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약함이 힘이 되는 자리

Kanye West — 《Ye》. 모든 껍데기를 벗고, 자신을 바라보는 칸예의 모습.

Jaewan Park기자
약함이 힘이 되는 자리

《Ye》는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자신의 삶의 무게를 청자에게 털어낸다. 혁신적이고 화려한 커리어에 묻혀 있던 가장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그 모습을 바탕으로 자신의 강함을 역설적으로 부르짖는다. 아티스트가 내면의 자아를 표현하고 인정하는 과정 속에서, 청자는 그의 편에 서서 함께 그 고백을 통과하고, 그에게 위로를 건네거나 용기를 얻어 위로받는다.

어쩌면 혹자에겐 난잡한 앨범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 앨범 자체가 바이폴라적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했다가 미워하고, 남에게 화살을 돌려 정당화했다가 자기혐오에 빠지고, 이 또한 용서하며 다시 사랑을 다짐하는 흐름 속에서, 누군가는 그와 함께 길을 잃고 누군가는 용기를 얻는다.

힙합 역사의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맥시멀리즘의 정점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이 모든 것을 다시 파괴하고 역설적 혁신을 이룬 《Yeezus》를 넘어, 칸예는 이 앨범을 통해 자신의 가장 아픈 내면에 도달했다.

첫 곡 'I Thought About Killing You'부터 칸예는 자기혐오와 나르시즘이 뒤섞인 양가적 감정을 노래한다. 연인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는 모습에서 강한 자기혐오를 느끼고, 이 혐오 속에서 자신을 새로 사랑할 방법을 찾기 위해 울부짖으며 몸부림친다. 하지만 두 번째 트랙 'Yikes'로 넘어오며 칸예는 오히려 이를 힙합의 문법으로 이용한다. 자신의 양극성 장애가 부와 명예를 이루는 데 자양분이 되었음을 과시한다. 단점을 장점으로 부각하며, 자기혐오를 끌어안고 이를 자신의 '슈퍼파워'라 부르며 이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음을 인정한다. 양극성 장애를 가장 힙합답게 뽐내며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 트랙 'All Mine'에선 Valee, Ant Clemons, Ty Dolla $ign의 절묘한 피처링으로 분위기를 환기한다. 원초적인 성적 욕망을 노래하며 앞선 트랙의 기세를 잇는다. 단순하면서도 거친 질감의 샘플을 활용한 구성은 곡의 원초적 분위기를 한껏 살리고, 몰입한 청자는 그의 '슈퍼파워'를 피부로 느낀다. 이 트랙이 단순한 섹스 찬가로 그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다음 트랙 'Wouldn't Leave' 때문이다. 욕망의 충족 끝에 칸예가 노래하는 것은 '영원히 떠나지 않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다. 결국 그도 같은 인간이며,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갈망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부르짖는 인간인 것이다. 이 정서는 훗날 칸예 커리어의 큰 발판이 되어, 돌아가신 어머니 Donda 여사를 추모한 《DONDA》로 이어진다. 이 트랙을 통해 청자는 칸예가 결국 삶의 궁극적 목적인 '변하지 않는 무조건적 사랑'을 좇고 그 과정을 노래함을 깨닫는다.

4번 트랙에서 환기된 정서는 5번 트랙 'No Mistakes'와 6번 트랙 'Ghost Town'에서 고스란히 빌드업된다. 필자가 《Ye》를 칸예 커리어에서 가장 큰 감정적 전환점을 가져다준 앨범이자, 정서적 흐름이 가장 탄탄한 앨범으로 꼽는 이유 중 하나다. 'No Mistakes'는 Slick Rick의 목소리를 빌려 "believe it or not" 애드립을 얹고 이를 사랑과 불안에 대한 내용으로 풀어낸다. 칸예의 샘플링 감각이 사운드를 넘어 서사로 확대되는 순간이다. 이어 앨범은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6번 트랙 'Ghost Town'으로 넘어간다. 칸예는 그의 결핍이 메워지지 않음을 처절히 노래하며 신을 찾는다. 이후 그의 신앙 행보와 후작 《Jesus Is King》(2019)으로 이어진 발매 순서를 감안한다면, 그의 인생에도 큰 전환점 같은 곡이 아닐 수 없다. 갱스터가 아니라는 이유로 래퍼가 되는 것을 조롱당하고 핍박당했던 칸예는, 랩으로도 인간의 나약함을 있는 그대로 노래할 수 있음을 커리어 내내 증명했고, 《Ye》를 통해 삶의 변곡점에서 다시 한번 자신이 왜 힙합이라는 아트폼을 바꾼 인물인지 가장 진솔하고 겸허히 증명한다.

이 진솔함과 겸허함은 마지막 트랙 'Violent Crimes'에서 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며 마무리된다. 칸예의 오랜 팬이라면 한 사람의 성장기를 직접 지켜보는 느낌에 가슴이 벅찰지도 모른다. 앞서 노래했던 양극성 장애에 대한 혐오, 이를 채우기 위한 물질적·성적·원초적 욕망, 거기서 오는 공허를 극복하려 연인과 절대자에 의존하다 끝내 새 생명을 얻고 삶의 이유를 다시 찾아가는 구성과 서사는 큰 울림을 준다.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 욕망하고 연인으로도 채워지지 못해 절대자를 찾던 칸예는, 비로소 새 생명인 자신의 딸을 향한 사랑을 노래하며 채워진다.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 칸예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폭발적이고 야수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Nicki Minaj를 모성애를 대표하는 인물로 나레이션에 앉히며, 칸예는 다시 한번 대조되는 결을 한곳에 몰아넣어 큰 감동을 주는 탁월한 감각을 선보인다.

강한 척은 자신을 지키지만, 약함의 고백은 자신을 구원한다. 《Ye》는 분명 후자의 기록이다.

★★★★☆ (4.0/5.0)

한줄평
"모든 껍데기를 벗은 칸예의 가장 정직한 고백. 《Ye》는 약함을 힘으로 뒤집을 줄 아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가장 아픈 내면에서 길어 올린, 커리어 최대의 감정적 전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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