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내러티브는 떠났다, 씨에스윈드는 남았다

풍력주 급등 이후를 진단하다 호르무즈 해협의 파도가 여의도까지 밀려왔다. 그 파도가 가라앉은 뒤, 미국 비중이 가장 큰 회사에 가장 많은 것이 남았다.

Mathew Rio기자
내러티브는 떠났다, 씨에스윈드는 남았다

이 기사의 핵심 3줄

미국 행정부가 해상풍력 중단 조치에 대한 항소를 포기할 것이란 전망에 씨에스윈드·SK오션플랜트가 급등했지만, 다음날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전형적인 뉴스 트레이딩이었다.

이번 트리거의 진짜 수혜자는 씨에스윈드다. 미국 매출 비중이 압도적인 이 회사에게 미국 정책 리스크 완화는 단발성 뉴스가 아니라 구조적 변수다.

트럼프 1기 때도 정부는 풍력에 적대적이었지만 미국 풍력 설치량은 오히려 늘었다. 정치적 수사와 산업의 실제 궤적이 다르게 흘러갈 여지가, 지금 다시 열리고 있다.

cs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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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가끔 멀리 있는 사건에 너무 빠르게 반응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너머 페르시아만으로 공격 범위를 넓혔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20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고, 그 충격파가 태평양을 건너 여의도까지 도달했다. 고유가가 길어지면 화석연료의 대안인 태양광·풍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였다. 한화솔루션이 16.67% 뛰었고,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상한가를 쳤다. 풍력주로 꼽히는 SK오션플랜트와 씨에스윈드도 각각 9.42%, 11.83% 올랐다.

여기에 또 하나의 트리거가 겹쳤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상풍력 중단 조치를 무효로 한 법원 판결에 항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권 출범 이후 줄곧 풍력 산업의 발목을 잡아온 백악관이, 전쟁이 만든 고유가 압박 앞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다음 날, 주가는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되돌렸다. 흔한 패턴이다. 사건이 만든 파도는 높고 빠르게 일었다가, 사건이 만든 흥분이 가라앉으면 더 빠르게 잦아든다. 문제는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았는가다. 그 답은 차트가 아니라 재무제표에 있다.

SK오션플랜트: 줄어든 매출, 늘어난 이익

SK오션플랜트의 1분기 실적표를 보면 흥미로운 비대칭이 보인다. 매출은 1,7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1% 감소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168억 원으로 52.7% 늘었다. 회사가 더 적게 팔고 더 많이 벌었다는 뜻이다.

비밀은 매출 구성에 있다. 영업이익률이 4분기 7.9%에서 1분기 9.7%로 뛴 이유는 해상풍력 매출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문경원 연구원은 이를 “해상풍력 마진 호조”라 짚으며 목표주가를 2만 6,000원에서 3만 원으로 15.4% 상향했다. 같은 그룹의 조선·플랜트 사업보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업의 수익성이 더 높다는 뜻이며, 이는 회사의 포트폴리오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신호로 읽힌다.

SK oceanplant
SK oceanplant

다만 그늘도 있다. 4분기 매출로 기대됐던 안마도 해상풍력 사업이 군 작전성 평가 불확실성으로 계약이 취소됐고, 대만 웨이란하이 해상풍력도 디벨로퍼의 투자 결정이 바뀌며 착공이 지연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를 반영해 2026년 매출 전망을 6,998억 원으로 7% 하향 조정했다. 1분기 수주는 해상풍력 1,062억 원, MRO 84억 원으로 총 1,146억 원에 그쳤고, 수주잔고는 1조 2,224억 원 수준이다. 호재와 악재가 한 분기 안에 동시에 들어있는 셈이다.

다만 SK오션플랜트의 사업은 한국·대만·동남아 시장에 걸쳐 있고, 미국 비중은 제한적이다. 이번 트리거—미국 행정부의 항소 포기 전망—가 이 회사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진짜 이야기는 다른 곳에 있다.

씨에스윈드: 이번 트리거의 진짜 수혜자

세계 1위 풍력타워 제조사 씨에스윈드의 1분기는 더 복잡한 그림을 보여준다. 매출 7,1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43억 원으로 40.7% 줄었다. 영업이익률 10.4%는 표면적으로는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원이 숫자를 한 단계 더 파고들자 다른 그림이 나왔다. 이 영업이익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 330억 원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 타워 제조 영업이익률은 3.2%로 떨어진다. 풍력타워라는 본업 자체의 수익성은 시장 기대치를 밑돈다는 뜻이다. 씨에스윈드의 실적이 사업 경쟁력의 결과가 아니라 미국 정부 보조금 정책의 산물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구조는 정치적 리스크와도 직결된다. AMPC는 IRA라는 법안에 근거한 보조금이고, 트럼프 행정부는 청정에너지 세제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풍력·태양광 설비는 2026년 6월 30일까지 착공하고 2027년 12월 31일까지 상업운전을 시작해야 기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시한 이후의 신규 프로젝트는 보조금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키움증권 조재원 연구원은 낙관적이다. “2분기부터 미국 법인 생산 확대와 생산성 향상 효과가 반영되면서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며, 보조금이 아닌 생산성 자체의 개선이 다음 분기부터 시작된다고 짚었다. 정연승 연구원도 “1분기 2억 3,0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의 13.4%를 달성했다”며 수주 흐름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핵심 변수는 신규 하부구조물 수주 여부다. 노르덱스, 베스타스와 진행 중인 장기 공급계약 협상 결과가 6월 발표될 예정이며, 이 결과가 리레이팅의 첫 번째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게 정 연구원의 진단이다.

트럼프 1기의 기시감 — 수사와 산업은 다르게 흘렀다

씨에스윈드를 둘러싼 정책 환경을 더 길게 보면 흥미로운 선례가 나온다. 트럼프 1기(2017~2021년) 내내 백악관의 풍력에 대한 수사는 노골적으로 적대적이었다. 트럼프는 스코틀랜드 골프장 인근 해상풍력 단지를 두고 영국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벌였고, 임기 동안 풍력 터빈을 트위터에서 60번 넘게 공격했다. “풍력은 새를 죽이고 경관을 망친다”는 발언은 거의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런데 같은 기간 미국 풍력 산업의 실제 궤적은 정반대였다. 2018년 미국에 신규 설치된 풍력발전 용량은 7,588MW로 역사상 3번째로 많은 기록이었고, 이는 2017년 대비 8% 증가한 수치였다. GE의 풍력터빈 수주는 2019년 한 해 전년 대비 32% 늘어난 4,206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방정부의 수사가 적대적이었던 그 시기에, 정작 산업은 발전단가 하락과 민간 수요 증가에 힘입어 조용히 호황을 누렸다. 정치적 구호와 산업의 실제 펀더멘털이 따로 움직인 사례다.

씨에스윈드가 이 시기 미국 시장에 베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사는 2020년부터 미국 진출을 공개적으로 추진했고, 2021년 6월 베스타스의 미국 풍력타워 공장을 인수했다. 트럼프 1기가 끝나갈 무렵 미국 풍력 산업으로 들어간 결정이었다. 그 베팅은 이후 IRA라는 정책적 순풍을 만나 지금의 AMPC 보조금 수익 구조로 이어졌다.

지금 상황에도 비슷한 결을 가진 변수들이 쌓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지지율은 하락 국면에 있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행정부가 항소를 포기할 것이란 전망 자체가,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무리한 정책 충돌을 줄이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1기 때처럼 정부의 수사와 산업의 실제 흐름이 다시 괴리되고, 그 괴리가 시간이 지나며 산업 쪽으로 좁혀지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1기와 2기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도 있다. IRA라는 구체적 보조금 체계가 이번에는 이미 만들어져 있고, 그 체계의 존폐 자체가 정쟁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2026년 6월 30일 착공 시한이라는 구체적 데드라인이 걸려 있다는 점도 1기와는 다른 긴장감을 만든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국 풍력 산업에 대한 정치적 발언과 그 산업의 실제 성장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반복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두 회사가 가리키는 같은 결론, 그러나 무게는 다르다

SK오션플랜트와 씨에스윈드는 사업 구조가 다르지만 한 가지 결론으로 수렴한다. 지금의 실적은 본질적으로 ‘전환기의 숫자’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트리거에 한정해서 보면 무게는 명백히 한쪽으로 기운다. SK오션플랜트의 실적과 주가는 한국·대만 시장의 인허가 리스크에 더 크게 좌우되고, 씨에스윈드는 미국 정책 환경 변화에 직접적으로 연동된다. 미국 행정부의 항소 포기 전망, 지지율 하락에 따른 정책 유연성 확대,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셈법—이 세 가지가 한 방향으로 정렬될 경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영향받는 것은 씨에스윈드다.

진짜 변곡점은 중동이 아니라 6월의 한국과 미국이다

이란과 미국의 군사적 충돌이 만든 고유가는 풍력 산업에 호재이지만, 그 호재는 휘발성이 크다. 전쟁이 끝나면 유가도 가라앉고, 풍력주를 밀어 올렸던 내러티브도 함께 사라진다. 투자자가 진짜 주목해야 할 변곡점은 다른 곳에 있다.

첫째는 한국 정부의 해상풍력 정책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해상풍력 경쟁입찰에서 고정식 1,400MW, 부유식 400MW 내외의 물량을 공고했다. 2024년 말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3차례에 걸쳐 7~8GW의 입찰 용량이 배정된 로드맵의 일부다. 이 입찰 결과가 6월 발표되면, SK오션플랜트를 포함한 국내 하부구조물 업체들의 향후 2~3년 일감이 가시화된다.

둘째는 씨에스윈드 미국 법인의 생산성이다. AMPC 보조금이라는 정책 변수에서 벗어나, 본업 자체의 마진이 개선되는지가 다음 1~2개 분기의 핵심 관찰 지표다. 2027년 3분기까지는 현재 확보한 프로젝트로 실적이 보장되지만, 그 이후의 지속가능성은 신규 수주에 달려 있다.

전쟁이 만든 파도는 빠르게 치고 빠르게 빠진다. 그러나 입찰 공고와 생산성 지표, 그리고 정치적 지지율이라는 더 느린 변수들은 천천히, 그러나 더 정직하게 풍력 산업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그 느린 변수들의 무게중심은 지금, 미국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회사 쪽으로 기울어 있다.

주목할 것: 트럼프 행정부의 항소 포기 여부 확정,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청정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 씨에스윈드의 노르덱스·베스타스 신규 장기 공급계약 협상 타결 여부. 세 변수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면 트럼프 1기 후반부의 패턴—정치적 수사와 산업 성장의 괴리가 좁혀지는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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