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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시장, 중국 빼도 21% 성장

전기차 시장이 일부에서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를 받는 와중에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는 꾸준히 팽창하고 있다.

Mathew Rio기자

전기차 시장이 일부에서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를 받는 와중에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는 꾸준히 팽창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1~5월 비(非)중국 시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209.1GWh(기가와트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 증가했다. 이 숫자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차근차근 풀어보자.

GWh가 뭔가요? — 숫자 단위부터 이해하기

GWh는 전력량의 단위다. 1GWh는 일반 가정집 약 9만 가구가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에 해당한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이 보통 50~100kWh(킬로와트시) 수준이니, 단순 계산으로 209.1GWh는 약 200만~400만 대분의 배터리에 해당한다. 중국을 뺀 나머지 세계에서 올해 1~5월에만 그 정도 규모의 배터리가 전기차에 탑재된 셈이다.

왜 '비중국'을 따로 봐야 하나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혼자 차지하는 초거대 시장이다. 중국 내 BYD, CATL 같은 업체들이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합산' 수치는 중국 변수에 크게 흔들린다. 반면 비중국 시장은 유럽·북미·한국·일본·동남아 등 지역의 실질적인 전기차 보급 흐름을 보여주는 '체온계' 역할을 한다. 한국의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일본의 파나소닉, 중국의 CATL(해외 수출 포함) 등이 이 시장에서 경쟁한다.

21.8% 성장, 어떻게 읽어야 하나

연간 기준으로 20% 이상의 성장률은 상당히 가파른 수치다. 비교 대상인 2025년 1~5월도 이미 성장세를 이어가던 시기였기 때문에, 기저 효과(비교 기준이 낮아서 성장률이 부풀려지는 현상) 없이 이룬 결과라는 점이 더 의미 있다. 쉽게 말해, 이미 달리던 차가 더 빨리 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주요국의 내연기관차 퇴출 일정이 구체화하고, 전기차 모델 다양화·보조금 정책·충전 인프라 확충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은 2035년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고, 미국도 각 주별로 배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배터리 산업에 어떤 함의가 있나

첫째, 공급망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비중국 시장의 수요가 빠르게 늘수록 이 시장을 노리는 배터리 메이커들의 생산 능력 확보 경쟁도 격화된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 3사는 유럽과 북미에 공장을 증설하며 이 수요를 흡수하려 하고 있다.

둘째, 원자재 확보 전쟁도 심화된다.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니켈·코발트·망간은 특정 국가에 매장량이 집중돼 있다. 사용량이 늘수록 자원 안보 이슈도 커진다. 미국·유럽은 이미 중국산 배터리 소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셋째, 배터리 기술 경쟁의 판이 바뀐다. 시장이 커지면 단가 경쟁뿐 아니라 에너지 밀도·충전 속도·수명·안전성 등 기술 차별화 경쟁도 함께 달아오른다. 전고체 배터리(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를 쓰는 차세대 배터리)처럼 아직 상용화 이전 단계의 기술도 빠른 시장 확대 속에 상용화 압력을 받게 된다.

넷째, 재활용 시장이 열린다. 오늘 팔린 배터리는 10~15년 뒤 폐배터리가 된다. 지금의 급성장은 2030년대 중반 이후 거대한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시장을 예고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결국 무엇을 봐야 하나

중국 시장의 속도와 별개로, 비중국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은 분명하고 뚜렷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 흐름의 수혜를 누가 가져가느냐가 향후 10년 배터리 산업의 판도를 결정한다. 한국 배터리 3사 입장에서는 이 통계가 기회인 동시에 압박이다.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경쟁자들도 같은 숫자를 보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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