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9천억 지분 판다…SK 경영권 영향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SK 주식 9천억원어치를 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단순한 주식 거래처럼 보이지만, 이 매각의 배경에는 전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에서 비롯된 역대급 재산분할 판결이 자리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조선주에 대해 여러 차례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솔직히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자. 다만 반복된 경고에 무뎌질수록, 정작 진짜 신호를 놓치기 쉬운 법이다

이 시리즈는 조선주에 대해 낙폭과대·실적개선이라는 근거를 앞세워 여러 차례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해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 관점은 절반만 맞았다. 5월과 6월 두 차례 급등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숨 고르기' 장세가 반복됐다. 최근까지도 이런 조정 국면이 이어지며, 애초에 기대했던 만큼의 재평가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이 시리즈가 짚었던 다른 전망들 — 반도체 쏠림 완화에 따른 순환매, 밸류업 관련주 재조명, 씨에스윈드의 경쟁구도 개선 — 이 비교적 방향을 잘 맞혔던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반복된 낙관론은 그 자체로 피로감을 낳는다. 양치기 소년의 외침을 몇 번이고 들은 마을 사람들이 결국 귀를 닫아버리듯, 조선주에 대한 긍정론도 반복될수록 시장의 반응은 무뎌지고 있다. 다만 이 우화에는 한 가지 아이러니가 있다. 경고가 반복되며 사람들이 무관심해질수록, 정작 진짜 신호가 왔을 때 아무도 대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조선주에 필요한 질문은 "또 양치기 소년이냐"가 아니라 "이번엔 정말 늑대가 오고 있는 건 아닌가"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실적과 수주부터 확인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좋다. 삼성중공업은 상선 부문에서 연간 목표 57억 달러를 8월까지 61억 달러로 초과 달성(달성률 107%)했다. 회사 전체(해양·플랜트 포함) 기준으로도 연간 목표 139억 달러 대비 105억 달러를 수주해 76%를 채운 상태로, 통상 하반기에 수주가 몰리는 업종 특성을 감안하면 무리 없는 진도다. HD현대중공업은 한발 더 나아가 이미 회사 전체 연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모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 전체로 봐도 상반기에만 연간 목표의 96.2%(163억 8000만 달러)를 채웠다. 2분기 실적을 봐도 조선 3사 모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만하면 업황이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
실적과 수주가 이렇게 견조한데 주가가 정체돼 있다면, 남는 설명은 하나다. 실적이 아니라 그 실적을 감싸고 있던 이야기, 즉 내러티브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조선주를 밀어올렸던 최대 내러티브는 단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였다. 한미 조선협력이라는 틀 안에서 미국 방산·상선 시장 진출 기대감이 조선주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최근 이 내러티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60조 원 규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이 고배를 마신 것이다.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자체도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과 후속 건조 논의는 살아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만큼의 가시적인 대형 계약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내러티브가 꺾이면 실적이 좋아도 주가는 반응하지 않는다. 지금 조선주가 처한 상황이 정확히 이런 모습이다. 다만 그 내러티브가 완전히 소멸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실주 이후에도 태국 해군 차기 호위함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고, 후속 발주까지 포함하면 최대 4조 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남아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도 따내며 HD현대중공업과의 과열 경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스가라는 큰 그림이 주춤한 사이에도, 개별 방산 수주는 조용히 쌓이고 있다.
지금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강력한 내러티브는 단연 AI다. 반도체와 기판처럼 AI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기업들에 자금이 쏠리고, AI가 촉발한 전력 쇼티지 우려 때문에 에너지·전력기기 업종까지 이 내러티브의 수혜를 입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 AI 내러티브가 최근 조선주에도 옮겨붙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통로는 두 갈래다.
첫째는 발전엔진이다. HD현대중공업의 엔진 부문은 데이터센터向 엔진 공급이 늘어나며 성장폭이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화엔진과 STX엔진도 각각 약 500㎿, 약 2GW 규모의 여유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AI 데이터센터에 엔진을 납품하기 시작하면 외형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이 부문에서 확정된 수주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야 한다. 지금은 '기대'의 영역이지 '실적'의 영역이 아니다.
둘째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다. 이쪽은 발전엔진보다 한발 더 나아간 이야기로, 조선업 사이클의 새로운 먹거리로 거론된다. 삼성중공업이 가장 앞서 있다. 삼성과 오픈AI 간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 협력이 발표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삼성중공업은 2028년 2분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과 HD현대중공업 역시 후보군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유식 데이터센터가 실제 수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AI 인프라 확장이라는 거대한 흐름 안에 조선업이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여기에 조용히 판을 바꾸는 변수가 하나 더 있다. 환율이다. 상반기 원화 약세는 조선 3사의 실적에 도움을 줬는데, 그 수혜의 크기는 환헤지 비율에 따라 정반대로 갈렸다. 삼성중공업은 100%에 가까운 완전 헤지 정책을 고수하는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약 75%, 한화오션은 약 10% 수준으로 추정된다. 헤지 비율이 낮을수록 스팟 환율 상승분을 실적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 결과 2분기 영업이익률은 헤지 비율이 가장 낮은 한화오션이 13.5%, HD현대중공업이 16.4%를 기록한 반면, 사실상 완전 헤지로 원화 약세 수혜를 거의 누리지 못한 삼성중공업은 10.1%에 그쳤다.
그런데 하반기 들어 원화가 강세로 방향을 틀면서, 이 구도가 뒤집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강경태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대형 조선사들의 3분기 실적이 원화 강세 영향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평균 환율이 100원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영업이익률이 HD현대중공업 1.9%포인트, HD현대삼호 2.1%포인트, 한화오션은 3.9%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환율 변화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반기엔 100% 헤지 정책 탓에 원화 약세 수혜를 누리지 못했던 삼성중공업이, 원화 강세 국면에서는 바로 그 헤지 덕분에 오히려 환율 변동성에서 자유롭다는 게 강점으로 바뀌는 셈이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의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더하면, 실적 불확실성 없이 모멘텀을 기다리며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구간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정리하면 이렇다. 내러티브 피로감 속에서도 조선 3사의 펀더멘털(수주·실적)은 여전히 훼손되지 않았다. 마스가라는 큰 그림은 캐나다 잠수함 실주와 미국과의 협상 지연으로 잠시 힘이 빠졌지만, 개별 방산 수주는 꾸준히 쌓이고 있다. 여기에 AI라는 새로운 내러티브가 발전엔진과 부유식 데이터센터라는 통로로 막 옮겨붙기 시작했고, 환율은 하반기 들어 삼성중공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만 반복된 낙관론이 남긴 교훈도 있다. 내러티브는 실제 계약으로 증명되기 전까지는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다. 한화엔진·STX엔진의 데이터센터向 수주가 아직 없다는 것, 부유식 데이터센터 상용화까지는 2028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성급한 낙관보다 확인 포인트를 하나씩 짚어가는 접근이 더 유효해 보인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SK 주식 9천억원어치를 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단순한 주식 거래처럼 보이지만, 이 매각의 배경에는 전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에서 비롯된 역대급 재산분할 판결이 자리하고 있다.

옛날 옛적 말을 싫어한 왕이 있었다. 벌금과 살육으로 말을 내쫓자 목장들은 소와 양으로 갈아탔다. 그런데 전쟁이 터지자, 살아남은 소수의 말 목장이 가장 큰돈을 벌었다. 지금 씨에스윈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꼭 이 이야기를 닮았다

선두 기업들이 AI라는 금광을 향해 전 역량을 쏟아붓는 사이, 그들이 손을 뗀 자리에서 조용히 몸집을 키우는 기업들이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숫자로 증명하는 '변방'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