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무질서로 쌓은 질서

트랩의 '정반합', 그 역사에서 가장 강렬한 '반'

Jaewan Park기자
무질서로 쌓은 질서

Playboi Carti — 《Playboi Carti》 (2017, AWGE / Interscope)

힙합에서 마스터피스의 기준은 '완성도'로 재어졌다. 얼마나 질서있게 촘촘히 쌓고, 그 질서를 얼마나 영리하게 비트는가. 그런데 여기, 그 자를 통째로 부러뜨리고 나온 자가 있다. 2017년 AWGE와 Interscope를 등에 업고 세상에 나온 《Playboi Carti》는, 질서를 버리고 본능만 남긴 자리에서 새로운 문법을 써 내려간다.

첫 트랙 Location부터 카티는 자아도취를 숨기지 않는다. 총과 타투, 보석과 부를 늘어놓는 이 자아도취 찬가는, Harry Fraud가 Allan Holdsworth의 'Endomorph'를 비틀어 깐 ethereal한 사운드 위에서 오히려 오리지날리티로 승화한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Awful Records 시절의 질감을 그대로 끌고 와, 그는 그것을 끝내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Magnolia. 이 곡에서 새로운 세대 트랩의 문법이 다시 쓰였다. Pi'erre Bourne의 미니멀한 비트 위에서 카티는 무의미하게 추임새를 뱉는다. 서사보다 감정, 감정보다 본능. 새로운 문법을 설득하고 대중을 열광시키는 것, 그것이 스타의 가늠자다. 카티는 그 시험을 Rookie Year에 가뿐히 통과했다.

이 쾌감은 Lookin과 wokeuplikethis*에서 Lil Uzi Vert와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의 랩은 더 이상 가사가 아니라 하나의 악기가 되어 비트의 여백을 가득 채운다. 그들이 뱉는 언어는 귀가 아닌 뇌로 꽂혀, 말 그대로 거대한 청각 쾌감을 흡입시킨다.

앨범이 작품으로 고평가받는 지점은 앞머리에 촘촘히 박은 히트곡만이 아니다. Let It Go와 Half & Half처럼 제때 놓인 분위기 전환에 있다. 결을 바꾸면서도 카티는 자기 방식을 지킨다. 더 무의미하고, 더 무질서한 랩을 뱉으며 자신만의 질서를 세운다. 무질서함이 질서가 되는 역설적 쾌감이다.

New Choppa는 상징적인 순간이다. Awful Records 시절 대중과 멀었던 카티를 아이콘의 자리로 끌어올린 대부, 이 앨범의 executive producer이기도 한 A$AP Rocky와의 협업은 앨범의 마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Other Shit에서 Yah Mean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온전히 카티의 독무대다. Uzi와 Rocky의 피처링을 싣고도 호스트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그의 역량이, 이 구간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일관된 BPM, 롱노트와 숏노트를 적절히 오가는 배치, 그 위에 오직 자기 랩으로만 무질서한 질서를 구축하며 그의 세계관을 청자에게 강하게 설득한다.

앨범의 백미는 13번 트랙 Flex다. 남성적 매력을 뽐내는 본능을 내려놓지 않으면서도, 사랑과 세상에 대한 감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드러낸다. AWGE 합류 후 첫 앨범답게, 트랜지션에는 Rocky의 감각이 짙게 밴 마감이 도드라진다. 피치다운된 브릿지의 스킷, 비트 체인지, 그것을 스무스하게 잇는 멜로딕한 구성까지 그의 미감이다. 그 위에서 Leven Kali는 가장 완벽한 게스트로 트랙을 이끈다.

이어 Kelly K와 Had 2에서 그는 이제 힙합 씬의 서브장르로 정립된 Plug 타입 비트 위에 선다. 사운드클라우드 시대부터 이 흐름을 이끈 자가 자신임을 각인하며 앨범을 닫는다.

음악적 시도는 언제나 혹평과 호평을 동시에 부른다. 플레이보이 카티의 작품에는 늘 혹평이 먼저였고, 호평은 뒤늦게 따라왔다. 시대를 만들어가는 아티스트의 숙명을 이겨내고, 그는 현재 힙합 씬의 가장 아이코닉한 인물로 자리잡았다. 본인이 만든 '반'은 시간이 지나 '합'이 되어 그 가치를 증명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찾은 이 앨범은 마치 마이클조던의 Rookie Year를 바라보는 듯한 쾌감을 준다.

별점 ★★★★☆ (4.5/5.0)

한줄평 "무질서 위 멋대로 쌓은 질서, 트랩음악의 정반합 중, 완벽한 '반'에 해당하는 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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