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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758억 자사주 소각…주주환원 전환점 될까

이마트가 758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유통 대형주 가운데 이례적 규모의 소각 결정으로,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재무 이벤트 이상의 신호로 읽고 있다.

Odin Park기자
이마트 로고.
이마트 로고.

이마트가 758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유통 대형주 가운데 이례적 규모의 소각 결정으로,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재무 이벤트 이상의 신호로 읽고 있다.

자사주 소각, 왜 지금인가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자기 주식을 영구 소멸시켜 총 발행 주식 수를 줄이는 조치다. 주당 가치와 주당순이익(EPS)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있어,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이마트의 이번 결정은 2023~2024년 고금리·소비 침체 국면에서 악화된 실적을 딛고 주주 신뢰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국내 유통업계는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양극화, 점포 운영 비용 증가 등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이마트는 신세계그룹 재편, 수익성 낮은 사업부 정리 등 구조조정과 함께 자본시장에 '변화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758억원의 무게: 숫자가 말하는 것

758억원이라는 규모는 이마트 시가총액 대비 의미 있는 수준이다. 자사주 소각 비율이 전체 발행 주식의 일정 퍼센트를 상회할 경우, EPS 개선 효과가 즉각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기관투자자들의 밸류에이션 재산정을 촉발할 수 있다.

국내 자본시장 연구에 따르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의 주가는 공시 이후 단기적으로 평균 3~5%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장기 효과는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 여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회복이 병행되지 않으면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자사주 소각은 경영진이 현재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한다는 시그널이기도 하다"며 "이마트 주가가 장기 부진했던 만큼, 소각 결정 자체가 저점 인식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국내 사례와의 비교

글로벌 유통 공룡 월마트(Walmart)는 수년간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높이면서도 물류·디지털 전환 투자를 병행했다. 이 전략은 주가 장기 우상향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일본의 이온(AEON) 그룹 역시 자사주 소각과 배당 정책을 결합해 기관투자자 이탈을 방지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2017년 수십조 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 소각을 단행하며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을 높인 선례가 있다. 중소형주 중심이던 자사주 소각 트렌드가 대형 유통주로 확산되는 흐름 역시 2020년대 들어 뚜렷해지고 있으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요구하는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압력과 무관하지 않다.

찬성과 우려, 엇갈리는 시선

긍정론자들은 이번 소각이 이마트의 자본 효율화 의지를 시장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기업 평가의 핵심 지표로 삼는 추세에서, 이마트가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금 활용의 우선순위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마트는 SSG닷컴,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 구조 등 복잡한 계열사 문제와 함께, 오프라인 점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 투자도 지속해야 하는 처지다. 758억원을 소각에 쓰기보다 디지털 전환이나 신사업 투자에 배분하는 것이 장기적 기업가치에 더 유리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유통업계 전문 애널리스트는 "자사주 소각은 '있는 자원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라며 "이마트가 본업에서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소각 효과는 일시적 주가 부양에 머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적 과제: 주주환원을 넘어 실적으로

이마트의 근본적 과제는 유통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수익 모델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성장세, 신선식품 경쟁력,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이 실제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연결되느냐가 관건이다.

주주환원 정책은 기업이 성장 투자 이후 잉여현금을 분배하는 '결과물'이어야 한다. 만약 수익성 회복이 선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주주환원을 강화한다면, 이는 미래 성장 여력을 잠식하는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전망: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의 조건

이마트의 자사주 소각 결정은 국내 유통업계의 주주환원 문화 확산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로드맵 제시와 함께 본업 실적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

시장은 이미 다음 질문을 던지고 있다. 758억원 소각 이후, 이마트가 내놓을 '다음 카드'는 무엇인가. 주가 회복과 신뢰 재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주주환원은 전략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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