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힙 최고의 기술자가 죽여주는 연장을 만났을 때
신나고 싶었던 이센스, 완벽한 비트를 만나 폭발했다
내 삶의 민낯을 이렇게 아름답게 꺼내놓을 수 있다는 게 SZA의 마술이다

SZA《Ctrl》리뷰
앨범 제목이 전부를 말한다. Ctrl. 컨트롤. 그런데 이 앨범은 통제에 관한 앨범이 아니다. 통제를 잃는 것에 관한 앨범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SZA는 자신의 삶을 완전히 손에 쥐게 된다.
2017년 6월 9일, 오랫동안 미뤄지고 또 미뤄진 끝에 SZA의 데뷔 정규 앨범이 나왔다. 원래 2015년 발매 예정이었지만 불안으로 인한 "눈 멀게 하는 마비"를 겪으며 작업이 지연됐고, 결국 레이블이 하드드라이브를 직접 가져가면서 완성됐다.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자체가 이미 《Ctrl》의 주제였다. 통제할 수 없는 감정들, 통제하려 했지만 결국 손에서 빠져나간 관계들, 그리고 그 모든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한 여성의 이야기.
SZA는 이 앨범에서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전 남자친구의 친구와 잠자리를 가졌다고('Supermodel'), 유부남의 두 번째 여자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했다고('The Weekend'), 다른 여자의 남자를 원했다고('Love Galore') 고백한다. 이 고백들이 자기파괴적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SZA가 단 한 순간도 피해자의 언어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과 선택을 직시하고, 그것을 날카롭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뱉어낸다. Travis Scott과 함께한 'Love Galore'의 "my man is my man is your man / heard it's her man too"는 한 문장으로 복잡한 감정의 지형을 그려낸다. Kendrick Lamar가 피처링한 'Doves In The Wind'는 성(性)을 무기 삼는 남성들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거침없는 비판이다.
'Drew Barrymore'는 이 앨범의 심장이다. 외모에 대한 불안,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 그러면서도 사랑받고 싶은 욕망. 이 모든 것을 SZA는 어쿠스틱 기타 위에서 너무나 솔직하게, 그러나 한 번도 초라하지 않게 노래한다. 자기 비하처럼 시작해 자기 선언으로 끝나는 이 곡은 자의식 있는 사람들의 앤섬이다. '20 Something'으로 마무리되는 앨범의 마지막은 더 넓은 시야로 당겨진다. 스무 살 언저리에 모든 걸 갖고 싶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에 대한 고백. 세대를 관통하는 감각이다.
프로덕션도 탁월하다. Craig Balmoris, Frank Dukes, Carter Lang, Scum, ThankGod4Cody 등이 만들어낸 비트들은 얼터너티브 R&B를 기반으로 트랩, 인디 록, 드림팝, 네오소울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Sade, Lauryn Hill, Björk가 동시에 떠오르는 질감이지만 어느 하나에 귀속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프로덕션은 SZA의 목소리를 위해 설계됐다. 거칠면서도 부드럽고, 나직하면서도 꿰뚫는 그 목소리가 비트와 맞물릴 때 만들어지는 마찰감이 《Ctrl》의 가장 큰 쾌감이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후반부에서 앨범의 긴장감이 살짝 느슨해지는 구간이 있다. 14트랙이라는 분량이 앞부분의 밀도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초반 다섯 트랙이 만들어내는 집중력이 이 앨범의 진짜 정수다.
그러나 《Ctrl》은 데뷔 앨범이 갖출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췄다. 독보적인 목소리, 독보적인 관점, 독보적인 용기. SZA는 통제를 잃은 이야기를 하면서 음악적으로 완전한 통제권을 손에 쥐었다. 마술지팡이는 처음부터 그녀의 손에 있었다.
★★★★⯨☆ (4.5/5.0)
한줄평
"불안으로 지연된 앨범이 결국 한 세대의 고백집이 됐다. SZA는 통제를 잃는 이야기로 가장 완벽한 통제를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