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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싫어한 왕, 그리고 살아남은 말 목장 이야기— 씨에스윈드가 쓰고 있는 뒷이야기

옛날 옛적 말을 싫어한 왕이 있었다. 벌금과 살육으로 말을 내쫓자 목장들은 소와 양으로 갈아탔다. 그런데 전쟁이 터지자, 살아남은 소수의 말 목장이 가장 큰돈을 벌었다. 지금 씨에스윈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꼭 이 이야기를 닮았다

Mathew Rio기자
말을 싫어한 왕, 그리고 살아남은 말 목장 이야기— 씨에스윈드가 쓰고 있는 뒷이야기

이 기사의 핵심 3줄

말을 싫어한 왕 이야기

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 한 왕이 살았다. 이 왕은 왕이 되기 전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은 뒤 말을 무척 싫어했다. 그래서 왕이 된 뒤 말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말의 주인에게 벌금을 물리고 말을 살육하곤 했다. 물론 말이 없으면 사람들이 먼 길을 여행하고 짐을 운반하는 게 어려워서, 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밤에 몰래 말을 타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말을 키우는 농장들은 이내 말 대신 소나 양을 키우기 시작했고, 말의 숫자는 크게 줄어들었다.

어느 날 이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다. 군마가 필요했지만 말 키우는 농장이 줄어들어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말값이 크게 올랐고, 그때까지 버티고 있던 소수의 말 목장들은 큰돈을 벌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수요는 그치지 않았다. 마차와 군마, 농업 보조에 쓰이던 말들이 이제는 노쇠했기 때문이다. 소수의 말 목장들은 계속해서 돈을 벌어들였다.

왕의 이름은 트럼프였다

이 이야기를 지금 풍력타워 산업에 그대로 옮겨 놓아도 어색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노골적으로 반풍력 기조를 밀어붙였다. 신규 풍력발전 개발을 사실상 금지하는 행정명령(Wind Energy Leasing and Permitting Freeze)을 내렸고, 연방법원이 이를 위법으로 판결하자 항소로 맞섰다. 법으로 막는 게 여의치 않자 다른 수법도 동원됐다. 미국 내무부는 뉴욕·메인·캘리포니아 연안의 해상풍력 임대 계약 4건을, 개발사에 7억 6500만 달러(약 1조 1700억 원)를 쥐여주고 강제로 취소시켰다. 벌금을 물려 말 주인을 내쫓던 왕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이 여파로 실제로 '말 목장'들이 문을 닫았다. 씨에스윈드의 미주 매출 비중은 2024년 63.9%(1조 9646억 원)에서 지난해 56.0%(1조 6485억 원)로 줄었다. 더 극적인 건 경쟁사들의 이탈이다. 글로벌 3위 풍력타워 업체인 미국 브로드윈드는 지난 4월 텍사스 공장을 팔고 타워 제조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원자재 수급 불안, 인플레이션, 정책 변동성을 소형·중견 업체들이 버텨내지 못하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소와 양으로 업종을 바꾼 목장들처럼, 살아남지 못한 경쟁자들은 시장을 떠났다.

살아남은 목장, 그리고 전쟁

그런데 지난 6월 반전이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풍력 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항소를 자진 취하하면서, 씨에스윈드 주가는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미 국방부의 육상풍력 프로젝트 심사 중단 조치까지 해제되며 약 30GW 규모 사업이 다시 심사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DS투자증권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씨에스윈드 목표주가를 8만 1000원에서 8만 8000원으로 올리면서, 인허가 장벽 완화와 경쟁 강도 약화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여기서 '전쟁'에 해당하는 진짜 수요 촉발제는 AI다. 데이터센터가 전례 없는 속도로 전력을 빨아들이면서, 한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육상풍력 설치 규모 전망이 올해 3월과 7월 사이 감소에서 증가로 바뀌었다. 전력이 부족하면 미국의 AI 패권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때 냉대받던 풍력을 다시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불러들인 셈이다.

살아남은 목장의 몸값도 그만큼 뛰었다. 유진투자증권은 풍력타워 제조업이 대륙별로 두세 개 업체가 주도하는 과점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1위인 씨에스윈드의 사업 지위가 한층 공고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진단이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씨에스윈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7배로 해외 경쟁사 평균(25.3배)보다 58% 낮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6배로 해외 평균(6.1배)보다 73% 낮다. 글로벌 전역에 제조 기지를 운영하는 선두업체치고는 과도한 할인이라는 평가다.

늙은 말들의 교체 수요, 리파워링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 '노쇠한 말의 교체 수요'에 해당하는 것이 풍력업계의 '리파워링'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풍력 발전기의 출력은 완공 후 10년이면 90%, 18년이면 70% 수준까지 떨어진다. 20년을 넘긴 설비는 수익성이 운영·유지보수 비용 수준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새 터빈으로 교체(리파워링)하거나 해체하는 수순을 밟는다. 유럽에서는 현재 가동 20년을 넘긴 프로젝트가 33GW, 25년을 넘긴 프로젝트가 16GW에 달한다. 유럽풍력협회(WindEurope)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리파워링을 통해 약 51GW의 발전용량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고,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GW가 넘는 풍력 발전 용량이 리파워링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리파워링은 대개 기존 터빈을 더 높은 정격 용량의 터빈으로, 더 높은 타워에 얹어 교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새로운 부지 없이도 고스란히 신규 타워 수요로 이어진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노쇠한 말들이 계속 교체 수요를 만들어냈던 것과 같은 구조다.

왕도 결국 바뀐다

이야기를 여기서 끝내지 않고 한 장 더 넘겨볼 만하다. 왕의 변덕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흥미롭게도 이 나라에는 왕의 심기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누그러지는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집권 초 60%대에서 최근 40%대 중반까지 떨어졌고,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는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야당이 가져가는 이른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반풍력 행정명령에 대한 항소를 자진 취하한 것도, 결국 이런 정치적 부담이 누적된 결과로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흐름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1기 때도 정확히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2016년 트럼프 당선 직후 글로벌 1위 풍력 터빈 기업 베스타스 주가는 한 달 만에 23% 급락했지만, 이후 4년 동안 꾸준히 올라 임기 말에는 오히려 당선 시점 대비 약 3배 수준까지 상승했다. 씨에스윈드 역시 트럼프 1기 당선 직후인 2016년 12월 주가가 저점을 찍은 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반등한 종목이다. 미국 태양광 기업들의 주가도 트럼프 1기 임기(2017~2021년) 동안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오른 사례가 있다. 즉 이 왕은 재임 초반 가장 사납고, 임기가 무르익을수록 못 이기는 척 물러서 온 전력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의 항소 취하, 국방부 심사 재개, 목표주가 잇단 상향은 이 익숙한 패턴의 앞부분과 정확히 겹친다.

물론 아직 남은 변수도 있다. 미국 내무부는 항소를 취하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소송이 아닌 거액의 보상금으로 임대권을 되사들이는 우회 전략으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무산시킨 전력이 있고, 씨에스윈드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자회사(옛 블라트)는 이 여파로 덴마크 생산기지에서 1056억 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인식하기도 했다. 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의 일몰 시점을 둘러싼 논의도 아직 진행 중이다. 다만 이런 잔여 리스크들은 트럼프 1기 후반부에도 늘 존재했던 종류의 노이즈였고, 결과적으로 그 노이즈를 뚫고 풍력·태양광 주가는 우상향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왕이 말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 왕의 변덕이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누그러지는 쪽으로 기울어 왔다는 것만큼은 역사가 보여주는 패턴이다.

주목할 것: 11월 중간선거에서 블루웨이브가 실제로 현실화되는지, 그리고 그 이후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트럼프 1기 후반부와 비슷하게 완화되는 흐름을 다시 보이는지. 역사가 반복된다면, 지금의 항소 취하와 목표주가 상향 랠리는 그 초입에 불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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