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보좌관의 두 얼굴: 빗썸 고문이 업비트를 겨눴나

국회 보좌관이 특정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 압박 발언의 배후로 현직 의원을 지목했다가 말을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해당 보좌관이 국내 양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의 고문직을 겸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순한 말 번복을 넘어 이해충돌과 로비 의혹으로 사안이…

Odin Park기자
보좌관의 두 얼굴: 빗썸 고문이 업비트를 겨눴나

국회 보좌관이 특정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 압박 발언의 배후로 현직 의원을 지목했다가 말을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해당 보좌관이 국내 양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의 고문직을 겸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순한 말 번복을 넘어 이해충돌과 로비 의혹으로 사안이 확대되고 있다.

발단: "의원이 지시했다" → "내 개인 의견"

논란의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실 소속 보좌관 A씨의 발언 번복이다. A씨는 처음에 "김병기 의원이 업비트를 밟으라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 대한 정치권의 조직적 압박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A씨는 이를 번복하며 "의원의 지시가 아닌 개인적 견해였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보좌관이 상급자인 의원의 발언을 직접 거론했다가 철회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행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외부 압력에 의한 번복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핵심 의혹: 빗썸 고문직 겸임의 이해충돌

사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A씨가 경쟁사인 빗썸의 고문직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업비트와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을 양분하는 직접 경쟁 관계에 있다. 2024년 기준 업비트의 국내 원화마켓 점유율은 70~80%에 달하며, 빗썸이 20% 안팎으로 추격하는 구도다.

국회 보좌관이 경쟁 기업의 유급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상대 기업에 대한 규제 압박 발언을 했다면, 이는 「국가공무원법」상 영리업무 겸직 금지 조항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 2022년 시행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10조는 공직자가 직무 관련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회피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보좌관이 입법 및 정책 지원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종 업계 특정 기업의 고문직을 맡는 것은 직무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시장과 정치권의 유착 구조

이번 사건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정치 로비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2023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 2024년 2단계 입법 논의 과정에서 거래소들의 정책 로비 경쟁은 공공연한 사실로 지적돼 왔다.

한국블록체인협회 등 업계 단체를 통한 공식 창구 외에도, 의원실 보좌진이나 전직 금융 관료를 고문·자문역으로 영입하는 방식의 비공식 로비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내부의 공통된 증언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전직 관료, 법조인, 언론인 등을 자문단으로 운영한다는 사실은 각사 공시와 언론 보도를 통해 간헐적으로 확인돼 왔다.

해외 비교: 미국의 회전문 규제

미국의 경우 연방 로비스트 공개법(LDA)에 따라 의회 보좌관 출신 인사가 로비스트로 전환 시 1~2년의 냉각기간(Cooling-off Period)을 두고 있으며, 현직 보좌관의 영리 겸직은 엄격히 제한된다. 또한 증권거래위원회(SEC) 산하 가상자산 태스크포스가 운영되는 미국에서는 거래소 로비 내역이 연방 로비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의무 등록된다.

유럽연합도 2023년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정 입법 과정에서 의원실과 가상자산 업계 간 접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로비 투명성 제도를 병행 운영했다. 한국은 이에 비해 의원실 보좌진의 겸직 신고 및 이해충돌 공개 제도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병기 의원 측의 입장과 쟁점

김병기 의원 측은 "업비트를 표적으로 삼으라는 지시를 한 바 없으며, 보좌관의 발언은 의원실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야당과 가상자산 업계 일각에서는 "왜 보좌관이 의원의 이름을 처음에 거론했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며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한 보좌관의 빗썸 고문직 겸임을 의원실이 인지하고 있었는지, 관련 신고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도 규명돼야 할 쟁점으로 꼽힌다.

시사점: 가상자산 입법 환경의 구조적 취약성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한 보좌관의 발언 번복에서 시작됐지만, 그 이면에는 급성장한 가상자산 산업과 입법권력 사이의 불투명한 관계가 자리한다. 수조 원의 수익을 올리는 거래소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유인은 구조적으로 존재하며,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

전문가들은 공직자 겸직 신고 시스템 강화, 가상자산 업계 로비 등록 의무화, 의원실 보좌진의 이해충돌 공개 범위 확대 등을 제도적 보완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제도화 흐름에 동참하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려면, 시장 규칙의 공정성을 담보할 정치적 중립성부터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유X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