용자를 빠르게 복구했다. 콘텐츠 경쟁력이 플랫폼 신뢰 위기를 상쇄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이용자들이 이미 특정 OTT에 대한 콘텐츠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단기적 보안 이슈가 구독 이탈로 직결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넷플릭스 1,600만, 한국 시장의 의미

넷플릭스의 국내 이용자 1,600만 명 돌파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약 2,900만 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넷플릭스는 이미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이상에 도달한 셈이다. 계정 공유 금지 정책 도입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구독자 수가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적 성과'를 거뒀던 넷플릭스는 한국에서도 동일한 공식이 적용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K-콘텐츠 투자 전략이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누적 수조 원대의 국내 콘텐츠 투자를 단행했으며, '오징어 게임' 시리즈로 상징되는 K-드라마의 글로벌 흥행은 역으로 국내 이용자들의 플랫폼 충성도를 높이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한국 시장이 글로벌 K-콘텐츠 허브'로 기능하는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2위 경쟁, 티빙 vs 웨이브의 구조적 대결

2위 싸움은 사실상 티빙과 웨이브 간의 지속적인 소모전 양상이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KBS·MBC·SBS)와 SK텔레콤이 연합해 출범한 플랫폼으로, 무료 공중파 콘텐츠 연계라는 차별점을 무기로 삼아왔다. 반면 티빙은 CJ ENM이라는 든든한 콘텐츠 제작 모기업을 배경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조사'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했다.

전문가들은 두 플랫폼의 경쟁 구도를 두고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지속성의 싸움"이라고 진단한다. 미국 시장에서 HBO맥스(현 맥스)가 프리미엄 오리지널 전략으로 디즈니+를 제치는 사례처럼, 한국 시장에서도 킬러 콘텐츠 확보 여부가 중장기적 순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비교: 한국 OTT 시장의 특수성

한국 OTT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할 때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한국은 OTT 서비스 다중 구독 비율이 아시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용자 1인이 평균 2개 이상의 OTT를 동시 구독하는 행태가 일반화되면서 '제로섬 게임'이 아닌 '시장 전체 파이 확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넷플릭스의 양강 구도가 고착화된 반면, 한국은 넷플릭스 1강에 토종 플랫폼들이 다수 경쟁하는 '1강 다약'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국내 제작 드라마·예능에 대한 이용자 선호도가 글로벌 플랫폼의 독점을 막는 방어막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요금제와 수익성의 딜레마

티빙과 웨이브 등 국내 플랫폼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는 수익성이다. 티빙은 광고 기반 저가 요금제(AVOD) 도입을 통해 이용자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광고 단가와 광고주 확보에서 넷플릭스 대비 열위에 놓인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넷플릭스는 자체 광고 기술 플랫폼 '넷플릭스 애즈 슈트'를 앞세워 광고주들에게 정밀 타기팅 옵션을 제공하며 AVOD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국내 플랫폼들은 광고 인벤토리의 질적 수준과 데이터 분석 역량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토종 OTT의 AVOD 성공 여부는 결국 광고 기술력과 콘텐츠 집중도의 복합 방정식"이라고 설명한다.

보안 사고가 남긴 과제

이번 티빙 해킹 사태는 국내 OTT 업계 전반에 사이버 보안 투자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OTT 및 디지털 플랫폼 대상 사이버 공격 시도는 매년 증가 추세이며, 특히 결제 정보와 구독 데이터를 겨냥한 표적 공격이 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보안 감사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 이용자 이탈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콘텐츠 락인 효과 덕분이지만, 반복될 경우 브랜드 신뢰도에 누적 손상이 불가피하다"며 보안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전망: 합종연횡과 생존 경쟁

하반기 OTT 시장은 더욱 복잡한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통신사 주도의 번들 요금제 경쟁이 격화되고, 유튜브 프리미엄과 쿠팡플레이 등 이종 플랫폼과의 이용자 쟁탈전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웨이브와 티빙의 통합론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결국 국내 OTT 시장의 승패는 세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첫째는 킬러 오리지널 콘텐츠의 지속적 공급, 둘째는 광고 기술 및 수익 모델의 다각화, 셋째는 사이버 보안을 포함한 플랫폼 신뢰도 유지다. 티빙이 해킹이라는 위기를 딛고 2위를 탈환한 것은 콘텐츠 경쟁력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구조적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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