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삶은 하나의 그림으로만 표현할 수 없는 콜라쥬

가식없는 나를 안아줄 사람은 결국 나 밖에 없다.

Jaewan Park기자
삶은 하나의 그림으로만 표현할 수 없는 콜라쥬

《Yeezus》 이후 칸예는 긴 공백기를 가졌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의 극한 맥시멀리즘과 《Yeezus》의 강렬한 미니멀리즘을 지나오는 동안, 오랜 협업자들과의 끝없는 갈등과 다사다난한 개인사가 겹쳤다. 그는 어느새 음원 플랫폼보다 가십 미디어 1면에 오르는 일이 잦아진 아티스트가 되어 있었다.

이런 기간을 지나며 본 작은 《So Help Me God》, 《SWISH》, 《Waves》 등 여러 이름을 거쳐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왔다. 디지털 플랫폼에 미완성 버전을 먼저 발매하고, 믹스와 마스터는 물론 트랙 구성과 음악의 구성요소까지 발매 이후에도 끊임없이 수정해나가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는 칸예가 이 앨범을 어떤 마음으로 작업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MBDTF가 선사한 극한의 맥시멀리즘도, 《Yeezus》가 선사한 강렬한 미니멀리즘도 뒤로하고, 그가 선택한 무기는 '날 것의 감정'이었다.

가스펠과 전자음악, 불협화음이 엉킨 화성까지 넘나드는 그의 천재적인 샘플링 감각은 칸예가 가진 모든 감정선을 청자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본 작의 제목과, 여성의 육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진, 그리고 단란한 가정이 한 장에 엮인 커버아트처럼, 이 앨범은 소리와 내러티브의 경계를 깨뜨려 삶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Ultra Light Beam으로 포문을 연 앨범은 Father Stretch My Hands Pt.1의 가스펠 샘플로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절대자를 찬양하며 여는 이 곡에는, 당시 애틀란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떠오르던 Metro Boomin의 드럼, 외설적인 가사, 오랜 갈등을 겪은 Kid Cudi와의 협업이 겹치며 복합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Pt.2에서 신인 Desiigner의 'Panda'를 샘플링해 다시 한번 대조로 앨범의 모멘텀을 형성하는 감각과 신인 발굴 감각은, 그가 왜 현대 음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복잡하게 뒤엉키면서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구성과 칸예 특유의 마감은 Famous로 이어진다. Rihanna의 피처링이 공허함을 비추는 한편, 흥을 돋우는 Swizz Beatz의 추임새와 칸예의 자아도취적인 랩, Sister Nancy의 'Bam Bam' 샘플이 끊임없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태운다.

이 앨범의 곡들은 송곳처럼 도드라진다. 누군가에겐 유기적이지 못한 앨범일 수 있다. 그러나 칸예는 아티스트가 가진 진솔함과 탁월한 마감 감각으로, 날 것의 감정과 양가적인 감정마저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낸다. Feedback에서 날카로운 랩핑을 드러내고, Low Lights와 Highlights를 통해 가스펠의 영향을 숨기지 않으면서 피처링으로 힙합의 멋을 지키는 것이 그와 같다.

I Love Kanye에서는 모든 요소를 빼버림으로써 가장 진솔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나르시시즘과 양극성이 뒤섞인 그의 모습을 한껏 드러내고, 그간 이어져온 대중의 반응을 향한 조롱과 사랑, 그 모든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Waves에선 Chris Brown의 피처링과 Mike Dean의 탁월한 프로덕션으로 앨범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다음, FML에서 다시 슬픔을 노래하며 극의 2부가 열린 듯한 느낌을 준다. 2부의 첫 게스트 The Weeknd는 곡의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후반 브레이크는 처절히 무너지는 감정을 소리 그대로 형상화한다. 여기 쓰인 Section 25의 'Hit' 샘플은 의도적인 불협을 자아내고, 한껏 깨진 오토튠 질감으로 그는 일찍이 《808s & Heartbreak》에서 스스로 창조해낸 사운드를 다시 한번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Wolves는 여러 버전을 거치며 형태를 바꿔온 곡이다. Frank Ocean의 목소리 대신 Sia와 Vic Mensa를 한 트랙에 세우는 과감함을 보인 뒤, 붙어 있던 Frank Ocean의 아웃트로를 'Frank's Track'으로 떼어내 그다음에 배치한다. 완성을 향해 다듬는 대신, 만들어지던 가장 최초의 순간을 그대로 청자에게 공유하는 것이다. 어쩌면 칸예는 이 방식으로 자신이 가장 와닿았던 순간을 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30 Hours와 No More Parties in LA에서는 강렬한 랩으로 멀어진 인간관계,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주는 공허함, 왜 자신이 이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드러낸다. Madlib의 비트 위에서 Kendrick Lamar와 랩을 주고받는 이 순간,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메시지가 터진다. 자기합리화를 넘어 공허함에 닿는 순간, 청자는 화려함의 뒷면을 함께 나눠 갖는다.

Facts에서 Fade로 이어지는 구간은 소울 샘플과 하우스 음악을 향한 칸예의 예찬이다. Mr. Fingers의 'Mystery of Love'를 끌어와 시카고 하우스의 맥을 잇는 이 곡을 가장 강렬한 래핑 뒤에 배치한 순서 역시 칸예의 감각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Sampha의 목소리를 통해 극을 닫는 Saint Pablo는, 구원을 향한 갈망과 여전히 흔들리는 자아를 끝내 봉합하지 않은 채 극을 마무리한다.

가식을 걷어낸 인간의 얼굴은 원래 복잡하다.
《The Life of Pablo》는 그 복잡함을 다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이민 앨범이다.

별점: ★★★★☆ (4.0)

한줄평
"삶은 하나의 그림으로만 표현할 수 없는 콜라쥬. 숨김없는 감정의 거울. 미완이 주는 완벽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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