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헛웃음 나오는 '게토 표현주의'란 초가집

8년 기다렸더니 현판만 대저택이었다

Odin Park기자
헛웃음 나오는 '게토 표현주의'란 초가집

A$AP Rocky《Don't Be Dumb》리뷰

8년이다. 2018년 《Testing》 이후 Rocky는 오지 않았다. 법정 공방, 육아, 샘플 클리어런스, 유출. 핑계는 많았다. 그리고 2026년 1월 16일, 마침내 《Don't Be Dumb》이 나왔다. 제목이 말한다. 멍청하게 굴지 마라. 아이러니하게도, 이 앨범을 둘러싼 8년의 여정은 멍청한 짓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앨범도 예외가 아니었다.

Rocky가 이번 앨범을 위해 내세운 개념은 거창하다. 게토 퓨처리즘과 독일 표현주의. 뉴욕 할렘의 거리 감성을 미래적 미학과 결합하고, 거기에 Fritz Lang의 영화적 세계관을 덧입히겠다는 선언이었다. Tim Burton이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를 설계했고, Danny Elfman이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발표만 들으면 힙합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 같았다. 헛웃음이 나온다. 뚜껑을 열어보니 초가집이었다.

포장이 내용물을 압도한 앨범이다. Tim Burton의 비주얼은 화려하다. 그러나 비주얼은 음악이 아니다. 15트랙 중 귀를 붙잡는 곡은 손에 꼽힌다. 'HELICOPTER'는 에너지가 있다. 'ROBBERY'에서 Doechii와 함께한 재즈랩은 순간적으로 빛난다. 'STAY HERE 4 LIFE'는 Brent Faiyaz의 보컬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는다. 그것이 전부다.

나머지는 Rocky가 방향을 잃은 흔적들이다. 'FLACKITO JODYE'는 앨범의 흐름을 완전히 끊는다. 'THE END'는 마무리치고는 너무 힘이 빠진다. 게토 퓨처리즘을 표방했지만 정작 들리는 건 산만한 장르 실험의 잔해들이다. 독일 표현주의를 말했지만 앨범에서 그 미학적 긴장감이 느껴지는 순간은 거의 없다. 거창한 개념이 음악 안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초가집에 대저택 현판을 달아놓은 꼴이다.

'STOLE YA FLOW'는 Drake를 향한 디스트랙으로 포장됐지만 켄드릭의 'Not Like Us'가 이미 판을 끝낸 뒤였다. 타이밍을 완전히 놓쳤다. 샘플 클리어런스가 안 됐다며 발매를 미뤘고, 곡이 유출되자 또 연기했다. 8년을 기다리게 해놓고 세상이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등장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8년이라는 시간이 음악 안에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8년을 기다렸다면 그 시간의 무게가 소리 안에 있어야 한다. 고통이든, 성장이든, 변화든. 《Don't Be Dumb》은 Rocky가 8년 동안 무엇을 겪었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화려한 포장지 안에 담긴 것은 결국 오래된 Rocky의 새로운 분장이다. 게토 표현주의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초가집은 초가집이다.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숫자는 음악의 질을 보장하지 않는다. 팬들의 8년 치 기다림이 차트를 올렸을 뿐이다. 멍청하게 굴지 말라고 했다. Rocky 자신이 가장 그러지 못했다.

★★☆☆☆ (2.0/5.0)

한줄평
"게토 표현주의를 내세웠지만 음악은 초가집이었다. Tim Burton이 포장했고, Rocky가 내용물을 망쳤다."

공유X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