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키움증권, 빗썸 지분투자 검토…증권·코인 빅뱅 오나

키움증권이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의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투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통 증권사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본 결합은 국내에서 전례가 드문 시도로, 자본시장과 디지털자산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는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수…

Odin Park기자
키움증권, 빗썸 지분투자 검토…증권·코인 빅뱅 오나

키움증권이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의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투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통 증권사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본 결합은 국내에서 전례가 드문 시도로, 자본시장과 디지털자산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는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 허물기

키움증권은 국내 온라인 주식 거래 시장 점유율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리테일 중심 증권사다. 계좌 수 기준으로 국내 최다 개인 투자자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대면·저비용 구조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왔다. 반면 빗썸은 2014년 설립 이후 업비트와 함께 국내 양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자리매김한 플랫폼으로, 2024년 기준 국내 가상자산 일평균 거래대금은 수조 원에 달한다.

두 회사의 잠재적 결합은 단순한 지분 취득을 넘어 고객 기반, 거래 인프라, 규제 대응 역량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키움증권 입장에서는 기존 주식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빗썸 입장에서는 제도권 금융사의 자본과 신뢰성을 등에 업고 기관투자자 유치 및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수 있다.

왜 지금인가 — 규제 환경의 변화

이번 검토 배경으로는 국내외 가상자산 규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꼽힌다.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의 이용자 자산 보호 의무와 불공정거래 규제를 법제화하며 제도권 편입의 기틀을 마련했다. 2025년에는 가상자산업권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거래소의 자본 요건, 지배구조, 금융사와의 협업 기준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2024년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고 SEC의 규제 기조가 완화되면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이 가속화됐다. 일본에서는 노무라·SBI 등 전통 금융그룹이 자체 가상자산 거래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거래소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한 바 있다. SBI홀딩스는 일본 3위 암호화폐 거래소 SBI VC트레이드를 직접 운영하며 증권·코인 통합 플랫폼 전략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STO) 제도화를 추진하면서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인프라를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적 필요성이 높아졌다. 한국금융연구원은 "STO 시장이 본격화되면 기존 증권사와 가상자산 거래소 간 업무 영역이 상당 부분 중첩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키움증권의 전략적 계산

키움증권이 빗썸을 파트너로 택한 데는 복수의 전략적 이유가 있다. 첫째, 거래량 기반의 수수료 수익 모델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변동성이 클수록 거래량이 증가하는 구조로, 주식 거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심화된 증권업계 입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2024년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을 돌파하던 시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코스피 거래대금에 필적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둘째, 리테일 고객 이탈 방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투자자들이 주식보다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키움증권 고객 상당수가 이미 별도의 가상자산 계좌를 운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단일 플랫폼 내에서 주식과 코인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는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 빗썸의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이다. 빗썸은 2023년 이후 지배구조 정상화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키움증권이 지분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경우 IPO 시점의 자본 이득도 기대할 수 있다.

리스크 요인 — 규제 불확실성과 평판 리스크

그러나 이번 투자 검토에는 적지 않은 리스크도 따른다. 가장 큰 장애물은 금융 규제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의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취득에 대한 명시적 허용 규정을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자의 부수업무 범위, 자회사 편입 기준 등 복수의 규제 검토가 필요하며, 당국의 해석에 따라 투자 구조 자체가 변경될 수 있다.

빗썸의 과거 지배구조 문제도 변수다. 빗썸은 2019~2020년 전 대주주를 둘러싼 횡령·배임 혐의로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바 있다.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더라도 브랜드 신뢰 회복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권 금융사가 지분을 취득할 경우 오히려 키움증권에 평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암호화폐 시장 자체의 높은 변동성도 투자 손익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가상자산 시장은 거시경제 환경, 규제 발표, 기술적 이슈에 따라 거래량이 단기간에 급감할 수 있어 수익 예측 가능성이 전통 금융 대비 현저히 낮다.

업계와 전문가 시각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검토의 방향성 자체는 불가피한 흐름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행의 세부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증권사가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지만, 지분 투자냐 업무제휴냐에 따라 규제 리스크와 재무 영향이 전혀 달라진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시도가 국내 자본시장 구조 변화의 축소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전통 증권사와 가상자산 플랫폼의 결합은 투자자 보호 체계, 시스템 리스크 관리, 이해충돌 방지 등 제도 정비가 선행되어야 지속 가능하다"며 규제 당국의 선제적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했다.

시사점과 향후 전망

키움증권과 빗썸의 잠재적 결합은 한국 금융 시장에서 '증권사 2.0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이번 검토가 실제 투자로 이어지든 그렇지 않든, 이미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가상자산 시장 진입 전략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제적 행보를 보이는 기업이 향후 제도 정비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 당국의 과제도 명확해졌다. 가상자산업권법 제정 과정에서 전통 금융사의 진입 방식과 조건, 자본 건전성 기준, 소비자 보호 체계를 명문화하지 않으면 규제 공백 속에서 시장이 무질서하게 재편될 수 있다. 국내 금융 역사상 처음으로 본격화되는 증권·코인 융합의 실험은, 그 성패가 규제의 속도와 시장의 혁신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공유X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