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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고체 배터리에 6600억 쏟아붓는 이유

전기차 시대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 ASSB). 일본 정부가 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약 6억 6000만 달러(한화 약 9000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Mathew Rio기자

전기차 시대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 ASSB). 일본 정부가 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약 6억 6000만 달러(한화 약 9000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가 2026년 6월 2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른 내용이다. 왜 일본은 이 배터리에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전고체 배터리가 뭐길래?

현재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다. 이 배터리 안에는 전기를 운반하는 물질인 전해질이 액체 형태로 들어 있다. 문제는 이 액체가 열에 약하고, 충격을 받으면 불이 붙거나 폭발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다. 쉽게 말해 배터리 속 '물'을 '돌'로 교체한 셈이다. 고체 전해질은 불이 붙지 않아 안전하고, 에너지를 더 많이 담을 수 있으며, 충전 속도도 훨씬 빠르다. 전기차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한 번 충전으로 1000㎞ 이상 달리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이 앞서가는 이유가 있다

전고체 배터리 경쟁에서 일본은 이미 상당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토요타(Toyota)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꼽힌다. 파나소닉, 무라타제작소 등 배터리 소재·부품 강자들도 포진해 있다.

일본이 이 분야에 일찍 눈을 돌린 데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1990년대부터 소니, 파나소닉 등이 리튬이온 배터리 상용화를 주도했고, 배터리 기술이 국가 핵심 산업이라는 인식이 깊이 뿌리내렸다. 그러나 스마트폰·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 중국의 CATL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 전고체 배터리는 일본이 다시 왕좌를 되찾을 수 있는 '리매치(rematch)' 기회인 셈이다.

정부 보조금 6억 6000만 달러의 의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및 공급망 구축에 약 6억 6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업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화물계·산화물계 고체 전해질 생산부터, 이를 가공하는 장비, 완성 셀(Cell) 제조까지 전 단계에 걸친 '공급망 내재화' 전략이다.

비유하자면,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철강부터 타이어, 엔진 부품까지 모두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정 나라에 소재나 부품을 의존하다가 공급이 끊기면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공급망 리스크'를 뼈저리게 경험한 뒤 나온 전략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을 거치면서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 공급망 안보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됐다.

경쟁국들의 상황은?

일본만 뛰고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의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도 2027~2030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중국의 CATL도 2027년 양산 계획을 밝혔다. 미국은 에너지부(DOE)를 통해 관련 R&D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결국 전고체 배터리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미래 패권을 둘러싼 '국가 대항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가장 큰 과제: 아직 넘어야 할 벽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대량 생산이 매우 어렵다. 고체 전해질은 액체에 비해 딱딱하기 때문에 배터리 내부의 양극·음극 물질과 밀착시키기가 까다롭다. 이 틈새가 생기면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또한 제조 비용이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훨씬 높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와 가격 경쟁이 가능해지려면 최소 2030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본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도 이 '죽음의 계곡(기술 개발과 상용화 사이의 험난한 구간)'을 건너기 위한 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이 뉴스가 중요한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단순히 '내연기관 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배터리를 누가 지배하느냐가 미래 자동차 산업, 나아가 에너지 산업 전체의 주도권을 결정한다. 석유를 둘러싼 20세기의 지정학적 다툼이 21세기에는 배터리를 둘러싼 기술·공급망 전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6600억 원 베팅은 그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는 도전이자, 함께 고체 전해질 소재나 장비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고체 배터리 경쟁의 향방은 앞으로 수년간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판도를 바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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