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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8조 재산, 이혼 소송으로 쪼개지나

오는 9월, 한국 재계와 법조계의 이목이 서울가정법원 한 곳으로 집중된다. 국내 대표 게임 기업 스마일게이트그룹의 창업자 권혁빈 회장과 배우자 사이에 벌어진 이혼 소송의 선고기일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Odin Park기자
스마일게이트 8조 재산, 이혼 소송으로 쪼개지나

오는 9월, 한국 재계와 법조계의 이목이 서울가정법원 한 곳으로 집중된다. 국내 대표 게임 기업 스마일게이트그룹의 창업자 권혁빈 회장과 배우자 사이에 벌어진 이혼 소송의 선고기일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추정 재산 규모만 8조 원에 달하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가정사를 넘어 한국 재벌 구조와 재산 분할 법리, 나아가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가 만든 8조 원의 제국

스마일게이트는 2002년 권혁빈 회장이 창업한 게임 개발사다. 2007년 출시된 온라인 1인칭 슈팅(FPS) 게임 '크로스파이어'가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최전성기 기준 중국 동시접속자 수 800만 명을 돌파했고, 누적 매출은 수십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스마일게이트는 에픽게임즈와 손잡고 개발한 '로스트아크', VR·AI 분야 투자 등 사업을 다각화하며 국내 주요 게임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권 회장의 보유 지분과 계열사 자산 등을 합산한 재산은 약 8조 원으로 추산된다. 비상장 기업 특성상 정확한 가치 산정은 어렵지만, 포브스코리아와 복수의 금융업계 추산치는 이 수치에 수렴한다. 이것이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자 파급력의 근원이다.

재산 분할, 어디까지 인정될 것인가

한국 가족법상 이혼 시 재산 분할은 혼인 기간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대상으로 한다. 민법 제839조의2는 재산 분할 청구권을 명시하고 있으며, 법원은 기여도·혼인 기간·재산 형성 경위 등을 종합 고려해 비율을 결정한다.

관건은 스마일게이트 지분이 '혼인 중 공동 형성 재산'으로 인정되는 범위다. 창업자 1인의 아이디어와 역량에서 출발한 기업의 경우, 배우자의 기여도를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된다.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전업주부 배우자의 경우 30~40% 범위에서 기여도가 인정되는 경향이 있으나, 기업 지분의 경우 사업 기여 여부와 혼인 전 재산 기여분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 소재 한 대형 로펌 가사 전문 변호사는 "기업 지분의 경우 창업 시점과 혼인 시점의 선후관계, 기업 성장 과정에서 배우자의 직·간접 기여 여부가 결정적"이라며 "조 단위 재산 분할이 현실화되면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역대 최대 규모 이혼 소송의 역사

이번 소송은 재산 규모 면에서 국내 역대 최대 수준이다. 비교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사례는 2009년 선고된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혼 사건이나, 재벌가 이혼 소송들이다. 그러나 스마일게이트 사건은 단일 창업자의 미상장 기업 지분이 주된 재산이라는 점에서 기존 사례와 결이 다르다.

해외에서는 이미 창업자 이혼 소송이 기업 지배구조를 흔든 선례가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2019년 이혼 합의를 통해 아마존 주식 약 4%를 전 배우자 매켄지 스콧에게 이전했다. 당시 가치로 약 38조 원에 달하는 규모였으며, 지분 이전 직후 스콧은 아마존 최대 개인 주주 중 한 명이 됐다. 다만 베이조스는 모든 의결권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합의해 경영권 영향은 최소화했다.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권, 흔들릴 수 있나

법원이 상당 규모의 재산 분할을 명령할 경우, 비상장사인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현금 확보가 우선 과제가 된다. 지분 이전이 실물로 이뤄지면 권 회장의 지배 지분이 희석되고, 이는 경영 안정성에 직결된다. 특히 스마일게이트는 상장사가 아닌 만큼 지분 가치를 시장에서 즉각 환산하기 어려워 분쟁 소지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재산 분할 이행 과정에서 유상감자, 배당 확대, 또는 일부 계열사 매각 등의 수단이 동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스마일게이트의 기업공개(IPO) 추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다. 상장을 통해 지분 가치를 현금화하는 경로가 법원 명령 이행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자료와 재산 분할, 이중 쟁점

이번 소송에서는 재산 분할 외에 위자료 청구도 병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자료는 혼인 파탄에 대한 유책 배우자의 정신적 손해 배상 성격을 지닌다. 한국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는 통상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수준으로, 수조 원대 재산 분할에 비해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유책 사유 판단은 재산 분할 비율 산정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양측 모두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9월 선고 이후의 파장

법조계는 1심 선고 이후에도 상당 기간 항소심, 상고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조 단위 사건의 경우 양측 모두 법률적 다툼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최종 확정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1심 선고 자체만으로도 시장과 업계에 미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법원이 대규모 기업 지분에 대해 어느 정도의 분할 비율을 인정하느냐는, 향후 유사 소송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창업자 중심의 비상장 IT·게임 기업이 급증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 판결은 창업자와 배우자의 법적 권리에 관한 새로운 판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적으로는 비상장 기업 지분 평가 기준의 투명성 강화 필요성도 부각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비상장주식 평가 방식이 소송 재산 분할에도 준용되지만, 평가액 기준을 두고 양측의 감정 결과가 수천억 원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흔하다. 전문가들은 비상장 기업 지분 가치 산정에 관한 별도의 가사소송 특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8조 원의 재산이 9월 법정에서 어떤 판단을 받을지, 그 결과는 한국 게임 산업의 지형도는 물론 재계 전반의 혼인·재산 구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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