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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9천억 지분 판다…SK 경영권 영향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SK 주식 9천억원어치를 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단순한 주식 거래처럼 보이지만, 이 매각의 배경에는 전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에서 비롯된 역대급 재산분할 판결이 자리하고 있다.

Mathew Rio기자
최태원, 9천억 지분 판다…SK 경영권 영향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SK 주식 9천억원어치를 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단순한 주식 거래처럼 보이지만, 이 매각의 배경에는 전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에서 비롯된 역대급 재산분할 판결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 재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이혼 재산분할 사건이 마침내 현실로 이어지는 장면이다.

사건의 뿌리: 세기의 이혼 소송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은 2022년 시작됐다. 1심 법원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약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23년 이 금액을 무려 1조3808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1심의 약 2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컸을까. 핵심 쟁점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노 관장 측 기여가 얼마나 있었느냐였다. 노 관장 측은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정치적 배경이 SK의 사업 확장에 도움을 줬다"는 논리를 폈고, 2심 재판부는 이를 일부 인정해 재산분할 비율을 대폭 높였다. 반면 최 회장 측은 "기업 성장은 순전히 경영 능력의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부부 갈등이 아니라 한국 재계 지배구조와 대기업 경영권의 본질을 건드리는 문제였기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렀다.

대법원 확정 이후: 이제 돈을 내야 할 때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최 회장은 실제로 거액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금을 쌓아두는 개인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재벌 총수는 자산의 대부분을 계열사 지분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지분을 팔아 현금을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였다.

이번에 매각되는 SK 주식 9천억원어치는 바로 이 재산분할 이행을 위한 자금 마련 차원으로 해석된다. 쉽게 말해, 법원 판결로 확정된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회사 주식을 내다 파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경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가장 민감한 부분이 바로 경영권 문제다. SK그룹은 '최태원 → SK 주식 보유 → 그룹 전체 지배'라는 구조로 운영된다. 지주회사인 SK㈜의 지분을 많이 가질수록 그룹 전체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다.

최 회장은 현재 SK㈜ 지분 약 17~18%대를 보유하고 있다. 9천억원어치 매각이 이루어지면 지분율이 수 퍼센트포인트(pp) 하락할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 경영권이 즉각 위협받지는 않지만, 문제는 장기적인 구도다.

지분이 낮아질수록 외부 주주나 경쟁 세력이 목소리를 높일 여지가 생긴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행동주의 펀드(activist fund)'—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해 변화를 요구하는 투자자—의 활동이 활발해진 점을 감안하면, 최 회장의 지분 하락은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삼성, 현대 등 다른 재벌 그룹에서도 총수 지분율 하락이 지배구조 논란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다.

다만 SK그룹은 계열사 간 순환출자와 우호 지분 등 복잡한 안전망을 구축해두고 있어, 단기간에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재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주식 시장에서는 대주주의 대량 매각이 달갑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주식을 팔고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9천억원어치의 물량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수급 충격으로 주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통상 블록딜(block deal)—시장 외에서 기관투자자들에게 일괄로 주식을 파는 방식—이 활용된다. 블록딜은 시간외 거래로 처리되기 때문에 일반 시장 충격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보통 시장가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다음 날 주가가 그 할인율만큼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SK㈜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번 매각 방식과 규모, 시장 반응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 넓은 시각: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들

이번 사태는 한국 사회에 여러 층위의 질문을 던진다.

첫째, 재벌 지배구조의 취약성이다. 총수 개인의 지분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는, 총수 개인에게 어떤 법적·재정적 문제가 생겼을 때 기업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약점을 내포한다.

둘째, 이혼 재산분할의 기준이다. 이번 판결은 배우자의 '간접적 기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판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셋째, 경영권 보호 장치의 문제다. 총수가 지분을 강제로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기업과 일반 주주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충분한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핵심 정리

항목 | 내용

매각 규모 | 약 9천억원어치 SK 지분

매각 이유 | 대법원 확정 이혼 재산분할 이행

분할 금액 | 노소영 관장에 약 1조3808억원

경영권 영향 | 단기 안정, 장기 지분율 하락 리스크

주가 영향 | 블록딜 시 단기 하락 가능성

결국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재벌가의 이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대기업의 지배구조, 법원의 재산분할 기준, 주식 시장의 수급까지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사안이다. 앞으로 SK그룹이 지분 구조를 어떻게 재편해 경영 안정을 꾀할지, 그리고 주식 시장이 이 충격을 어떻게 소화해 낼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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